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내에서도 ‘괴롭힘’은 안돼”

임영택 게임진 기자(ytlim@mkinternet.com) 2023. 8. 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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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사막’ 시스템 변경…일방적 길드 전쟁 막아
펄어비스가 ‘검은사막’ 내 이용자 보호를 위해 일방적인 길드 전쟁이 불가능하도록 수정했다. 상대의 동의 없이 펼쳐지는 길드 전쟁이 일종의 ‘괴롭힘’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판단 때문이다.[사진=일방적인 길드 전쟁 삭제와 관련한 펄어비스 김재희 총괄 PD의 공지 내용 갈무리]
펄어비스가 게임 내 ‘괴롭힘’도 막겠다고 나서 눈길을 끈다. ‘검은사막’ 이용자 보호를 위해 일방적인 길드 전쟁이 불가능하도록 수정했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진행되는 길드 전쟁이 다른 이용자를 ‘괴롭힌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 사회적 화두인 ‘괴롭힘’ 문제를 게임 내에서도 막겠다는 의미다.

펄어비스는 지난 7월 27일 ‘검은사막’에 신규 이벤트 지역 ‘수궁’을 비롯한 콘텐츠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특히 이날 업데이트에서는 기존 길드 전쟁 시스템의 규칙을 길드 간 상호 동의하에서만 전쟁이 시작되도록 변경한 내용이 포함됐다.

‘검은사막’의 경우 기존에는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아도 전쟁을 선포하면 바로 전쟁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에 길드 전쟁은 상대방의 캐릭터를 쓰러뜨리는 용도로 활용되곤 했다. 매우 강력한 불이익이 설정된 필드에서의 강제 공격과 달리 불이익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이용자 유입이 확대되며 일방적 전쟁 진행 횟수가 늘었다. 김재희 총괄 PD가 지난달 27일 등록한 ‘모험가들께 드리는 편지’에 따르면 전쟁 유지 비용을 고정 금액이 아닌 비율로 소모되도록 조정하면서 2021년 일평균 60회였던 일방 전쟁은 15회까지 줄었으나 최근 다시 30회 이상으로 2배 가량 높아졌다. 지난 7월 초부터 시작된 인기 상승세로 이용자 유입이 늘어나면서 게임 내 분쟁 사례가 확대된 것이다.

결국 펄어비스는 일방적인 전쟁을 삭제하기로 했다. 게임 내에서 허용한 콘텐츠이지만 이를 원치 않는 이용자에게는 일방적인 고통을 받는 행위 ‘괴롭힘’과 같다는 판단이다.

김재희 총괄 PD는 “누군가의 재미만을 위해서 타인에게 일방적인 고통을 주는 것을 ‘괴롭힌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일방 전쟁 시스템을 이용한 괴롭힘으로 인해 모험가님들이 다른 모험가님들을 게임에서 쫓아내는 상황은 저희도, 모험가 여러분들께서도 원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된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최근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괴롭힘’ 이슈가 연상되기도 한다. 직장, 학교 등 조직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최근 몇 년간 빈번하게 발생하며 사회 전반의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여러 장치 마련에 대한 요구 목소리도 높아졌다. 지난 2019년에는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근로기준법 개정이 이뤄지기도 했다. 드라마 ‘더 글로리’와 ‘디피’의 인기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펄어비스가 일방적인 전쟁을 금지했지만 기존의 PvP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용자들이 서로 경쟁하며 실력을 겨룰 수 있는 PvP 콘텐츠는 살리고 ‘괴롭힘’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일방적인 ‘PK’를 제거하는 것이 이번 결정의 취지이기 때문이다.

실제 ‘검은사막’은 거점전, 점령전, 솔라레의 창, 아르샤의 창, 붉은 전장 등의 PvP 콘텐츠를 제공한다. 모든 필드에서 전투가 펼쳐지는 ‘아르샤 서버’도 존재한다. 향후 600명 단위의 대규모 RvR 콘텐츠 ‘장미전쟁’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용자들이 이들 PvP 콘텐츠를 통해 여전히 사진의 실력을 뽐내고 서로 경쟁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펄어비스는 이번 일방적인 전쟁 방식 변경 이전에도 게임 내에서 이용자들이 다른 이용자를 괴롭히는 행위를 막기 위해 노력했다. 게임운영진이 실시간으로 게임 내부 상황을 살피며 초보 이용자를 보호하는 활동을 하거나 운영정책 변경을 통해 게임 진행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한 제재 수위 강화를 결정하기도 했다.

김재희 총괄 PD는 “아직 ‘검은사막’ 세계가 익숙하지 않거나 싸움을 싫어하는 모험가분들께는 자신 또는 길드원으로 인해 일어난 분쟁이 길드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정말 괴로운 상황”이라며 “일방적인 전쟁은 괴롭힘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일이 너무 잦기에 이러한 결단을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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