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악성민원' 규명 못한 교육당국…'용두사미' 조사 혹평
교직단체들 "새로운 사실 하나도 없어 허탈"
오늘 오후 2시 3차 집회…첫 구호 '진상규명'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교사의 교육할 권리를 화두로 끌어 올린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에 대한 교육 당국의 합동조사 결과가 발표됐으나 교직단체에서는 '새로운 사실이 하나 없다'는 반응이 많다.
교육 당국은 학교 당국이 최선을 다했으며 위법한 일은 없었다고 설명했으나 교직단체들은 책임소재를 가리는 조사가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당국은 학교의 대응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는지 따져 볼 기준이 될 매뉴얼조차 없었다는 점만 시인한 상황이다.
5일 교육계에서는 전날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에 대한 합동조사 결과를 두고 "기존에 알려진 내용과 차이가 없는 겉핥기식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초등교사 커뮤니티인 '인디스쿨' 한 이용자는 전날 '합동조사 결과를 보고' 글에서 "수사권 없는 교사에게 학교폭력이 터졌을 때 아이들 조사하게 하냐"라고 적었다. "수사기관이 아니라 행정기관이라 조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교육 당국의 입장을 비꼰 것이다.
유족과 소통해 오던 서울교사노조는 전날 성명에서 당국 조사 결과에 대해 "한 마디로 용두사미"라고 평가했다. 유족도 '조사 결과가 엉터리'라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노조는 "사전에 교육청 측에서 유가족에게 발표 내용에 대해 설명을 했다고 한다"며 "유족 측은 (당국의 합동조사) 내용을 납득할 수 없으며 이전에 국회에 보낸 자료보다 더 허술한 엉터리 자료라 호소하며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이 국회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에게 제출한 고인의 학부모 민원 관련 교내 상담 기록에는 당국의 발표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고인이 담임을 맡던 학급에서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가방을 연필로 찌르자 이를 막던 학생이 이마에 상처를 입은 일명 '연필사건'과 관련해 학부모 악성 민원이 있었다는 정황이 나와 주목을 받았다.
교육 당국은 조사 결과 연필사건이 존재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연필사건 외에도 다른 학생들의 문제 행동과 그에 따른 학부모 민원, 학기 말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업무 등으로 고충을 겪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학부모에게 고인의 개인 전화번호가 유출된 경위 ▲학부모가 고인의 담임 자격에 시비를 거는 등 폭언 유무 등은 밝히지 못했다. 고인이 민원에 시달렸지만 악성 민원인지 여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교육 당국은 고인의 휴대전화, 업무용 PC, 학급일지 등이 경찰에 넘어가 살피지 못했다며 경찰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행정기관의 조사와 강제력이 있는 수사기관의 역량은 다르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밝힌 일부 조사 내용 중에서는 이미 알려진 내용보다 후퇴한 대목도 있어 조사 결과에 대한 불만과 의구심을 더 키우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연필 사건이 발생한 날로부터 고인이 사망한 날까지 학부모와 고인 간 통화와 문자 메시지를 포함해 수회 정도 있었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이 쓰는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앱) 대화 내역도 조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교육 당국은 조사 결과에서 서이초 측이 연필사건을 '지난달 13일 학부모 간 면담 후 원만하게 종결됐다'고 처리한 이후에도 고인에게 학부모가 수차례 연락했는지 여부조차 규명해 내지 못했다.
서울교사노조는 "문제행동 학생, 연필사건 학부모 민원 외에도 다른 학급 운영상의 어려움도 조사해 달라"며 "전화번호를 동의 없이 취득하는 등 상식 밖의 민원에 대해서는 교육부·교육청 차원의 단호한 대처에 대한 입장도 밝혀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서이초 측의 대처를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고인의 '비선호 교실' 교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경위를 두고 학교장 등이 적절한 교육환경을 보장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예다.
문제의 교실은 한쪽 벽에 아예 창문이 없어 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데다 환기도 잘 되지 않았다.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고인이 교실을 바꿔 달라고 세 차례 요청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서울교사노조는 고인뿐만 아니라 해당 교실을 썼던 다른 교사들도 지난해에 교체를 요구해 왔다고 지적했다.
교육 당국은 조사 결과 '학교가 수업 여건이 좋지 않은 교실을 배정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무작위로 배정했다'고 밝혔다. 창문을 내거나 과밀학급 환경 속 대체교실 마련도 검토했으나 다른 교실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답을 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전날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학교에서는) 사안을 파악하고 처리하려는 노력은 나름대로는 있었다"며 "방치, 무시하거나 애써 외면한 정황이 명확히 확인된 것은 없었다"고 밝혔다.
'시스템의 부재'만 드러난 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장 차관은 "악성민원, 부적응 학생에 대한 생활지도 방법 등 매뉴얼이 부재했다"며 "문제행동 학생에게 (특수교육대상자와 같은) 개별 교육계획을 마련하면 좋겠지만 현재는 별도의 개별적 플랜(계획)을 갖고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진상규명 여부에 납득하지 못하는 여론이 많은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전국교사일동'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광화문에서 3주 연속으로 '교사와 학생을 위한 교육권 확보 집회'를 열 예정이다.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당국이 이달 중 마련하겠다고 한 교권보호 종합대책에 실효성 있는 방안이 담겨야 한다는 주장도 더 커질 전망이다.
'전국교사일동'은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에 게시한 성명에서 "고인의 일기에 힘들다고 드러난 상황들과 당일 아침까지도 수차례 이어진 통화기록, 학교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마지막을 선택한 것이 정말 아무 연관이 없다고 생각하는가"라며 "밝혀진 정황을 토대로 철저한 수사를 통해 한 치의 의문도 남지 않도록 해 달라"고 관계 당국에 촉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배우 송재림, 오늘 발인…'해품달'·'우결' 남기고 영면
- '살해, 시신 훼손·유기' 軍장교, 38세 양광준…머그샷 공개
- '성폭행범' 고영욱, 이상민 저격 "내 명의로 대출받고 연장 안돼서…"
- 최지혜 "3번째 남편과 이혼…남친과 4개월만 동거"
- [단독]'김건희 친분' 명예훼손 소송 배우 이영애, 법원 화해 권고 거부
- "마약 자수합니다"…김나정 前아나운서, 경찰에 고발당해(종합)
- '누적상금 237억' 박인비, 18개월 딸 공개 "골프선수 시키고파"
- '강석우 딸' 강다은, 파격 의상…"우아함 넘쳐"
- '인간사육장'에서 18년 지낸 34살 女…지정된 상대와 결혼까지
- '사기 의혹' 티아라 출신 아름, 딸 출산 후 넷째 임신(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