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존슨, 외국인선수 버전 함지훈 될까?
울산 현대모비스를 대표하는 선수중 한명인 함지훈(39‧197.4cm)은 KBL 역사에서 가장 유니크한 선수중 한명이다. 이제까지 이런 유형의 선수가 있었나 싶을 정도다. 사이즈, 신체능력 등에서 특별할게 없음에도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까지 현역으로 뛰고있으며 여러 가지 면에서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사실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0순위로 울산 유니폼을 입을때만해도 함지훈이 이렇게 대단한 선수로 롱런할 것이다고 예상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부상 영향이라고는 해도 10순위로 지명받은 빅맨이 리그를 대표하는 포스트 플레이어로 두각을 나타낸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와서 결과를 알고 드래프트한다면 함지훈은 쟁쟁했던 당시 황금 드래프트 멤버들 중에서도 김태술, 양희종과 함께 1순위를 다툴만한 선수다. 주전급 토종 빅맨의 희소성을 감안했을때 1순위로 뽑는 팀도 적지않을 것이다. 그만큼 10순위 출신 함지훈의 성공은 파격적이었고 많은 이들의 입에서 후회의 탄식을 뽑아냈다.
당시 현대모비스가 함지훈을 10순위로 뽑지않았다면 왕조를 이루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더불어 나비효과로 인해 다른 팀의 역사도 상당부분 바뀌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만큼 함지훈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국가대표팀에서의 활약상이 아쉽기는 했지만 KBL 한정으로는 전체 1순위 출신 김주성, 오세근, 김종규 등이 부럽지않다.
드래프트 당시 저평가를 받고 이후 예상치못한 활약으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 것에서도 알수 있듯이 함지훈은 빅맨으로서 성공하기 어려운 여러가지 악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언더사이즈인데다 이를 상쇄시켜줄 신체능력도 평범하기 그지없다. 사이즈에서 불리한 빅맨이 경쟁력을 가져가려면 스피드, 탄력 등 커버해줄 다른 능력이 뛰어날 필요가 있다.
하다못해 슈팅력이라도 탁월하게 좋아야한다. 함지훈은 여기서 아무 것도 해당되지 않았다. 신장이 크지않은 선수가 잘 달리고 잘 뛰지도 못하고 슛까지도 특별하지 않다면 무장해제나 다름없다. 그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생존을 넘어 성공을 거둔 함지훈이 대단한거지 대대로 이런 유형 중에서 살아남은 케이스는 찾아보기 힘들다.
함지훈은 기본적으로 BQ가 빼어났다. 상대의 움직임을 읽는 것은 물론 어떻게 대응해야할지도 잘 알았고 거기에 특유의 센스를 녹여 영리하게 플레이했다. 더불어 신장은 크지않지만 탄탄한 체격에서 나오는 힘이 좋았던지라 이른바 비비는 플레이를 통해 자신보다 빠르고 운동능력 좋은 빅맨들과 대등하게 맞섰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다양한 골밑 기술을 갖추고 있었는데 특히 피벗 플레이는 대놓고 구사해도 막아낼 상대가 거의 없었다. 대부분 상대를 몸싸움으로 밀어냈던 것을 비롯 다양한 변칙 타이밍을 통해 수비 리듬을 흔들었으며 손끝 감각까지 좋았다. 시야 또한 넓은 편인지라 하이포스트에서 안으로 찔러주는 패스, 포스트업후 밖으로 빼주는 패스 등 빅맨으로서 최상급 패스 스킬을 자랑했다.
최근 KCC 새 외국선수 알리제 존슨(27·201cm)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다음 시즌 우승후보중 한팀인 KCC에서 데려온 선수인 탓이 크다. KCC는 근래들어 타일러 데이비스, 론대 홀리스 제퍼슨 등 외인 쪽에서 악재가 많았다.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수준급 선수 영입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빅맨 스타일이 아닌 포워드 유형의 존슨을 영입했기에 더욱 많은 시선이 쏠릴 수 밖에 없었다. 일단 기본 프로필은 나쁘지 않다. NBA에서 76경기를 뛴 한창 나이의 경력자이며 하부리그인 G리그에서도 지난시즌(22경기) 평균 16.9점 12.1리바운드 3.9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문제는 마른 체형의 포워드라는 점이다. KCC는 라건아가 나이를 들어감에 따라 골밑을 든든하게 지켜줄 빅맨을 원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영입에 실패했고 결국 남아있는 자원 중에서 고르다보니 또 포워드로 데려오고 말았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보면 지난시즌 팀과 궁합이 좋지못했던 홀리스 제퍼슨과 비교하는 의견도 많다.
존슨은 홀리스 제퍼슨같은 스윙맨 스타일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른 몸을 가지고 있지만 겉보기와 달리 힘도 나쁘지않고 외곽보다는 안으로 파고들거나 포스트에서 전투적으로 싸워주는 유형이다. 물론 체격의 한계로 인해 덩치크고 힘좋은 선수들과 매치업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
존슨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다양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저평가가 많은 분위기다. 앞서 언급했던 함지훈이 그랬듯 빅맨으로서 사이즈(신장+윙스팬)에 약점이 있으면서도 점프력까지 좋지않은 편이다. 그나마 함지훈은 운동능력 좋은 선수들에게 대항할 덩치와 힘이라도 있었지만 존슨은 그정도는 아니다. 벌써부터 자밀 워니, 오마리 스펠맨, 게이지 프림 등 파워좋은 선수들과의 매치업을 우려하는 의견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실 존슨이 어떤 활약을 펼칠 것인지는 예측하기 쉽지않다. 일단 G리그에서 바로 넘어온 케이스인지라 그곳에서의 약점이 KBL에서는 어떻게 작용할지 모른다. 이런저런 부분에서 부족하다고 혹평을 받았던 선수들의 스타일이 국내리그에서는 장점으로 거듭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기록에서도 알 수 있듯이 존슨은 리바운드와 패싱능력에서의 강점이 돋보인다. 리바운드같은 경우 NCAA, G리그에서 꾸준하게 평균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점프력, 힘 등의 유무를 떠나 리바운드에 대한 자신만의 확실한 스킬이나 노하우가 있음을 예상케한다. 거기에 볼없는 움직임, 패싱능력 등도 발군이다. 야투성공률 또한 높다.
듬직한 기둥같은 센터나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에이스 유형은 아니지만 팀 플레이 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 공헌이 가능해보인다. 고점은 높지않지만 저점도 크게 낮지않은 안정적 유형의 외국인선수다는 평가도 적지않게 나오는 이유다. 송교창(27‧201.3cm), 최준용(29‧200.2cm), 이승현(31‧197cm) 등 다재다능한 포워드진이 강점인 KCC입장에서는 의외로 잘맞는 픽이 될수도 있다.
과연 존슨은 함지훈이 그랬듯 자신에 대한 저평가를 결과로서 뒤집어놓는게 가능할까. 존슨이 외국인선수 버전의 함지훈이 되어준다면 KCC는 SK의 대항마로 충분히 힘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KCC팬들이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이지스함의 신병기 행보에 뜨거운 시선이 쏟아지는 이유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사진=AP연합뉴스, 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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