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렬 소장 “상품 가치 있는 서울 아파트는 미분양 없을 것”

김우정 기자 2023. 8. 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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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 신축, 여력 있으면 추첨제 청약이라도… 1기 신도시 ‘몸테크’도 추천

서울을 필두로 아파트 청약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6월 전국 아파트 청약자 수는 9만7663명으로 지난해 11월(14만3259명)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청약자 수가 478명에 불과하던 올해 1월과 비교하면 반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청약시장이 '정상화'된 것이다. 아파트 매매거래량 등 부동산 심리를 반영하는 각종 지표도 상승세를 보이며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 소장은 "현재 서울에서 상품 가치를 확보한 아파트의 경우 미분양은 사실상 없다고 간주하는 게 청약시장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7월 31일 김 소장을 만나 최근 아파트 청약시장을 어떻게 분석하고 대처해야 할지 자세히 들어봤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 소장. [조영철 기자]

수도권 주요 아파트 청약 두 자릿수 경쟁률

최근 청약시장을 어떻게 보나.

"지난해 미분양이 크게 늘었는데, 특히 9월부터는 1만 채씩 증가했다. 올해 2월 7만6000여 채로 단기 최고점을 찍은 미분양이 3월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 청약자 수가 6월 들어 10만 명 수준으로 회복된 건 이런 추세와 결을 같이한다. 수도권은 물론, 지방에서도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저렴한 곳은 청약 흥행에 성공했다. 이런 흐름에 힘입어 기존 미분양 물건의 추가 계약도 많이 이뤄졌다. 자금이 한정된 소비자로선 좋은 입지의 구축 아파트를 살지, 비교적 덜 좋은 입지라도 깨끗한 신축에 살지 고민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여전히 분양가상한제(분상제) 규제를 받을 정도로 상품성이 좋은 입지의 아파트는 높은 분양 경쟁률을 기록할 수밖에 없다. 반면 분상제 적용을 받지 않는 지역에서 분양가가 기존 아파트 시세보다 비싸다는 느낌을 주면 미분양이 발생한다. 최근 지역, 상품마다 분양 희비가 엇갈리는 이유다."

분양가가 청약 흥행을 결정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8월 초 분양하는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캐슬이스트폴'을 예로 들겠다. 이 단지는 옛 동부지방법원, KT지사 부지를 재개발해 짓는 곳으로, 총 1064채 중 일반분양이 631채에 달한다. 서울에선 이례적으로 일반분양 물량이 많고 분양가도 3.3㎡당 4000만 원대로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저렴해 주목받았다. 입지 좋은 신축 아파트 가격이 주변 구축보다 낮게 책정됐으니 분양이 흥행할 수밖에 없다(8월 1일 1순위 청약 접수 결과 특별공급 제외 420채 모집에 4만1344명이 접수해 평균 98.44 대 1 경쟁률 기록)."

입지가 좋은 서울에 국한된 현상인가.

"서울 말고도 국가가 개발하는 신도시 청약시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도시는 공공택지라 분양가가 저렴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당장 입지가 다소 안 좋아도 신도시가 완성되면 기반시설이 확충될 것이기에 미래가치가 높다. 이런 지역에 분양가가 저렴할 때 진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령 경기 평택시 고덕국제신도시의 경우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품고 있어 향후 주택 수요가 많고 각종 기반시설도 잘 갖춰질 전망이다. 이곳에 '호반써밋 고덕신도시 3차'가 분양하는데 소비자들이 큰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8월 1일 1순위 청약 접수 결과 특별공급 제외 170채 모집에 1만3996명이 접수해 평균 82.3 대 1 경쟁률 기록)."

"준공 후 미분양 증가, 유의미한 통계 아냐"

올해 하반기 분양을 앞둔 신축 아파트 단지 가운데 주목할 만한 곳은 어디일까. 이에 대해 김 소장은 "개별 단지를 들여다보기에 앞서 서울과 근교, 지방 청약시장의 각 특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방 아파트 단지는 대부분 수요층이 한정돼 있다. 인근 기존 단지와 비교했을 때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에 따라 청약 경쟁률이 큰 차이를 보이고, 분양 자체가 미뤄질 가능성도 크다. 지방 청약시장의 향배를 예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반면 서울의 경우 경기도와 인접한 외곽이 아니라면 분양이 원활히 이뤄지기 마련이다."

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 [뉴스1]
서울에서도 강남권 아파트 청약이 단연 주목받지 않나.

"물론이다. 기존 아파트 시세는 물론, 분양가도 비싸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다만 분상제 적용 대상이라 현 상황에서 강남권 아파트는 분양가 분석을 안 해도 무방하다. 경제여력 등 조건만 된다면 가산점이 낮아도 추첨제 물량이라도 청약 신청을 하는 게 좋다."

청약을 앞둔 주요 단지를 짚어달라.

"우선 강남구 청담동 청담삼익아파트를 롯데건설이 재건축하는 '청담르엘'이 8~9월 분양 예정이다. 한강변 입지야 두말할 것 없이 좋다. 인근 주요 단지인 '청담자이'가 2012년 입주한 터라 신축 아파트로서 메리트도 있다. 이런 점을 종합하면 청약시장에서 상품성과 입지 조건, 가격 경쟁력을 모두 갖춘 셈이다. 이 단지 말고도 지난해 분양 예정이었으나 연기된 물건이 올해 하반기 청약시장에 여럿 나올 전망이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펜타스'(옛 신반포15차)나 방배동 '래미안원페를라'(방배6구역), '디에이치방배'(방배5구역) 등을 주목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선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늘어난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6388채로 전월(6만8865채)보다 2477채(3.6%) 줄었다. 반면 같은 시기 준공 후 미분양은 9399채로 전월(8892채)보다 507채(5.7%) 늘어났다. 통계상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이 2021년 4월(9440채)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수도권에서는 인천(46.5%), 서울(31.9%), 경기(5.6%) 순으로 전월 대비 준공 후 미분양 증가세가 컸다.

준공 후 미분양이 늘어났다는 통계는 어떻게 봐야 하나.

"부동산 통계를 분석하는 전문가로서 최근 준공 후 미분양 통계를 유의미하게 보지 않는다. 서울의 경우 약 한 달 동안 준공 후 미분양 물건이 수십 채 늘어났다. 백분율로 보면 전달보다 30% 급등한 것이지만 모집단 자체가 적기 때문에 과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

주로 어떤 주택이 미분양됐나.

"상당수가 도시형생활주택으로 외관상 신축 다세대빌라와 크게 구별되지 않는 곳이다. 아파트라 해도 나 홀로 단지라서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 등과 이렇다 할 차별성이 없다. 특히 인근에 괜찮은 구축 아파트가 있다면 시세 대비 분양가 경쟁력도 없기 십상이라 미분양된 것이다."

지방의 일부 분양 아파트는 청약 신청 '제로(0)' 사태를 빚었는데.

"최근 3년 동안 건축 자잿 값이 50% 이상 폭등하고 인건비도 크게 올라 결과적으로 분양가가 상당히 높아졌다. 지방의 경우 기존에도 미분양 물량이 꽤 남아 있었다. 최근 분양했거나 분양을 앞둔 상당수 단지는 이 같은 미분양 아파트에 비해 입지가 떨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분양가는 상대적으로 비싸게 책정됐으니 경쟁력이 떨어지고, 결국 미분양 사태로 이어지는 것이다. 시행사로선 공사비, 은행이자 등 비용을 상환하는 게 급선무다. 분양 흥행을 못 하더라도 계약금이라도 일부 받아 자금을 융통해야 한다. 시행사는 미분양이 예상되더라도 정상적인 사업 진행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분양을 강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무주택자, 1주택자 움직일 때"

김 소장은 앞서 '주간동아'와 인터뷰에서 "아파트 가격이 지난해 9~12월 저점을 통과했으며 2023년은 무주택자, 1주택자가 움직일 때"라고 진단한 바 있다. 이 같은 분석은 여전히 유효할까. 그는 "정부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유심히 보면 그렇다"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현 정부 들어서도 다주택자 관련 규제는 거의 완화되지 않았다. 반면 내 집 마련을 희망하는 무주택자나 '갈아타기'를 고려하는 1주택자를 가로막던 규제는 대부분 풀렸다. 가령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9억 원을 넘겨도 이제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무주택자가 일단 계약금을 모아 집을 산 후 대출로 갚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15억 원 이상 주택도 비규제지역은 집값의 70%, 규제지역도 40%까지 대출이 나오기 때문에 상급지로 갈아탈 길이 넓어졌다."

무주택자, 1주택자에게 입지 분석 팁을 준다면?

"직장과 집 사이에 출퇴근이 가능한 범위를 설정하고 그 안에서 부동산 미래가치가 오를 지역이 어디인지 봐야 한다. 앞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생기거나 광역 교통망이 들어서는 곳을 눈여겨봐야 한다. 쉽게 말하면 기존 도심에서 정비사업이 예정된 곳이나, 정부가 주도해 신도시가 생기는 지역이다. 특히 정비사업 예정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정부는 도시정비사업을 사실상 가로막는 정책으로 일관했다. 반면 현 정부는 도시정비사업을 가로막던 규제 장벽을 거의 다 없앴다. 신도시 개발은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에 방점을 찍은 것이 아닌가 싶다. 정비사업은 도시 기반시설이 갖춰진 지역의 아파트만 새로 다시 짓는 격이다. 허허벌판에 신도시를 조성하는 것보다 시간이 적게 든다. 게다가 추가로 필요한 기반시설은 재건축·재개발 과정에서 시행사나 조합의 기부채납으로 확보할 수 있다."

"내 집 마련, '최저가 매입' 강박 버려라"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 [동아DB]
서울 재건축·재개발 단지 진입 비용은 상당히 높은데.

"그런 점에서 국회에 계류 중인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이 통과될지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정비사업 속도를 빠르게 해주고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게 특별법 뼈대로, 통과되면 분당과 일산 등 1기 신도시 재건축이 탄력을 받게 된다. 1기 신도시의 유일한 단점은 아파트 대부분이 낡았다는 것이다. 그 점만 감수할 수 있다면 입지와 생활 기반시설이 잘 조성된 1기 신도시에서 '몸테크' 겸 실거주를 하며 재건축을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다."

집값이 추가 하락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단기투자자라면 집값이 급락할 경우 '손절매' 타이밍을 고민해야 한다. 투자가 아닌 실거주 목적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자신이 집을 산 후 시세가 떨어질 수 있지만, 당장의 목표는 보금자리 마련 아닌가. 가장 싼값에 주택을 매입해야 한다는 강박만 버리면 된다. 자신이 대출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적당한 입지의 아파트를 산 사람과 '기다리고 보자'며 일단 시장을 관망하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수년 후 어느 사람이 더 후회할까. 나는 후자라고 본다. 몇 년이 지나도 자신이 원하는 입지에 당장 가용한 돈으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일단 내 집 마련을 한 후 그다음 고민은 그때 가서 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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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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