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일부 지자체, 인권위 권고에도 '대학생 인턴' 고집
도내 일부 지자체 “사업 취지 대학생 대상”
국가인권위원회가 한 지방자치단체의 대학생 행정인턴 모집자격을 두고 '학력차별'로 시정조치를 받은 사례가 있음에도 경기도 일부 지자체는 여전히 대학생을 고집하고 있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전라남도 여수시장과 여수시의회에 ‘청년 행정인턴 사업에서 직무 특성상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지원 자격을 대학생으로 제한하지 않을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청년행정인턴사업이 ‘대졸자를 위한 정책’에서 ‘청년실업 대책’으로 취지가 바뀌면서 학력제한을 두지 않는 방향으로 변화됐다”면서 “대학생으로 지원 자격을 제한하는 데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5일 경기일보 취재에 따르면 도내 지방자치단체에서 청년 행정인턴 채용 대상을 대학생으로 한정해 차별 논란(경기일보 22년 11월 6일자 6면)이 불거진 이후 수원특례시 등 일부 지자체는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동두천시, 성남시 등 일부 지자체는 여전히 대학생에게만 응시 자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원시는 올해 1월부터 공공기관 행정아르바이트를 ‘대학생 인턴’에서 ‘청년행정체험’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또한 대학생만 지원할 수 있었던 신청 자격을 수원시에 주민등록을 둔 만 19세~34세 이하 미취업 청년으로 확대했다.
포천시와 파주시도 올해 6월부터 신청 자격을 청년으로 바꿨다.
포천시 관계자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고졸자들도 행정인턴 제도가 필요하기도 하고, 신청 자격에 대학생만 한정하는 것은 인권차별이라는 것에 공감해서 이번에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행 고용정책기본법 제7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에 합리적인 이유 없이 학력, 출신학교 등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되며, 균등한 취업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성남시와 동두천시 등 일부 지자체는 대학생 한정으로만 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6월 성남시는 여름방학을 맞아 40일간 공공기관에서 행정업무를 체험할 대학생을 모집했다. 청년취업 증진을 위해 예비 취업준비생인 대학생에게 행정업무 체험기회와 진로설계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대학생에 한정되지 않은 ‘청년 일경험 사업’이 있지만 대학생 행정 인턴 업무와는 거리가 멀다.
성남시 관계자는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학생 행정업무와는 다른 업무형태지만, 청년을 위한 다른 일자리 사업은 대학생에 한정 짓지 않고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수시의 학력 차별 시정 권고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성남시 대학생 행정체험연수 운영 조례가 있어, 지금 바로 없애기 곤란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심지어 동두천시는 대학생 행정 인턴 외에 청년들을 위한 사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동두천시 관계자는 “사업 취지가 대학생 아르바이트 사업이다”며 “대학생 행정인턴 담당하는 부서는 일자리 사업 담당 부서도 아니고, 청년 업무 담당하는 부서도 아닌 대외협력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내 대학생들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사업이기 때문에 청년 인턴으로 바뀌게 되면 내부적으로 조직에서 업무 조정도 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복잡하다”고 전했다.
박고형준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활동가는 "여수시는 국가인권위 판결 이후 조례를 개정하겠다고 한 상태"라며 "학력 등에 따라 차별화해서 고용하면 안 된다는 내용은 고용기본법에 나와 있기 때문에 국가인권위의 판결이 강제성이 없더라도 법에 명시된 것은 모든 지자체가 의무적으로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여수시는 지난해 5월 행정인턴 165명을 모집하면서 지원 자격을 여수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본인 또는 부모의 주민등록이 여수에 있는 대학생으로 제한한 바 있다.
윤현서 기자 03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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