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사상 처음으로 처형당한 비운의 왕…권력의 이미지는 어떻게 연출됐나?[영감 한 스푼]
미술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2016년부터 시작돼 7권까지 발간되고 30만 명이 본 미술 교양서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8권 바로크편을 집필하고 계신 저자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교수님께서, 올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을 계기로 ‘난처한 미술이야기’ 특별판을 출간하셨는데요.
바로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에서 볼 수 있는 작품들에 얽힌 사회와 역사의 맥락을 자세히 소개한 ‘난처한 미술이야기: 내셔널갤러리 특별판’입니다.
영국 유학 시절 수시로 찾았던 내셔널갤러리를 양 교수님은 “미술사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일깨워 준 각별한 곳“이라며, 한국에서 전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오랜 친구들이 오는데 잘 대접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번 책을 펴냈다고 전했습니다.
카라바조부터 안토니 반 다이크, 에두아르 마네, 티치아노 등 굵직한 작품은 물론 요아힘 베케라르, 안토넬로 다 메시나 등 숨은 흥미로운 작품까지 자세히 소개한 책을 저도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요. 독자 여러분께도 이 책을 ‘맛보기’로 보여드리고 싶어, 양 교수님께 책의 일부를 소개하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감사하게도 흔쾌히 허락해주셨습니다 :)
오늘은 ‘난처한 미술이야기: 내셔널갤러리 특별판’에서 ‘안토니 반 다이크, 권력은 어떻게 연출되는가‘ 장의 내용을 뉴스레터 분량에 맞게 요약, 편집해 보여드립니다. 즐겁게 감상하세요!
안토니 반 다이크, 권력은 어떻게 연출되는가?
영국의 새로운 국왕인 찰스 3세의 대관식이 2023년 5월 6일 성대히 거행되었습니다. 사실 ‘찰스’라는 이름은 영국에서 그리 반가운 이름이 아닙니다. 찰스 1세는 영국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신하들에게 붙잡혀 반역죄로 처형당한 비운의 국왕입니다.
아들 찰스 2세는 폐위와 암살 위협에 시달리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죠. 찰스 2세 이후 오랜만에 찰스라는 이름의 국왕이 등장했습니다. 이를 기념해 역대 찰스 왕들의 미술세계를 초상화와 엮어 읽어보겠습니다.
이미지 메이킹의 귀재와 영국 최초로 처형당한 왕
찰스 1세는 후계자가 없었던 엘리자베스 1세의 뒤를 이은 친척 제임스 1세의 아들입니다. 제임스 1세는 원래 스코틀랜드 국왕이었는데 잉글랜드와 아일랜드 왕위까지 물려받아 최초로 영국 통합군주가 됩니다. 그러나 아버지와 달리 찰스 1세는 강력한 권력을 손에 쥐지 못했고, 이를 위해 이미지 메이킹을 묘안으로 내세웁니다.
다만 여기엔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찰스 1세는 어릴 때부터 병약해 160cm도 안될만큼 키도 작고 성격마저 내성적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을 위대하게 그려줄 화가가 필요했고, 루벤스 공방 출신으로 촉망받던 33살 안토니 반 다이크가 낙점됩니다
또 몸은 옆을 향한 채 고개와 다리만 비스듬히 관람자 쪽을 향합니다. 왼손 팔꿈치가 화면을 향해 강렬한 입체감을 선사하죠. 바로 뒤에 있는 말도 온순히 머리를 조아리며 왕의 권위를 예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술로 이미지를 쇄신하려던 찰스 1세의 노력은 통하지 못했습니다. 스페인, 프랑스와 전쟁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고 의회와 갈등을 빚게 됩니다. 결국 영국의 정치계는 왕당파와 의회파로 갈려 내전이 벌어졌고, 찰스 1세는 반역죄로 체포된 후 처형장에 세워졌습니다.
찰스 1세는 비록 오명을 썼지만 예술적 안목은 상당히 높았습니다. 그가 수집한 미술 컬렉션 상당수는 지금까지 영국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주요 작품으로 남게 됩니다.
스튜어트 왕조, 비극의 주인공들
왼쪽의 황색 옷을 입은 사람이 당시 17세의 형 존 스튜어트, 청색 옷을 입은 사람이 한 살 아래 동생 버나드 스튜어트입니다. 그림의 크기가 상당합니다. 높이가 2.4미터에 폭이 1.5미터 정도로 그림 속 인물들은 실제 인물보다 더 커 보입니다.
왼쪽 계단 위에 서 있는 형 존이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면, 오른쪽의 동생 버나드는 한쪽 다리를 계단 위에 올리고 고개를 돌려 관객을 바라봅니다. 특히 허리에 왼쪽 손을 올린 버나드의 자세는 찰스 1세의 사냥하는 초상화 속 자세와 거의 똑같습니다.
버나드 역시 1645년 로우톤-히스 전투에서 전사하고 맙니다. 두 형제의 이 같은 비극적 운명을 알고 그림을 보면 반 다이크가 그려낸 당당한 청년 귀족들의 모습이 한편으론 애잔하게 다가옵니다.
이처럼 영국 역사에서 찰스라는 이름은 그리 반가운 것이 아닙니다. 찰스 1세는 처형된 왕, 찰스 2세는 별다른 업적을 남기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죠. 그의 친인척들도 젊은 나이에 비극적 결말을 맞이합니다.
찰스 2세가 1685년 사망하고 337년 만에 등장한 세 번째 찰스 국왕이 역대 찰스 왕들의 징크스를 극복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부디 새롭게 영국을 이끌어갈 찰스 3세는 앞선 찰스 왕들의 운명을 따라가지 않길 마음속 깊이 응원해봅니다!
※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금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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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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