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언제 무덤이 될지 무섭다”…LH ‘철근 누락 아파트’ 가보니 [르포]
지난 3일 매경닷컴이 찾은 서울 강남구 자곡동 수서역세권A3 ‘디아크리온 강남’은 입주가 시작돼 이삿짐센터 차량이 줄 지어 들어오고 있었다. 전자제품 배송기사들은 대형가전 설치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의 얼굴은 그리 밝지 못했다.
이 단지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무량판 구조 지하주차장 철근 누락 아파트 명단에 이름을 올린 곳 중 하나다. 누락된 철근 비중이 애초 2% 수준이었고 기둥과 보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보수공사를 마쳤지만, 여전히 LH를 향한 불신이 남아 있는 분위기였다.
입주민 A씨는 “내가 사는 동안에 무너지기야 하겠느냐마는 충격적인 것이 사실”이라며 “순살 아파트 산다고 애들이 놀림을 받을까 봐 쉬쉬하자는 이웃도 있는데 그래서는 문제가 반복되고 반드시 사고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주차를 하고 집으로 들어가던 길에 기자와 마주친 입주민 B씨는 “입주자들이 모인 단톡방에서는 충격과 공포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나온 듯하다”라며 “조만간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파주시 동패동 파주운정A34 ‘초롱꽃마을3단지’ 지하주차장에서도 보강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곳곳에 파란 천막이 설치되고 인부들이 분주하게 드나들고 있었다. 이 단지는 지난해 대규모 입주를 시작한 공공임대주택이다.
단지 내 조성된 쉼터에서 만난 입주민 C씨는 “낯선 소리가 날 때마다 놀란다”며 “철근 보강 공사를 페인트 도색 작업이라고 속인 것도 배신감이 들고 현실적으로 이사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인 것도 속상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국토부에 따르면 무량판 구조를 적용해 건축한 전국 91개 단지를 점검한 결과 15곳에서 문제점이 발견됐다. 이 가운데 5곳은 입주를 마쳤다. 입주 중이거나 입주를 앞둔 단지는 4곳이다. 아직 건설 중인 단지는 6곳이다.
국토부는 전국의 민간 아파트를 대상으로도 전수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조사 대상은 2017년 이후 준공된 무량판 구조 적용 단지다. 총 293개로 집계됐다. 조사 기간은 3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보강조치 완료 시 주민들이 추천하는 전문기관을 통해 정밀안전점검을 거치는 등 안전 확보에 한 치의 우려도 남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민간이 발주한 무량판 구조에 대해서도 국민 불안이 없도록 전수조사에 착수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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