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인데 30도 폭염…남극 얼음 역대 최저치
한낮 최고기온 38도. 이 정도면 양호하다고 할 수 있다. 요즘 지구촌 곳곳에선 섭씨 50도의 살인적 폭염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겨울 기온이라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북반구와는 계절이 정반대인, 지금 남미의 겨울 얘기다.
■ 남미 겨울이 사라졌다…칠레 38℃ 아르헨티나 30℃ 최고치 경신
지난 1일 칠레의 중부 산간도시 비쿠냐(남위 30도)와 치긴토(남위 28도)에서는 최고 기온이 38.7도까지 올라갔다. 칠레 8월 기온으로는 역대 최고치다. 더구나 치긴토는 해발 천 미터가 넘는 고지대여서 상대적으로 기온이 더 낮기 마련인데도 이런 폭염이 나타났다. 이들 지역의 평년 기온은 22~25도다.
칠레 기후학자 크리스토발 토레스는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30년 만에 최고 수준의 고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는 부분적으로 지구 온난화와 엘니뇨 현상(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수온 상승 현상)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남미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는 8월 평균 기온이 14도 정도인데, 지난 1일 최고 기온이 30.1도를 기록했다. 1942년 최고기온 24.6도 이후 81년 만에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날 북부 지역에선 38도가 넘는 등 아르헨티나 국토 절반 이상에서 30도가 넘는 이상 고온이 관측됐다. 때아닌 폭염은 이번 주 내내 이어져, 지난 3일 볼리비아와 파라과이 일부 지역에선 최고 기온이 39도를 넘기도 했다. 이는 1979~2000년 평균 기온보다 6~9도 이상 높은 수치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파라과이를 중심으로 자리 잡은 강력한 고기압이 '열돔'을 형성해 남미의 한겨울 폭염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기압이 계속되면서 적어도 이번 주까지는 겨울 고온이 계속될 거라며, 평년 기온을 회복하더라도 이런 폭염은 더 잦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칠레 산티아고대 기후학자 라울 코르테르는 "겨울 폭염은 빙하와 눈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 남극 겨울 바다얼음 역대 최저…작년 기록 갱신
남반구의 겨울이 사라지면서 남극 얼음도 사라지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겨울이기 때문에 얼어야 할 얼음이 얼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남극 해빙은 남반구 여름 끝인 2월 말쯤 가장 적었다가 겨울이 되면서 다시 늘어나곤 했는데, 올해는 해빙이 기대만큼 늘지 않고 있다.
미국 국립설빙데이터센터(NSIDC, National Snow&Ice Data Center) 자료를 보면 지난 1일 기준 남극의 해빙 규모는 1,470만㎢ 로 나타난다. 1981~2010 평균치보다 대략 2백만㎢가 적고, 과거 최저치였던 작년의 1,600만㎢보다도 130만㎢가 적다.
■ 과학자들 '경악'…"매우 두려운 신호"
남반구의 사라진 겨울과 바다 얼음에 대해 과학자들은 '경악'하고 있다. 기후학자들은 연일 자신의 SNS에 기후 위기에 대한 데이터와 시각자료들을 올리며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그 원인에 대해선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 국립설빙센터(NSIDC)의 선임 과학자인 쥴리엔 스트뢰브 박사는 올해 남극 해빙 규모가 예년 평균치에 크게 못 미치는 게 사실이지만, 남극 해빙은 매년 큰 변동성을 보여왔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현재 상태가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양태나 기준)일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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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 기자 (bdl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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