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지말자!할수있다!" '2002년생 천메시'의 당찬 독일전 63분 분투기[女월드컵 현장인터뷰]

전영지 2023. 8. 5.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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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하는 천가람<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사진제공=KFA

[브리즈번(호주)=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쫄지 말자! 할 수 있다' 생각했죠."

'천메시' 천가람(21·화천KSPO)은 당찼다. 첫 월드컵 선발 무대가 마냥 "설레고 재미있었다"며 반달 눈웃음을 지었다.

지난 3일 호주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H조 'FIFA 2위' 독일과의 최종전, 2연패 탈락 위기에 몰린 콜린 벨 감독의 선택은 '젊은 피'였다. 세계 최강 독일을 상대로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미래와 희망을 보여줄 영건들을 과감하게 기용했다. 케이시 페어가 '16세35일'의 한국 선수 최연소로 최전방에 나섰고, '2002년생' 천가람이 오른쪽 측면 공격을 맡았다. 2차전 모로코전 후반 43분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던 '15번' 천가람은 7분 남짓 짧은 시간에도 슈팅을 쏘아올리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첫 월드컵 무대가 "하나도 떨리지 않았다"고 했다. "국가대표의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막내라고 그 책임감이 적지 않다. 기회가 온다면 팀에 꼭 도움이 되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었다. 간절했던 첫 선발의 기회가 왔다. 스물한 살의 공격수는 패기가 넘쳤다.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며 기회를 만들었다. 그라운드를 휘저으며 최강 독일을 위협했다. 후반 알렉산드라 포프의 고공 헤더를 막기 위한 수비 필살기, 박은선과 교체될 때까지 63분간 쉼없이 치고 달리고 막으며 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인터뷰 하는 천가람<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천가람은 자타공인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미래다. 지난해 8월 코스타리카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인상적인 활약으로 '천메시'라는 별명을 얻었다. 벨 감독의 눈도장을 받아,지난해 11월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고, 올해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WK리그 화천KSPO에 입단, 올 시즌 화천의 리그 1위를 이끌고 있다. 첫 월드컵에서 1선발, 1교체출전을 기록했고, 최강 독일과의 무승부를 이끌었다. FIFA TV, 외신도 천가람을 인터뷰하며 관심을 쏟아냈다.

돌파하는 천가람<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최강 독일에 1대1로 비긴 후 만난 천가람은 담담하고 당당했다. "실점한 게 아쉽지만 이전 경기보다는 우리가 준비한 게 잘 나왔다. 앞으로의 희망을 볼 수 있는 경기였다"고 했다. "팬들이 믿고 계속 응원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고 울컥한다"면서 "저와 케이시가 첫 선발이었는데 헷갈리는 부분이 많았다. 언니들이 전술적으로 잘 이야기해주고 이끌어주셔서 잘 따라갈 수 있었다. 자신 있게 해서 조화가 잘됐다"며 언니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라운드에 들어서면서 어떤 생각을 했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쫄지말자!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독일 선수들이 피지컬이 좋지만 그건 안뛰어봐도 아는 사실이라 쫄지 않았다. 어떻게 살아남을까 생각을 미리했다. 어깨를 먼저 넣어 파울을 유도했고, 잘 들어맞았다"고 돌아봤다. "질 생각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이길 생각을 하고 갔다. 브리즈번의 기적을 만들자고 했다. 선제골을 일찍 넣으면서 5대0으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해보자, 해보자!'를 언니들과 계속 외쳤다"고 뜨거웠던 그라운드 분위기를 전했다. 롤모델 삼아온 '지메시' 지소연과 함께 월드컵에서 첫 발을 맞춘 '천메시'는 "확실히 언니는 경험이 많아서 내 스타일에 맞춰주는 플레이를 해주시더라. 밖에선 세대교체 왜 안하냐는 이야기도 하는데 언니같은 노련함이 필요하다"며 신구조화를 강조했다. 후반 18분 박은선과 교체 장면에 대해 그녀는 "최단신이 빠지고 최장신이 들어온 거니까"라며 웃었다. "더 뛰고 싶었고, 더 뛸 수 있었다. 아쉽긴 했지만 감독님의 교체가 당연히 이해가 갔다. 좋은 선택을 해주셨다. 앞으로도 신뢰를 주시면 언제든 보답할 자신 있다"며 당차게 답했다.

사진제공=KFA

'스물한 살' 천가람의 첫 월드컵, 독일전 첫 선발, 첫 승점은 어떤 의미일까. "우리가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선발로 뛰어보기도 하고 언니들이랑 우리나라를 대표해서 정말 간절함을 느끼면서 뛰었다. 언니들께 고맙고 믿어주신 감독님께도 감사하다. 더 잘하고 싶고 앞으로 여자축구를 이끌어갈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4년 후엔 꼭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하고 싶다."

천가람은 한국 여자축구의 현재이자 미래인 또래 동료, 후배 선수들을 향해 첫 월드컵의 메시지를 아낌없이 나눴다. 최강 독일전, 절망의 끝에서 '꺾이지 않는 정신'으로 희망 한줄기를 빚어낸 대표팀의 투혼을 나눴다. "모두에게 머지않은 길이다. 나를 롤모델 삼는 어린 친구들도 생겼다. 이 어린 친구들이 절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상황에서든, 절대로."
브리즈번(호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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