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한예리·장기하 불러낸 백현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쇼"
화가·작곡가·배우 등 'N잡러'…"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 관련된 일 하죠"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배우 김고은, 한예리, 코미디언 문상훈, 음악가 장기하 등 잘나가는 문화예술계 유명인들이 한 무대에 오른다.
아티스트 백현진(51)이 연출, 극본, 배우, 무대, 진행 등을 모두 맡은 '백현진 쑈: 공개방송' 무대다. 세종문화회관의 컨템포러리 시즌 '싱크넥스트' 공연 중 하나로 다음 달 1∼3일 S씨어터에서 열린다.
백현진은 전방위 아티스트다. PKM갤러리 소속 화가, 인디 그룹 어어부 프로젝트, 방백에서 활동하는 가수,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의 음악감독을 맡은 작곡가,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드라마 '모범택시'에 출연한 배우 등 여러 영역에서 종횡무진으로 활동해왔다.
그가 이번에 선보이는 '백현진 쑈'는 비디오, 설치미술, 토크쇼, 낭송, 연설, 음악공연, 토막극 등 20개 파트로 구성된 실험극이다. 이른바 '짬뽕쇼'다.
지난 4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백현진은 "건방지거나 우스갯소리로 들릴 수도 있지만, 진심으로 이런 무대 공연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을 것"이라며 "짧으면 2분, 길면 7∼8분의 공연이 정신없이 80분 동안 돌아간다. 유튜브 쇼츠 같은 걸 라이브로 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두 가지 메시지가 있다거나, 각 파트를 관통하는 요소가 있지는 않다. 관통하는 게 있다면 '라이브'라는 느낌 정도"라며 "전통적인 의미의 서사가 따로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20개나 되는 중구난방의 퍼포먼스를 하나의 공연 안에 구성하게 된 이유는 뭘까. 백현진의 답은 의외로 명쾌했다.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려고, 팀을 꾸리다 보니 이런 형태가 만들어졌습니다. 사람들을 다 모아서 (공연을) 하기에는 시간 맞추기가 힘들 것 같았어요. 그래서 모듈이나 레고 블록처럼 따로 있기도 하고, 같이 뭉쳐 있기도 한 형식을 고안했죠. 예를 들어 김고은 씨는 독백하고, 한예리 씨는 내가 만든 곡을 립싱크하고, 나와 문상훈 씨는 토크쇼를 합니다."
공연 전반부가 콩트 형식으로 이어진다면, 후반부는 음악 공연으로 구성했다. 최근 영화 '밀수'의 음악감독을 맡는 등 늘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음악가 장기하, 빈지노와 이센스의 새 정규앨범에 모두 피쳐링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는 언더그라운드 듀오 Y2K92, 백현진이 꾸린 프로젝트팀 '백현진씨' 등이 참여한다.
무대에 오르는 사람만 20명이 넘는다.
백현진은 이들을 섭외할 수 있었던 것은 예술계의 '품앗이' 정신 덕분이라고 했다. 김고은과는 영화 '은교'에 함께 출연하며 인연을 맺었고, 한예리는 독립영화계에서 오가며 알고 지낸 사이라고 했다.
그는 "싱크넥스트 예산으로는 1명 출연료도 못 낸다. 그래서 (출연료 대신) 내 그림을 선물하기로 했다. 내 그림이 싸지는 않다"며 웃었다.
주제도, 서사도 없는 이번 공연의 특징을 굳이 꼽자면 메타포가 없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보이는 대로 보고, 들리는 대로 들으면 된다는 것이 관람 팁이다.
"상징이나 은유가 없는 작업을 해내고 싶어요. 이런 게 없을 때 보는 사람들이 더 자기 마음대로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상징을 만들어 두고, 이걸 (창작자가) 언어로 설명해두면, 관객들은 그 부분이 궁금할 때 그 설명을 떠올린단 말이죠. 저는 이런 것에 경계 의식을 갖고 있어요."
20여 명의 출연진을 데리고 기획부터 극본·연출·음악·무대 등을 총괄하는 것이 버거울 만도 한지만, 백현진은 극본을 쓰다 음악이 필요하면 음악 작업을 하고, 무대는 어떻게 할지 구상하는 '물 흐르듯' 흘러가는 작업이 효율적이고 흥미롭다고 했다.
이는 그가 소위 'N잡러'이기에 가능한 작업 방식이기도 하다. 백현진은 화가, 가수, 배우 다양한 직업을 가진 자신을 "연남동 사는 72년생 쥐띠 미혼 아저씨"라고 간단히 소개했다.
그는 "저를 소개할 때 연남동 사는 아저씨라고 하거나 '보이는 것, 들리는 것과 관계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있어 보이려거나 헛소리를 하는 게 아니라 정말 그렇다"며 "현대미술가로 보이는 것, 음악가로 들리는 것, 배우로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을 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자신에 대한 소개처럼 이번 공연 소개 글에는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을 재료로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공연을 보고 누군가는 도통 모르겠다고 할 수도 있고, 깔깔 웃을 수도, 울 수도 있을 거예요. 공연이 어떤 분위기인지는 실제 공연을 하고, 관객들의 반응을 봐야 알 것 같아요."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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