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속으로]"적자에 인력난까지"…삼성·SK 임금협상 3가지 키워드

이재윤 기자 2023. 8. 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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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더위 보다 더 뜨거운 협상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이 있다. 국내 반도체 산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임금협상 테이블이다. 회사측과 노동조합(이하 노조)은 올해 초부터 임금교섭을 시작해 최근에서야 결론을 내리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지난 3일 먼저 노사간 임금 협상에 합의했다. 아직 삼성전자는 임금 상승률을 두고 노사간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노사문제가 하루이틀의 이슈는 아니지만 올해는 더욱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부터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직격타를 입었다. 삼성전자 올해 상반기 전체 영업이익이 95% 빠졌는데, DS(반도체) 부문 적자가 8조9400억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는 매출액이 52.3% 감소했고 6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문제는 반도체 업황 부진과 동시에 인력난까지 얽혀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인력을 구하기 조차 어려워 졌기 때문이다. 특히 미·중 기술패권 다툼으로 반도체 인력도 양쪽으로 '블록화(구획화)'되면서 인재확보에 더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 따르면 한국 반도체 산업은 매년 1600명의 인력이 부족하다는 조사도 있다.

반도체 기업들은 저조한 실적을 만회하면서도, 인력유출은 최소화 해야하는 어려운 과제를 떠안고 있는 셈이다. 특히 반도체 기술 경쟁이 심화되면서 노골적으로 기술·인력을 빼가려는 시도도 늘었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비용도 줄여야 하고 기술개발도 해야하는 상황"이라며 "그러려면 사람이 필요한데, 이마저도 경쟁을 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키워드 1. 인력확보
이들 기업은 역성장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인재유출을 막기 위해 곳간을 열었다. 임금협상을 마친 SK하이닉스는 매년 상·하반기 최대 기본급 100%까지 지급하는 생산성 격려금(PI) 대신 '위기 극복 격려금'으로 12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4.5%의 임금 인상도 단행했는데, 내년 1월 전까지 소급분을 지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은 올해 상반기 적자에도 사업부별 목표달성장려금(TAI) 규모를 월 기본급 25%로 책정했다. DS부문 직원들은 2015년부터 최대 수준인 '기본급 100%' TAI를 받아왔으나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지난해 하반기 50% 까지 줄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25%로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의 경쟁업체에 빼앗기지 않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키워드 2. 눈높이
임금협상 과정에서 노사 간 눈높이 차이도 크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부터 임금협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인상률을 두고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당초 사측은 1%대 인상을 제안했으나 노조는 최소 두 자릿수 인상을 요구했다. 최근 서로의 임금 인상률이 4~6%까지 줄었지만 결론은 내려지지 못했다. 다만 삼성전자 비노조원은 올해 4월에 체결된 노사협의회 결과에 따라 4.1%오른 임금을 받고 있다.

적자를 기록한 SK하이닉스는 올해 5월부터 임금협상을 시작해 평소보다 다소 늦어졌다. SK하이닉스는 보통 매년 7월 초중순에 입금협상을 마무리해왔다. 지난 6월 기술전임직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협상이 난항을 겼었지만 격려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키워드 3. 노노갈등
노사 관계보다 더 뿌리 깊은 문제가 있다. 바로 노조 간 갈등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다수의 노동조합이 설립 돼 있는데 이들 간 이권 다툼과 입장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노조라고 해도 직군·연령대를 비롯해 다양한 구성원들의 의견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5개, SK하이닉스도 3개의 복수노조가 설립 돼 있다.

특히 사측에선 노조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노조 간 차이를 두기도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임금협상이 평소보다 어려운 이유에 대해 "노조 간에도 협의가 안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제단체 관계자도 "회사가 노조가 요구하는 걸 모두 반영할 수는 없기 때문에 대표단을 꾸려서 해야 하는데 이조차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재윤 기자 mt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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