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에다 초전도체 테마까지"…피해 속출[독버섯 같은 주식리딩방①]

이지영 기자 2023. 8. 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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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50대 여성 A씨는 2차 전지 관련 종목을 위주로 추전하는 한 유명 유튜버(배터리아저씨 사칭)의 권유로 단체 카톡방에 들어가게 됐다. 주식 리딩방이었다. 이 방엔 160여명의 투자자들이 참여하고 있었다. 리딩방은 투자자들이 500만원~수 천여만원에 이르는 투자금을 운영자에게 보내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A씨는 카톡방에 올라오는 높은 수익률에 혹해 2000만원을 운영자에게 보내 주식을 매입했다. 운영자가 매입했다는 종목의 주가가 오르자, A씨는 주식처분과 함께 투자금 회수를 요구했지만 운영자는 돈을 돌려주지 않고 있는 상태다. 운영자는 "자금세탁 문제고로 돈을 코인에 예치했다가 나중에 주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주식리딩방을 활용해 자신이 미리 사 둔 주식 종목을 추천해 주가를 띄워 차익을 남기는 등 개미투자자를 울리는 범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운영자들이 고수익률을 보장하면서 유료로 운영되는 일명 '리딩방'으로 유인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주식리딩방'이란 그룹채팅방에 모인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투자 자문을 하는 것을 말한다.

채팅방을 운영하는 자칭 '전문가'가 실시간으로 특정 종목과 매수목표가를 개인투자자에게 추천하며 매매를 유도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주식으로 명성을 떨친 슈퍼개미 혹은 주식관련 인플루언서가 카카오톡 텔레그램 인터넷카페 등을 통해 회원을 모집한 뒤 자신이 차명계좌로 선매수해 놓은 종목을 급등종목으로 소개해 매수세를 유인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주로 2차전지나 초전도체 등 시장에서 급등하는 테마주 위주로 종목을 추천하며 높은 수익률을 공개한다. 해당 종목의 가격이 오르면 리더는 보유주식을 매도해 부당이득을 얻지만, 리더의 추천에 따라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들은 손실에 대한 피해를 보상받을 방법도 없다.

주식리딩방은 오전 9시 증시가 열리는 순간 시작된다. 운영자가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을 통해 종목을 추천하고 매수해야 할 가격과 비중 등을 알려주면 채팅 참여자들은 각자 자신이 가진 자산 중 해당 비중만큼 매수한다. 채팅 참여자 중 일부가 높은 수익률을 공개하며 채팅방의 열기를 달군다. 주식 리딩방 피해자 카페에 올라온 전직 유사투자자문업체 직원의 증언에 따르면 대부분 참여자를 가장한 바람잡이다.

주식리딩방은 무료방과 유료방으로 나뉜다. 유료방은 무료방에 비해 제공되는 정보가 체계적이고 구체화 돼 있다. 무료방에서도 정보가 공유되긴 하지만 유료방에 비해서는 핵심 내용이 많이 빠져있다. 무료방 운영자는 유료방 회원들의 높은 수익률을 공개하면서 유료방 가입을 유도한다. 유료방 회원들에게는 고급 정보를 제공한다는 말을 덧붙인다. '50% 할인'과 '선착순 10명' 등 자극적인 말을 앞세워 투자자들의 지갑을 노린다.

이같은 리딩방이 활개를 치면서 소비자 피해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접수한 주식 리딩방 피해 관련 상담 건수는 2018년 7625건에서 지난해 1만8276건으로 2.5배나 증가했다.

유사투자자문업체 수도 급증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사투자자문업체 수는 2020년 1254개에서 올해 5월 2139개로 70%나 늘었다. '대박' 주식 정보를 주겠다며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검은 그림자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얘기다.

급기야 '슈퍼개미'로 불리는 유명 주식 전문가가 주가 조작에 관여해 '개미지옥'을 만든 사례도 등장했다.

슈퍼개미 B씨는 유튜브 방송을 통해 주식 종목을 추천하는 식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뒤, 자신은 해당 종목을 매도해 58억원의 부당이익을 취했다. 다수의 주식 전문방송에서 시황을 분석하며 전문가로 활동하던 C씨도 불구속 기소됐다.

상장 가능성이 없는 비상장 주식을 곧 상장될 것처럼 속여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안긴 '주식사기단'도 있다.

이들 주식 사기단은 과거 회원제 주식 리딩방을 운영하며 수집했던 개인 정보를 이용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 경제 TV' 등의 이름을 내걸고 전문 투자회사를 사칭했다.

운영자 D씨 등은 주식시장과 관련한 전문성이 없음에도 투자자전문가를 사칭하면서 미신고 리딩방에서 투자자들을 모았다. 이들은 상장 계획이 없는 3개 회사의 주식을 수개월 내 상장될 것이라 속여 864명의 피해자로부터 110억원을 가로챘다.

선행매매의 주체가 금융투자업자라면 자본시장법 제54조(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직무 상 알게 돼 정당한 사유 없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이용해선 안된다)의 규제를 받지만, 주식 리딩방이나 유튜브 채널에서 종목을 추천하는 사람들은 금융투자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식리딩방에 가입하기 전에 해당 업체가 금융감독원에 등록돼 있는 업체인지 반드시 확인해 봐야한다"며 "또 100%의 수익률이라든지 높은 적중률을 보장하는 과장된 약속을 한다면 의심을 가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w038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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