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2%, 생계급여 13% 상승…정부 엇박자 정책 왜 이러나 [나기자의 데이터로 세상읽기]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2023. 8. 5.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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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물가상승 2.4% 전망인데
생계급여는 물가 대비 5배 ↑
총선용 선심쓰기 정책 추정
文정부 최저임금 대폭인상으로
단기알바 구직자만 65만명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은 맞아
기초생활 노부부 月200만 가치
국민연금 가입자와 형평성 고려必
2024년도 기준 중위소득 및 급여별 선정기준 발표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심의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나기자의 데이터로 세상읽기- 31]

지난 7월엔 상징적인 두 가지 사건이 있었습니다.

최저임금은 역대 두번째로 낮은 2.5%(240원·2024년 최저임금 시급 9860원)가 올랐습니다. 반면 기초생활보장의 일환인 생계급여 지원기준은 역대 최대인 13.16%(4인 가족 기준 약 21만원)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이 두 가지를 놓고보면 매우 불합리한 상황입니다.

한국은행은 올해 물가상승률을 3.5%, 내년도 물가상승률을 2.4%로 전망했습니다. 내년도 기준으로 보면 최저임금 2.5% 상승은 물가상승률만큼 오른 거여서 실제 체감 임금상승률은 ‘0%’입니다. 반면 생계급여 지원기준은 물가상승률 전망치보다도 5배가 높습니다. 일부 댓글선 ‘과도하게 복지만 주고, 일하는 사람이 오히려 소외되고 있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과연 이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한걸음 더 들어가보겠습니다.

자영업, 최저임금 마지노선 1만2000원
최저임금 인상률이 적은 것에 대해 같은 노동자로서 ‘감정적’으로 보면 싫은 측면이 있지만 또 한편으론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최저임금이 시급 6470원(2017년)서 9160원(2022년)으로 40% 이상 올랐기 때문이죠. 때문에 인건비 부담에 허덕이고 있는 ‘자영업 노동시장’선 단기알바·무인매장 확산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2024년 최저임금 9860원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 이날 오전 결정된 최저임금에 관한 의견을 묻는 팻말이 놓여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9천620원)보다 2.5% 인상된 9천860원으로 결정했다.
단기 알바를 주로 알선하는 서비스 ‘급구’ 플랫폼에 따르면, 2022년 급구서 활동하는 구직자는 약 65만명으로 전년 대비 무려 75% 증가했습니다. 구인업체 역시 2019년~2022년 간 연평균 40% 이상이 늘어나고 있죠. 음식점(주방·서빙)이 51%, 편의점이 20% 등이 급구의 주요 고객이라고 합니다.

사업주는 인건비 아끼기 위해서 △단기알바 △ 1일 4시간 이하 알바 (휴게시간 미지급 가능) △ 특정요일 알바 (일이 몰리는 경우만 알바를 사용) 등을 주로 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편의점에선 ‘경력자’만 주로 뽑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죠.

신현식 대표는 이렇게 말합니다. “요새 편의점서는 인건비를 줄이려고 1일 알바 형태로 사람을 구하는게 대세입니다. 편의점 알바경험(매대진열, 결제 등)이 없으면 편의점 단기알바 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현장에 누구보다 가까이 있는 신 대표는 자영업주 입장서 중장기 채용을 할 수 있는 임금 마지노선이 시급 1만2000원(209시간 근무 월 급여 기준 250만원)이라고 말했습니다. 급격하게 올리는 것이 노동자한테 안좋다는 이야기죠. (구인하는 입장선 일자리가 줄어드니깐요)

만일 올해 인상률(2.5%)을 당분간 계속 적용할 경우, 시급 1만2000원은 2031년에야 달성이 가능한 수치입니다. 아직은 7~8년의 시간을 벌 수 있는 셈이죠.

저출산으로 인구구조가 바뀌면서 알바를 하는 주요연령대인 20대 숫자가 급감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아직도 구인수요는 많은 상황입니다. 알바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일자리인만큼 급격하게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듯 합니다. 무인매장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앞으로 3~4년 후까지는요.

생계급여 대폭 상승 … “근로의욕 떨어져”
오히려 정부정책 중 비판적으로 바라봐야할 부분은 ‘생계급여 대폭 상승’입니다. 물론 복지가 어려운 분들을 위해 필요한건 맞지만 그만큼 나중에 미래세대에 재정부담을 줄 수 있고, 근로의욕도 떨어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윤석열 정부 감세정책(종부세 등)으로 2023년부터 5년 간 64조원(국회예산정책처 추산치)의 세수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있을 정도인데, 가뜩이나 상승률을 제한할 복지분야서 높은 상승을 기록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률과 비교하면 ‘엇박자’가 유난히 심하게 보입니다. 아무리봐도 총선을 앞둔 선심성 정책으로 보이죠.

생계급여 상승 기사와 관련해 “최저임금 받으면서 누구는 월 200버는데, 수급자들이 받는 생계비·의료교육 에너지 관련 세제감면 등 고려하면 그정도는 되는듯 하다. 땀흘려 돈버는 근로의욕을 박탈하는 정책이다”라는 댓글이 인상 깊었습니다.

내년도 기초생활급여 선정기준 <보건복지부>
내년도 기준으로 한 번 따져보겠습니다.

근로능력이 없으신 65세 이상 노부부가 내년에 받는 생계급여는 약 117만(2인 가족 기준)입니다. 여기에 더해 이들 부부에게 지급되는 주거급여는 월 30만원(경기·인천 기준)입니다. 몸이 아플 경우 의료급여도 지원받습니다. 2021년 기준 의료급여 수급자는 약 151만명이고 의료급여 예산은 7조6805억원이었습니다. 수급자1인당 연평균 506만원, 월평균 42만원을 의료급여로 수령했습니다. 2명 기준으로월 84만원에 달합니다.

종합하면 근로능력이 없고 재산도 없는 기초생활수급 노부부는 내년에 약 230만원어치의 혜택을 나라로부터 받습니다. 이는 기초생활수급 혜택을 못보는 일반 노부부 가구보다도 윤택한 삶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가구 평균 순자산이 4억5000만원이었습니다. 만일 이를 주택연금으로 전환해도 월 100만원도 못받는 금액입니다.

국민연금 월평균 수령액도 61만원에 불과합니다. 노부부를 가정해도 120만원대입니다. 기초생활수급자 노부부의 내년도 생계비(117만원)랑 큰 차이가 안납니다. 국민보험료를 계속 납부한 자와, 그렇지 않은자의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겁니다.

기초생활수급 심사 과정서 재산을 보기 때문에, 수급자이신 노부부는 열악한 주거환경에 처해져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LH가 주거약자용 임대주택을 내놓고 있어서 이 부분도 혜택을 볼 여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설사 열악한 주거환경이 있다고 하더라도 평균적인 현금흐름은 기초생활수급자라고 일반 국민에 비해 지나치게 열악하다고 볼 순 없을 듯 합니다.

2021년 기준 기초생활수급자 가구유형별 현황 <보건복지부>
물론 노인가구만이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는건 아닙니다. 전체 기초생활수급자 중 노인가구 비중은 31%고, 장애인가구(14.4%) 소년소장가구(0.1%) 등도 있죠. 최소한의 삶을 유지시켜야 한다는 제도 취지상 어느 정도 기초생활 수급액이 보장되야 합니다.

다만 근로의욕 저하 이슈·형평성 문제 등이 있는만큼 적정 수준에서 올리는게 맞습니다.

그런 면에서 정부의 결정은 지나치게 ‘총선’을 의식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최저임금은 2.5%만 상승시킨데 반해 생계급여 기준은 13%, 모든 급여의 기준이 되는 중위소득은 6%나 올렸기 때문이죠. 정부의 엇박자 정책을 보면 정부 내 컨트롤타워가 없고 서로 따로따로 일을 처리하는구나란 인상을 강하게 받습니다. 공직에 있는 제 지인들 대부분이 호소하는 ‘리더십 부재’ 현상입니다. 대통령실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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