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라 느끼겠지만 이해해주길 바라" 후배들을 향한 표승주의 진심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의 아웃사이드 히터 표승주(31·182cm)는 후배들을 위해 '잔소리꾼'을 자처하고 있다. 팀의 에이스이자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맡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4일 경상북도 구미시의 박정희 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KOVO컵) 준결승전에서 KGC인삼공사를 세트 스코어 3 대 1(19-25, 25-19, 25-18, 25-19)로 제압했다. 결승 무대에 올라 통산 4번째 우승을 향한 도전에 나선다.
우승을 차지한 2016년 이후 7년 만에 결승 진출에 성공했는데 그 중심에는 표승주가 있었다. 표승주는 이날 블로킹 2개를 포함해 양 팀 최다인 25점으로 공격을 이끌었고, 공격 성공률 43.40%를 기록했다.
KOVO컵 개막 전 치른 연습 경기에서는 다소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인 IBK기업은행이다. 당시를 떠올린 표승주는 "연습 경기를 할 때는 되는 게 없어서 너무 괴로웠다"면서 "경기 때보다 지금 이러는 게 낫다고 생각하면서 대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회 일정에 돌입한 뒤에는 거침 없는 상승세를 보이며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표승주는 "(박)민지와 (육)서영이 등 연습 경기에 안 뛰었던 선수들이 너무 잘해줘서 고맙다"고 전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세터 김하경을 중심으로 빠른 배구를 선보였다. 표승주는 "빠른 배구는 팀의 전술인데, 공격수들이 이에 맞춰 움직이면 힘이 안 들어가고 블로킹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김)하경이가 대회 내내 토스를 잘 올려주고 있다"고 칭찬한 뒤 "내일까지 더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이번 대회에서 표승주는 만점 활약을 펼치고 있다. 준결승까지 총 4경기에서 85점으로 활약, 70점을 기록한 강소휘(GS칼텍스)를 제치고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오는 5일 GS칼텍스와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할 경우 표승주가 MVP(최우수 선수)를 수상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표승주에겐 MVP보단 팀의 우승이 더 중요했다. 그는 "우리가 이기는 데 집중을 하고 있고, MVP는 이기고 난 뒤 생각할 문제"라면서 "일단 선수들을 잘 추스리고, 내일 경기도 재미있게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표승주는 태극 마크를 달고 지난달 2일까지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일정을 소화했다. 이후 쉴 틈 없이 곧바로 소속팀에 합류해 훈련에 임했다.
그만큼 체력 부담이 심할 터. 하지만 표승주는 "힘든 부분이 많지만 안 할 수는 없다. 힘든 순간을 잘 이겨내면 더 좋은 순간이 올 것"이라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어 "선수들이 다같이 똘똘 뭉치는 느낌이 든다"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끝까지 준비를 잘해야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경기 전 KGC인삼공사 고희진 감독은 표승주가 목적타 서브의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표승주는 주로 상대의 타깃이 되는데 "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웃어 넘겼다.
표승주는 "IBK기업은행에 온 뒤 목적타를 많이 맞아서 걱정이 컸다"면서도 "이제는 그냥 매 경기 일어나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딪히고 이겨내면서 더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인 것 같다. 좋게 생각하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팀 내 고참급 선수인 만큼 마지막까지 후배들을 잘 이끌어야 한다는 중책을 맡고 있다. 표승주는 "후배들에게 좋은 얘기보단 안 좋은 얘기를 더 많이 하는 것 같다"면서 "후배들이 잔소리라 느낄 수 있지만 나는 지금처럼 계속 할 생각이다.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후배 육서영은 표승주의 잔소리를 오히려 반겼다. 그는 "잔소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오늘도 1세트에서 안 풀렸을 때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설명해주셔서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표승주는 팀의 에이스는 물론 멘토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그의 선한 영향력이 마지막 결승전에서도 빛을 발할지 지켜볼 일이다.
구미=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startjo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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