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의 은밀한 요금 인상과 약탈의 서막

김다린 기자 2023. 8. 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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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추적+ ➊ 빅테크의 배신
유튜브프리미엄 미국서 요금 ↑
요금 인상 공식 발표 하지 않아
넷플 계정 공유 제한 확대
독점 후 이용료 올리는 플랫폼
이용자 불만 커도 대체재 없어
요금 인상해도 수익은 증가
편의 내세운 빅테크의 배신

# 시시때때로 빅테크 플랫폼의 요금 인상 소식이 들려온다. 인플레이션으로 지갑을 열지 않는 이용자를 감안했기 때문인지 이 소식을 이용자에게 제대로 알리지도 않는 경우도 숱하다.

# 소비자가 반감을 품으면 등을 돌릴 수도 있는데, 빅테크 플랫폼은 왜 이런 위험한 행보를 띠는 걸까. 더스쿠프가 유튜브 등 플랫폼의 은밀한 요금 인상에 숨은 함의를 살펴봤다. 빅테크의 배신, 첫번째 편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사업자를 배제한 글로벌 빅테크가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7월 19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유튜브가 유료 서비스인 '유튜브 프리미엄'의 가격을 인상했다. 기존엔 월 11.99달러를 지불했는데, 앞으론 13.99달러를 내야 한다. 흥미로운 건 요금 인상 사실을 발표한 게 유튜브가 아니라는 점이다.

현지 매체가 먼저 유튜브 프리미엄의 인상 요금을 포착했다. 다만, 왜 서비스 가격을 올리는지, 인상 폭은 왜 2달러인지도 알 순 없었다. 외신들은 구글의 행보를 두고 "어떤 종류의 공식 발표도 수반하지 않았다"며 '조용한 인상(Quietly goes up)'이라고 꼬집었다.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은 국가별로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현재까지 유튜브가 요금을 인상한 국가는 미국만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외신은 곧 다른 국가까지 이를 확대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한국에선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하려면 월 9500원(부가세 포함 1만450원)을 내야 한다. 이 숫자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대형 플랫폼이 요금 같은 중요한 정책 변화를 급작스레 발표하는 건 낯선 일이 아니다. 지난 6월 말엔 캐나다에서 넷플릭스가 베이식 요금제를 폐지했다. 베이식 요금제를 이용하고 있는 이용자는 계속 이용할 수 있지만, 새 가입자는 베이식 요금제를 선택할 수 없다.

고객 입장에선 사실상의 요금 인상이나 다름없었다. 이 요금제가 광고를 보지 않고 콘텐츠만 볼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광고 없이 콘텐츠를 즐기려면 더 비싼 요금제에 가입하든가, 그게 아니면 광고를 의무적으로 봐야 하는 광고형 요금제를 선택해야 했다. 당시 넷플릭스는 공식적으로 폐지 이유를 밝히지 않다가 7월 20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할 때가 돼서야 "장기 수익을 최적화하기 위해 요금제를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엔 애플이 그랬다. 갑작스레 앱마켓 인앱결제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인앱결제는 소비자가 앱에서 유료 콘텐츠를 구매할 때 앱마켓 사업자가 개발한 내부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는 걸 뜻한다.

애플은 그간 '가격 티어제'란 독특한 인앱결제 가격 정책을 고수해왔다. 이모티콘이나 게임 아이템 가격을 애플이 미리 정해 둔 '티어' 내에서만 고를 수 있게 하는 정책이다. 가령 1티어는 1200원, 2티어는 2500원 식으로 인앱결제 가격을 책정하는 단위가 티어였다.

그런데 애플이 이 티어 가격을 일괄적으로 올리겠다고 공지했다. 1티어 가격은 1200원에서 1500원, 2500원이던 2티어는 3000원, 3900원이던 3티어는 4400원으로 변경하겠다는 거다.

애플이 이 내용을 통보한 건 2022년 9월 19일이었는데 적용 시점은 불과 2주 뒤인 10월 5일부터였다. 인앱결제 가격이 오르면 앱 내 콘텐츠 가격도 덩달아 상승한다. 이 짧은 기간에 시스템 내부에 인상안을 업데이트하고 콘텐츠 가격을 올려야 했던 개발사들은 소위 '멘붕'에 빠졌다.

글로벌 빅테크의 이런 행보는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요금 관련 정책 변화는 소비자에게 민감한 이슈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기업에 가격 인상은 '양날의 칼'이다. 제품 가격을 올렸다고 해서 수익성이 좋아지기만 하는 게 아니다.

요금을 인상했다는 이유로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 제품이 덜 팔리면 말짱 도루묵이다. 기습적인 변경은 오만하고 불친절하게까지 비칠 수 있는데, 이는 자칫 경쟁사에 점유율을 뺏기는 치명적인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구나 이들 글로벌 빅테크는 실적이 괜찮다. 글로벌 사회가 한번도 경험한 적 없는 가파른 인플레이션을 겪는 가운데 인상 여력이 적은데도 가격을 올리는 결정은 이용자의 저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유튜브가 미국에서 프리미엄 서비스의 요금을 기습적으로 인상했다.[사진=연합뉴스]

이렇게 뻔한 부담을 지고도 이들 빅테크는 왜 요금을 올리고, 기습적으로 정책을 바꾸는 걸까. 김병권 전 정의정책연구소 소장의 설명을 말을 들어보자. "플랫폼의 전형적인 약탈적 가격정책이다. 시장 진입 초기 경쟁자를 없애기 위해 손실을 볼 각오로 가격을 낮췄다가, 경쟁자가 사라진 뒤에는 가격을 인상해 손실을 회복하려는 것이다. 요금을 올리고, 정책을 변경하더라도 언제든 고객을 락인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을 때 이런 정책을 쓴다. 소비자는 이미 다른 대체 서비스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오른 요금표만 바라보게 될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해, 이미 해당 서비스의 점유율을 잠식한 상황에선 가격이 오르더라도 이용자가 서비스를 바꾸지 않으리라 자신하고 있다는 거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이같은 자신감을 가질 만한 실적을 발표했다. 넷플릭스는 올 2분기에 전세계에서 589만명의 새 가입자를 모았다. 전문가들이 예측했던 180만명보다 3배나 더 많은 수치였다.

넷플릭스가 전망을 웃도는 가입자 실적을 낸 비결은 '오징어게임' 같은 글로벌 히트작을 선보였기 때문이 아니다.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 제한 정책' 덕을 봤다고 설명했다. 이는 하나의 계정을 한 가구에서만 이용하도록 제한하는 정책이다.

과거 넷플릭스는 제3자와 계정을 공유하는 걸 허용했다. '사랑은 계정을 공유하는 것(Love is sharing a password)'이라는 글을 SNS에 올릴 정도로 독려했다.

덕분에 수많은 가입자가 넷플릭스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누릴 수 있었다. 가령 '스탠다드' 요금제에 가입하면 별도 계정 4개를 만들 수 있었고, 이들끼리 요금을 나눠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넷플릭스는 지난해 3월부터 남미 일부 국가에서 계정 공유를 제한하는 정책을 적용했다. 기존 계정에 같은 가구 구성원이 아닌 사람을 추가하려면 추가 요금을 내도록 한 것이다. 올해 5월엔 미국을 비롯해 100여개 국가로 확대했다.

넷플릭스의 갑작스러운 변심에 구독자들이 등을 돌릴 거란 우려는 컸다. 실제로 정책 변경 초기엔 미국 구독자들이 '#Cancel Netflix'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해 구독 취소를 인증하는 게 SNS에서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올해 2분기 북미에서만 117만명의 가입자를 새로 모았다. 추가 요금을 내고서라도 넷플릭스를 보겠다는 이용자가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이뿐만이 아니라 넷플릭스의 매출과 수익구조는 더 견고해졌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5.8%나 뛰었다. 넷플릭스의 2분기 주당순이익(EPS)은 3.29달러로,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2.86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넷플릭스는 특히 "계정 공유를 제한한 지역의 매출이 이전보다 늘었다"면서 "하반기에는 계정 공유 제한에 따른 수익이 본격화하면서 매출 성장이 더 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넷플릭스 입장에선 계정 공유 제한 정책 확대가 가격을 올리면서 판매량까지 끌어올리는 '두마리 토끼' 전략이었던 셈이다.

한국에서도 위상이 공고한 넷플릭스는 아직 국내에선 이 정책을 적용하지 않았다. 넷플릭스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오늘부터 우리는 나머지 국가에 계정 공유 유료화 조치를 다루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시점을 밝히지 않았다. 일정은 넷플릭스만 알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요금을 올린 유튜브 프리미엄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유튜브는 구글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방문자가 찾는 플랫폼이다. 유튜브를 대체할 만한 대안 서비스는 많지 않다. 이용자들은 요금 인상을 감수하고도 서비스를 유지할 거란 얘기다.

유튜브 프리미엄에 가입하면 '광고 없는 동영상 시청' '동영상 오프라인 저장' '백그라운드 재생' '유튜브뮤직 프리미엄' 등의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구글은 프리미엄 가입자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세계 각국에서 8000만명 안팎의 가입자를 확보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앱스토어 인앱결제 수수료를 인상하면서 뭇매를 맞았다.[사진=뉴시스]

앱스토어의 인앱결제 요금을 끌어올렸던 애플 역시 마찬가지다. 애플은 지난해 앱스토어로 총 1조1000억 달러(약 1452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대비 29.0% 증가한 수치다. 결과적으로 가격을 인상하거나 정책을 변경하는 게 이들 기업 경영에 해를 끼치지 않았다는 거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 교수는 "서비스 가치의 상승 없이 만만한 소비자에게 비용을 그대로 떠넘기는 건 부당한 일"이라면서 "제품 가치에 알맞은 가격이 아니란 인식이 퍼지더라도 대체재가 마땅치 않기 때문에 과점 플랫폼이 이용자를 이미 다 잡은 물고기 취급해도 벗어날 방법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플랫폼 사업자가 기습적으로 가격 정책을 바꾸는 게 단순히 락인전략이 성공했기 때문으로 봐야 할까. 또다른 이유는 없을까. 이 질문의 답은 '몸집 커진 빅테크의 배신' 두번째 편에서 찾아보겠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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