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관리” “한 잔만”…주류시장 고급화 부르는 MZ ‘절주 트렌드’ [푸드360]

2023. 8. 5. 12: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운동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술 줄인 지 3년 됐어요. 운동이나 식사량 조절에 방해가 되더라고요. 꼭 마셔야 하면 즐길 만큼만, 주로 ‘제로’ 들어간 거 마십니다.”

대학생 장현재(25) 씨는 한때 월 20만원 정도 지출하던 술값을 10만원으로 줄였다. 음주량을 줄인 이유는 운동으로 만든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몸 관리한다”…의도적 ‘절주’하는 MZ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를 불문하고 MZ세대 사이에서 ‘절주’가 트렌드가 되고 있다. 적극적 주류 소비 대신 양과 취향을 개인에 맞추는 선택적 소비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지난달 28일 열린 ‘서울바앤스피릿쇼 2023’의 고든앤맥페일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김희량 기자

신체·정신적 건강을 중시하고 이를 보여주는 것마저 즐기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논알코올 제품에 대한 관심은 늘어나는 추세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 논알코올·저알코올 맥주시장 규모(온·오프라인 소매 판매량 기준)는 2021년 약 1600만ℓ에서 2022년 약 2100만ℓ로 26% 성장했다.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글로벌 논알코올 와인은 9%, 논코올 스피릿(위스키, 럼, 진 등)·RTD(Ready To Drink) 드링크 시장(유로모니터 기준)은 전년 대비 13% 각각 성장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지난달 28일 열린 ‘서울바앤스피릿쇼 2023’의 고든 앤 맥페일 부스의 모습. 관람객 대부분이 20~30대인 MZ세대다. 김희량 기자
싸다고 안 마신다…“상황 맞춰 즐기면 충분”

과거 싼 가격을 중심으로 퍼졌던 ‘대중주(大衆酒) 문화’와 함께 오히려 양을 줄이되 더 나은 제품을 찾는 ‘고급주 문화’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30대 김보선 씨는 20대 때에 비해 음주량을 80% 정도 줄였다. 김씨가 한 번 술을 먹을 때 마시는 양은 소주는 반 병, 맥주는 두 잔을 넘지 않는다. 그러나 즐기는 술의 종류는 과거보다 다양하다. 김씨는 “숙취도 싫고 개인적으로 ‘맛있는 술 기분 좋게 마시자’로 생각이 바뀌었다”며 “중식엔 고량주, 파스타엔 와인, 집에서 술이 먹고 싶으면 위스키 한두 잔에 핑거푸드 몇 개를 곁들이는 식”이라고 말했다.

운동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주류업계는 최근 논알코올 맥주 등 도수가 없거나 낮은 술을 찾는 이들과 위스키 등 고도주를 찾는 일종의 ‘도수 양극화’가 심해졌다고 보고 있다. 개인의 취향이 더욱 중요한 소비 기준이 됐다. 술의 도수만큼이나 색, 패키지 등 가격 외 술의 가격 외 요소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도 늘어났다.

코로나로 홈술·혼술 인기 끈 후 ‘술 선택 주도성’ 커져

최근 이 같은 트렌드 변화에는 코로나19를 겪으며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거나 비자발적인 술자리가 줄어들면서 오히려 자신이 마실 술에 대한 ‘주도성’을 갖게 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만취하는 것을 멋없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면서 “오히려 깔끔하고 분위기는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위스키 등을 통해 양보다는 질을 더 챙기려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의 한 이마트 매장에서 시민들이 위스키를 둘러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위스키 수입량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50% 넘게 증가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연합]
‘도수 양극화’ 속 논알코올·위스키는 시장 커져

관세청 무역통계를 보면 올해 상반기 위스키류 수입량은 1만69000t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0년 이후 상반기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 대비해서는 50.9%가 늘었는데 이를 주도한 것은 MZ세대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위스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5%가 늘었고, 구매 고객의 절반 이상은 2030세대가 차지했다.

위스키는 하이볼 인기와 더불어 보관성 면에서 기존 주류보다 장점이 있다는 특징이 있다. 최근 열린 한 주류박람회를 찾았던 30대 직장인 남모 씨는 “섞어 마시는 게 재미있고 맥주, 소주 등에 비해 에어링도 하면서 오래 두고 필요할 때 마실 수 있어 위스키를 더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탓에 기존 주류회사들도 위스키 수입을 늘리는 분위기다. 국내 주류 3사 중 한 곳인 롯데칠성음료는 글레고인 등에 이어 미국 위스키인 하이웨스트를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2분기 실적에서 맥주와 와인 매출이 각각 21.7%, 18.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롯데칠성음료는 4분기 토닉워터, 대중 타깃 위스키 등 제품군을 늘리며 변화된 주류 소비 문화에 대응할 계획이다.

hope@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