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격변 시대, 인재 '종합 인지 역량' 판별해야
[파이낸셜뉴스] 대격변 시대다. 최근 변화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크고 빠르며, 가늠조차 불가능하다. 이러한 변화는 산업 구조와 기업 운영 방식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그 중 가장 근본적인 것이 ‘인재관’이다.
과거 기업들은 인재를 조직에 맞게 키우는 ‘빌드(Buil·개발)’ 전략에 따라 ‘범용적 인재’를 추구했다. 여러 직무를 경험하며 전문가로 성장하므로 높은 직무 전문성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이때 인재상은 성실성, 충성도 같은 인간적 특성이었다. 교육을 통해 신입을 우리 사람으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21세기 들어 기술 발전이 빨라지며 육성 시간을 기다리기 어렵게 됐다. ‘바이(Buy·영입)’ 전략이 등장했다. 다른 기업이 육성한 전문가를 빠르게 사오는 전략이다. 공채가 줄고 경력 수시채용이 대세가 된 이유다. 바이 전략은 탁월한 전문성과 문제해결력을 갖춰 입사 후 바로 조직 역량 향상에 기여할 전문가를 추구한다.
일찌감치 기술 기반 산업화를 이룬 글로벌 기업들은 어떻게 전문가를 판별할까? 글로벌 기업이 추구하는 인재 역량은 네 가지다. 첫째, ‘종합 인지 역량’이다. 이는 내외부 정보를 빠르게 인지하고 문제를 구조화해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역량이다. 둘째, ‘직무 지식과 경험’이다. 셋째는 ‘리더십’이다. 역할 및 지위고하와 관계없이 목표 달성을 위해 다른 구성원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역량이다. 마지막으로 ‘문화적 적합성’이다. 다른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회사 문화나 일하는 방식과 맞지 않으면 훌륭한 인재가 아니다.
4차산업혁명과 함께 문제가 예측불가하고 복잡하게 일어나는 한편,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특히 종합 인지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 사실 이는 과거부터 인류 모든 조직이 중요하게 다뤄왔으나, 대격변 시기인 최근 중요성이 더 커지는 것이다. 종합 인지 역량은 광범위해 한 가지 방법으로 판별할 수 없고, 네 가지 능력을 종합해 측정한다.
첫째,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들을 펼치는 ‘논리력’이다. 둘째, 가능성 중 문제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영역을 쪼개 파고들어 문제 핵심에 도달하는 ‘분석력’이다. 셋째, 문제 해결 방법을 기존과 다른 방식과 각도로 만드는 ‘창의력’이다. 넷째, 수많은 해법들 중에 문제 해결에 가장 효과적인 대안을 조합해서 결정하는 ‘통합력’이다.
이러한 역량을 판별하기 위해 기업들은 다양한 방법론과 검사 도구를 이용해왔다. 2000년 이전까지는 IQ 검사와 유사한 적성 검사를 사용했다. 2000년 전후 일부 선진 기업들은 특정 상황을 케이스로 만들어 지원자들이 다양하고 복잡한 실제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문제해결 방법을 도출하는지 확인했다. 이 방법론은 효과는 좋았으나 개발비가 매우 높고, 오프라인 기반이다 보니 운영에도 큰 비용이 들었다.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인재들의 핵심 역량을 판별하는 좋은 방법론들을 접하기 어려웠던 것이 현실이었다.
정보기술(IT)이 눈부시게 발전하며 이런 제약이 무너지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사람인이 ‘S-Logic’이라는 온라인 기반 역량 검사를 내놓았다. 지원자에 가상 상황을 제시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데, IT를 적용해 종합 인지 역량을 비용 부담 없이 판별하는 좋은 예시로 보인다. 동시에 많은 지원자를 테스트할 수 있고, 개인별 강약점이나 개인, 그룹별 비교로 인재 데이터 구축과 관리도 가능하다. 이제 우리나라 많은 기업들도 시대 변화 흐름에 맞는 인재 채용 도구를 활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앞으로도 기술 발전에 따라 더 효과적이고 새로운 인재 검증 방법론과 콘텐츠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새로운 방법론에 대한 이해와 시도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각자 상황에 적합한 인재관과 인재상을 고민하고 정립하는 것이다. 대격변 시대에 기업들이 슬기롭게 인재 채용 전략을 점검하고, 선진적인 역량을 갖춰 경쟁력을 확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황성현 퀀텀인사이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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