'출연 금지' 안나 네트렙코, 뉴욕 메트에 4억대 소송 제기

김태훈 2023. 8. 5.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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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낳은 세계적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51)가 "부당하게 출연을 거부당했다"며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이하 '메트')를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제기했다.

메트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네트렙코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하다는 이유를 들어 그를 자사 공연 무대에서 퇴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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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親푸틴 예술인… 공개 지지 표명
우크라 침공 후 세계 공연계에서 '퇴출'
"억울해… 굴욕감, 정서적 고통 시달려"

러시아가 낳은 세계적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51)가 “부당하게 출연을 거부당했다”며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이하 ‘메트’)를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제기했다. 메트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네트렙코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하다는 이유를 들어 그를 자사 공연 무대에서 퇴출시켰다.

네트렙코는 앞서 중재인의 조정을 거쳐 메트로부터 20만달러(약 2억6000만원)의 위로금을 받은 바 있어 이번 소송이 과연 성립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러시아가 낳은 세계적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 게티이미지 제공
4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네트렙코는 이날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에 메트를 피고로 적시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소장을 접수했다. 그는 소장에서 “메트는 내 명예를 훼손하고 각종 계약을 위반했다”며 “공연에 출연하지 못해 발생한 손실 등에 대해 36만달러(약 4억7000만원)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메트로 인해 우울증, 굴욕, 당혹감, 스트레스와 불안, 정서적 고통 등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네트렙코는 러시아 문화계에 포진한 대표적 친(親)푸틴 예술가로 꼽힌다. 2008년 푸틴한테 러시아 인민예술가상(PAR)을 받았다. 당시 푸틴이 직접 시상자로 나서 상을 주고 꽃다발도 건네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2014년에는 우크라이나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도네츠크 지역의 오페라하우스에 100만루블(약 2000만원)을 기부함으로써 푸틴의 대외정책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한 이후 다른 친푸틴 예술가들과 마찬가지로 네트렙코도 세계 공연계의 따돌림을 당했다. 곤경에 처한 네트렙코는 ‘전쟁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표명하긴 했으나 푸틴을 직접 비판하거나 푸틴의 이름을 거론하진 않았다. 이에 메트는 2022년 3월 “네트렙코가 내놓은 입장은 ‘푸틴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철회하라’는 우리 요구를 충족하지 못했다”며 그의 예정됐던 공연 출연을 취소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무고한 이들을 살해하는 한 다른 방도가 없다”는 말로 네트렙코를 메트 무대에서 퇴출할 뜻을 내비쳤다.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세계적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 사진은 2008년 푸틴이 네트렙코에게 러시아 인민예술가상을 수여하고 꽃다발을 건네는 모습. AP연합뉴스
올해 초 네트렙코는 미국 내 오페라 공연자들을 대표하는 미국음악예술인협회(AGMA)에 메트의 조치로 인한 피해를 하소연했다. AGMA가 선정한 중재인이 조정에 나선 결과 메트가 네트렙코한테 위로금 20만달러를 지급하는 합의가 성사됐다.

말하자면 법원 정식 재판에 앞서 조정이 이뤄진 셈인데, 네트렙코의 소송 제기는 이제 와서 조정안을 수용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메트 측은 BBC에 “네트렙코의 소송 제기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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