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난동범 2명, 일반인과 뇌 구조 다를까?…전문가 의견은

정심교 기자 2023. 8. 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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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묻지마'의 습격, 공포에 질린 거리]

최근 신림역·서현역에서 '묻지마 흉기난동'이 이어지고, 유사 흉기난동 수법의 살인 예고가 인터넷에 줄줄이 올라오면서 전국민적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살해하고 3명에게 중상을 입힌 조선(33)은 "우울증을 앓아왔다"는 주장을 펴오고 있다.

또 지난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흉기를 휘두른 피의자 최모(23)씨는 과거 '대인기피증'으로 고등학교를 재학 1년 만에 자퇴했고,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분열성 성격장애'로 진단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과연 이들의 정신질환 병력이 살인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이들의 뇌 구조는 일반인과 다를까?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건석 교수의 도움말로, 묻지마 흉기난동자들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봤다.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신림동 흉기난동 피의자 조선(33·남)이 28일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검찰에 구속 송치되고 있다. 조선은 지난 21일 오후 2시7분쯤 신림동 인근 상가 골목에서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숨지게 하고 3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는다. (공동취재) 2023.7.2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림동' 조선이 주장하는 우울증, 자해 위험 높지만 타해 가능성은 작아
뇌 구조의 이상으로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전두엽'이 손상당했을 때다. 전두엽은 이마의 미간부터 정수리까지의 영역에 있어 '이마엽'으로도 불린다.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건석 교수는 "전두엽은 뇌에서 브레이크 기능을 담당한다"며 "전두엽이 손상당하면 충동을 조절하지 못해 갑작스레 화를 내거나, 삶을 의욕 없이 지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두엽이 손상당하는 경우는 다양하다. 교통사고·추락사고 등 심한 외상으로 머리 앞쪽을 다친 경우, 뇌출혈·뇌경색 등으로 뇌를 잘라냈거나, 뇌가 부은 경우, 뇌종양으로 전두엽이 눌리고 뇌 속 혈액이 막히거나 산소가 부족해지는 등으로 전두엽이 구조적 손상을 입을 때가 그 예다. 이건석 교수는 "실제로 건강한 사람이 교통사고로 전두엽을 다치면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거나 난폭해지는 등 사고 후 성격이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뇌 구조 이상으로 생긴 정신질환은 '기질성 정신장애'로 진단한다. 충동 조절이 힘들어 우발적 행동을 일삼기도 한다. 반면 신림동 사건 피의자 조선이 주장하는 우울증을 비롯해 조현병, 반사회적 인격장애(사이코패스) 등은 뇌 구조 이상과 관련 없다. 의학적 관점에서 우울증이 있을 때 묻지마 흉기난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어떨까? 이 교수는 "우울증 환자는 자신을 해칠 위험성을 높지만 정작 타인을 해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는 삶의 의욕이 없고 '내가 이렇게 살아서 뭐 하나'라는 식으로 푸념한다는 것.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는 범인들이 모르는 사람들을 향해 '다 죽여버려야지'라고 생각할 만큼의 에너지가 우울증 환자에겐 없어 '묻지마 범죄'와 우울증은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2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칼부림 사건이 일어난 현장에 핏자국이 남아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7분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림역 인근에서 칼부림이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 경찰은 피의자를 검거하고 사건을 수사 중이다. 신림역 인근 칼부림 사건의 피의자는 전과와 수사 받은 경력 자료가 총 17건 있는 30대 남성으로 확인됐다. 2023.7.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현역' 최 씨, 성장기에 분열성 성격장애 진단받았다면 정확도 떨어질 수 있어
서현역 사건 피의자 최모 씨가 고교 1학년 때 자퇴 후 진단받았다는 분열성 성격장애는 '성격장애'의 일종이다. 성격장애는 △A군(기이형. 성격이 매우 괴상하고 특이함) △B군(충동형. 감정적이고, 감정이 잘 폭발함) △C군(불안형. 사회적으로 고립·위축됨)으로 구분하는데, 분열성 성격장애는 A군에 속한다. 흔히 '사이코패스'라 부르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는 B군, 의존성·회피성 성격장애가 C군이다.

이 교수는 "최 씨처럼 분열성 성격장애 유형을 가진 사람은 성격이 괴상하고 특이해 우리 사회에서 매우 남다른 존재로 여겨진다"며 "이들은 주로 혼자서 지내고,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언급했다.

서현역(AK플라자 분당) 묻지마 흉기 사건 /사진=임한별(머니S)

분열성 성격장애 환자는 자신의 감정 표현을 제대로 하지 않으며 활동적인 일에 관심이 없다. 타인과의 관계 형성이 힘들어 비정상적인 외톨이처럼 보인다. 이들 환자는 거의 항상 혼자 하는 활동을 선택하며, 타인과 성 경험을 갖는 일에 거의 흥미가 없다. 또 직계 가족 외에는 가까운 친구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특징이다.

분열성 성격장애는 정신질환 중에서도 흔히 진단하는 병은 아니다. 또 20세 이후에 나타나는 성격적 특성으로, 보통은 성인이 되고 나서 진단받는다. 이 교수는 "알려진 것처럼 분열성 성격장애를 고등학생 때 진단받은 게 사실이라면 일찍 진단받은 것으로, 이런 경우 그는 유소년기부터 성격이 매우 남달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묻지마 흉기난동'은 범인들이 자신들과 관계없는 사람을 해친다는 게 공통점이다. 그런데 이 같은 분석은 '일반인의 관점'이다. 이 교수는 "범인의 관점에서는 예컨대 '저쪽 검은 양복 입은 사람이 나를 감시하기 위해 쫓아온다'는 피해망상 같은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 '나와 관계없는 사람'이 아닐 수 있다"며 "이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서현역 사건 피의자 최 씨의 경우 나이가 어릴 때 진단받았다면 진단이 명확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이 교수는 "현재로서는 이들이 과거 어떤 정신질환 진단을 받았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번 범행의 동기가 무엇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며 "범행 동기부터 알아내야 정신질환과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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