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엔 잠실역, 저녁엔 한티역… 무차별 '살인예고', 도대체 왜?
5일 뉴시스 보도 및 경찰청에 따르면 신림동 사건 이후 경찰에 접수된 온라인 상 살인 예고 글은 전날까지 27~28건 가량이다. 경찰은 이 가운데 5명을 붙잡았다. 경찰은 전국 시·도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인력을 투입해 나머지 글 작성자를 추적 중이다. 하지만 게시글 가운데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하거나 비회원으로 작성된 예고 글들이 다수라 신원 특정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살인 암시 예고 글은 지난 3일 발생한 서현역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잇따르고 있다.
사건 당일 오후 7시2분경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내일 아침 잠실역에서 20명 죽일 거다. 과연 너 따위가 나의 칼부림을 막을 수 있을까"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후 오후 11시경 역시 디시인사이드에 "내일 오후 10시에 한티역에서 칼부림 예정"이라는 글이 게시됐다. 이들 게시물은 현재 모두 삭제된 상태다.
다음 날인 4일 오전에는 '내일 모레 의정부역 기대해라'와 같은 제목의 범행 암시 글이 올라왔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집 앞에 폭탄을 설치했다' '용산에서 칼부림하겠다'는 내용의 글이 각각 올라오기도 했다.
경찰은 서울 강남·신논현·잠실·한티·신림역, 경기 오리·의정부역, 부산 서면역 등 이 같은 살인 예고 글이 올라온 다중밀집장소에 중점적으로 기동대 인력을 배치해 위력 순찰을 벌이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일명 '지라시'도 무분별하게 퍼져나가 시민 공포를 더욱 부채질했다. 이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포천 내손면 종합버스터미널 흉기난동 및 방화사고'라는 출처 불분명의 허위 글이 떠돌았다. 여기에는 '만취한 40대 성인 남성 1명 흉기로 위협 및 36명에 피해(중상 13명, 경상 16명, 의식불명 7명) 종합버스터미널 내 버스 12개 전소'라는 내용이 담겼다. 마치 소방당국 등 기관의 공식 발표 형식을 딴 이 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급속도로 공유됐다.
대구에서 'PC방 칼부림'이라는 게시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졌다가 경찰이 사실무근이라고 바로잡는 일도 벌어졌다. 게시글 내용은 "지난 3일 오전 3시 대구 PC방에서 칼부림 사건이 발생, 알바생과 손님이 말다툼 중 손님이 소지한 칼로 종업원에게 상해를 가하고 도주한 것으로 용의자 수색 중"이라는 내용으로, 최초 게시글은 삭제됐지만 한 번 공유된 글은 계속 퍼져나갔다.
불안감이 극에 달한 시민들이 일상생활 중 목격한 경찰관들의 일반 신고 사건 처리 모습까지 '흉기 난동'으로 오인, SNS 등을 통해 공유하는 일도 있었다. 전날 서울 강북구에서는 "칼부림이 났는지 구급차랑 경찰이 오고 난리났다"는 소식이 퍼졌는데 이는 자해를 시도하던 남성으로, 경찰에 의해 상황이 종료됐다. 서울 송파에서도 경찰관이 한 피의자를 눕혀 체포하는 모습이 사진에 담겨 '흉기 난동'이라는 제목으로 공유됐지만, 당시 경찰은 무면허 운전자 검거 중이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온라인에서 범람하는 살인 예고·허위 글이 공동체에 실질적인 공포감을 주는 것은 물론, 실제 모방범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도 우려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런 사건은 한 번 발생하면 감염되는 효과가 있다. 기존에 현실에 불만을 갖고 있던 이들에게 일종의 불만 표시 방식으로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라며 "장난으로 올린 글이 범죄로 이어지는 촉발제가 될 가능성이 있으니 경각심을 갖도록 수사기관 등이 의지를 갖고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예고 글 등으로 인해 조성되는) 범죄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 등 간접적인 피해가 심각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흉기 난동 사건들 못지 않게 엄중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민준 기자 minjun8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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