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K]⑥ 수명 다한 꼬마 위성들 떨어뜨리는 소형추진기…우주쓰레기 청소시장 도전한 우주로테크
美 FCC, 위성 규제 내년 9월 시행…추진기 ‘선택’ 아닌 ‘필수’
궤도 예측 서비스로 위성 충돌 예방도 가능
우주를 향한 인간의 꿈이 밤하늘을 위협하고 있다. 우주개발 경쟁이 국가를 넘어 산업으로 확산하면서 집중적으로 우주로 쏴 올린 인공위성이 문제의 근원이다. 지구 궤도를 에워싼 인공위성은 먼 우주에서 오는 빛을 차단하고, 전자파를 내뿜어 우주 관측을 어렵게 만든다. 지구를 바라보는 인류의 눈인 인공위성이 정작 하늘을 바라보는 눈을 멀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공위성은 점점 숫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은 7178기로, 이중 수명을 다한 채 우주궤도를 맴도는 인공위성은 2964기에 이른다. 이런저런 일로 위성에서 떨어져 우주궤도를 돌고 있는 잔해물은 1만6000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로 대표되는 군집 위성이나 3~4대 위성이 함께 궤도를 도는 편대 비행 기술이 주목받는 만큼 앞으로 위성의 개수는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우주 스타트업인 우주로테크는 임무를 마친 인공위성을 없애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민간에서 주로 발사할 큐브 위성에 추진기를 달아 대기권으로 떨어트려 우주 쓰레기를 줄이는 분야에서 사업모델을 찾고 있다. 실제로 위성을 추락시키는 방법을 사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유럽우주청(ESA)은 우주 쓰레기 절감 차원에서 임무를 마친 기상위성 ‘아이올로스(Aeolus)’를 지난달 27일 일부러 지구로 추락시켰다.
과학계에선 증가하는 우주 쓰레기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온다. 올해 3월엔 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와 영국 플리머스대, 미국 텍사스대, 캘리포니아공대 소속 과학자들이 모여 성명서를 냈다. 지구 인공위성 궤도 청소부를 자처한 우주로테크 이성문 대표를 지난달 20일 서울 구로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우주 쓰레기가 될 수 있는 인공위성을 어떤 방식으로 폐기할 수 있나.
“현재 우주 쓰레기 폐기는 크게 ‘임무 후 폐기’와 ‘능동형 폐기’ 두 가지 영역으로 나눈다. 임무 후 폐기는 위성 자체에 어떤 부품을 부착했다가 원하는 시점에 작동시켜 스스로 폐기하는 것이고, 능동형 폐기는 우주 쓰레기를 붙잡고 떨어지는 방식이다. 우주로테크는 임무 후 폐기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능동형 폐기 방식이 먼저 개발돼 관련 기업이 이미 사업을 시작했다.”
–임무 후 폐기 방식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기술이 어떤 위성에 적용되는지 봐야 한다. 능동형 폐기 기술의 기저에는 우주 전쟁이 깔려있다. 또 우주 쓰레기를 제거하기 위해 수백억 원의 또 다른 위성을 발사해야 한다. 하지만 민간 기업 입장에서 보면 경제적으로 이익이 있어야 한다. 저렴한 인공위성이 나오는데 그걸 제거하기 위해 수백억 원이 되는 위성을 또 발사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다 보니 위성이 스스로 폐기돼야 한다는 방향성이 맞는다고 본 거다.”
–개발 중인 추진기에 대해 설명해달라.
“개발하는 추진기는 큐브위성을 대상으로 한다. 사실 위성업체 입장에서는 임무를 위한 탑재체를 달아야 하기 때문에 내부 공간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이에 위성과 사출관 사이의 공간을 활용하기로 했다. 큐브위성은 대부분 사출관에 들어간 채로 발사되는데, 남는 공간이 13㎜ 정도다. 이 틈을 활용해 화학 추진제를 내뿜는 납작한 모양의 추진기관을 위성이 부착한다.”
–전기 추진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기 추진이 효율이 정말 좋지만, 위성이 폐기되는 단계인 만큼 정상적인 작동이 불가능하다는 가정을 해야 한다. 또 전기 추진은 큰 추력을 만들지 못한다는 문제도 있다. 가스 추진은 전기 추진보다 수백에서 수천 배 강한 힘을 만들 수 있다. 보통 위성을 폐기하기 위해선 수일에서 길게는 수개월 동안 추력을 내야 하는데, 전기 추진은 여러 면에서 부적합하다.”
우주로테크는 인공위성 폐기 의무화 규제가 전 세계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점을 고무적으로 봤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해 9월 ‘파이브 이어 룰’이라는 규제를 예고했다. 임무를 다하고 나서 5년 이내에 위성을 폐기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유예 기간은 2년으로, 내년 9월이면 위성 폐기 의무화 규제가 현실화된다. 미국과 유럽, 일본, 한국 등 13개국이 참여한 국제우주쓰레기조정위원회(IADC)에서도 우주 쓰레기 처리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우주 쓰레기뿐만 아니라 인공위성 간 충돌도 문제다. 스페이스X의 저궤도 통신망 프로젝트인 스타링크는 4만여 대의 위성을 올리는데,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반년간 2만5300회 이상의 충돌 회피 기동을 했다. 우주로테크는 궤도 예측 서비스를 제공하고, 추진기를 충돌 회피 기동에 사용할 방안도 마련 중이다.
–우주로테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시장성은 어디서 나오나.
“우주로테크의 사업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규제다. FCC가 지난해 9월 인공위성 폐기에 대한 규제를 처음 내놨다. 그동안 위성들이 임무가 끝났음에도 우주 공간에 방치됐는데, 이제는 정확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 앞으로 발사될 민간 위성이 2035년까지 1만4000개 정도인 만큼 초소형 위성들에 폐기 추진기를 최대한 적용하려 한다.
공익적인 목적으로 위성업체가 알아서 위성을 폐기할 의사가 높지 않았지만, 이제는 강제력이 생겼다. 현재 FCC에서는 임무 후 5년 이내에 위성을 폐기하지 않았을 때 과징금을 물거나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만약 추진기를 달아 폐기하는 게 들어가는 비용이 적다면 시장성이 확보된다고 생각한다.”
–처음 우주 쓰레기를 사업 아이템으로 잡은 계기가 궁금하다.
“처음 우주 시장에 뛰어들고 우주 쓰레기로 사업을 하겠다고 말했을 때 주변에서 말렸다. 하지만 미국에서 위성 개발하는 연구자나 업계 관계자들을 만났을 때 우주 쓰레기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창업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는 시장으로 평가받았는데, 최근 들어 계속 우주 쓰레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내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우주로테크의 목표는 무엇인가.
“현재의 사업 아이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2~3년 전부터다. 단기적으로는 우주검증을 진행해야 한다. 일본 우주기업 스페이스BD와 협력해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추진기관을 시험할 계획이다. 규제가 의무화되기 전까지 우주검증을 쌓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외에도 발사체 업체와 계약해 추진기를 우주로 보내 검증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궁극적으로는 궤도에서의 위성 관리 역량을 우주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게끔 만드는 우주수송 기업이 되는 게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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