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잼버리 더 이상 못 버텨…” 英 이어 美, 벨기에도 조기 퇴소 결정
기록적인 폭염으로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에서 숙영하던 영국, 미국 등 주요 국가 스카우트 대표단이 조기 퇴소를 결정했다. 폭염은 당분간 지속될 예정이이서 향후 ‘새만금 탈출’ 행렬에 합류하는 국가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대회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5일 세계스타우트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영국에 이어 미국, 벨기에, 싱가포르 등 주요 참가국들은 잇따라 야영지 조기 철수를 결정하고 퇴영 절차를 밟고 있다.
영국 스카우트 대표단은 이날 오전 짐을 챙겨 이동할 준비를 마쳤다. 이들은 이미 서울 일대 호텔 여러 곳에 숙박을 예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 관계자는 “영국 대표단이 전날 오후 연락해 대표단 일부 인원의 숙박을 예약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서울에 머물며 남은 스카우트 일정을 소화한 뒤 영국으로 돌아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벨기에, 싱가포르 등 스카우트 대표단도 철수 결정을 내린 상태다. 미국은 경기 평택에 있는 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로 대표단을 이동시킬 계획이다. 벨기에 스카우트단도 새만금 캠핑장을 떠날 준비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벨기에 대사관도 인천 소재 대형시설에 스카우트 대원들을 수용할 수 있는지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등 주요 국가의 야영지 철수 결정 소식에 다른 참가국들도 철수 여부를 놓고 자국 연맹과 긴급 타진하는 등 술렁이는 분위기다.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는 참가국의 잇따른 조기 철수 결정으로 사실상 중단 위기에 처했다. 세계스카우트연맹도 한국스카우트연맹에 조기 행사 종료를 요청했다.
연맹은 이날 홈페이지에 성명서를 내고 ‘예정보다 행사를 일찍 종료하고, 참가자들이 출국할 때까지 지원하는 대안을 검토해달라고 한국 주최 측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각국 대표단은 이날 오전부터 회의를 열고 ‘대회 강행, 축소, 조기 폐막’ 등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논의 결과는 이날 오후 발표될 예정이다.
4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지는 새만금 잼버리에 참석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야영장에 있는 대원들은 다소 끔찍한 상황에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도 이날 ‘폭염 피해를 당한 어린이들’이란 제목의 보도를 통해 “부안의 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올라 행사 첫날밤부터 수백 건의 온열질환 사례가 보고됐으며 전 세계 스카우트 대원들이 영향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외신과 국내 언론들도 개영 첫날인 1일 하루에만 온열 질환자가 400명이나 발생하자 일제히 야영지의 열악한 상황을 지적하는 보도를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일부 영지는 개막에 앞서 내린 폭우로 아직도 물웅덩이가 남아 있고 한낮 기온이 35도가 넘는 폭염과 간척지 바닥 습기로 한증막과 같은 가혹한 환경으로 변해 대원들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내용이다. 또 위생 상태가 불량한 화장실과 허술하게 설치한 탈의실에 불편을 겪고 모기 등 벌레에 물려 잼버리병원을 찾는 참가자들도 하루 400∼500명에 달하고 있다.
앞서 새만금 야영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윤석열 대통령은 다급히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에 정부는 특별지원금으로 100억원 가까이 지급해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그늘막,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보완하고 얼음물 지급을 늘리는 등 대대적인 수습에 나섰으나, 워낙 준비가 미흡했던 현장 상황을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세계스카우트 대원들의 새만금 야영지 철수 결정 소식이 전해지자 비교적 순조롭게 전통문화체험과 농촌체험 등을 진행 중인 전북 14개 시·군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계 158개국 4만3232명의 잼버리 참가자들은 전북 각 지역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통해 전주 한옥마을, 익산 미륵사지, 남원 광한루원, 무주 태권도원, 장수 승마레저파크, 순창 강천산 등 유명 관광지 등에서 각종 체험 프로그램에 5000여명씩 참가하고 있으며 오는 10일까지 지속할 예정이었다.
부안=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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