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생명 구하는 전화"…10년째 수화기 드는 소장님
(인천=연합뉴스) 송승윤 기자 = 10년 넘게 수화기 너머로 인천시민들의 마음을 돌보는 이가 있다. 바로 박미희(51) 인천생명의전화 소장이다.
인천생명의전화는 가정사나 개인적 문제, 실직 등의 문제로 우울감을 느끼거나 괴로운 이들이 언제든 전화해서 상담받을 수 있는 전화상담 기관이다.
박 소장은 우연한 계기로 상담 분야에 발을 들였다. 10여 년 전인 2011년 개인적인 문제로 어느 상담 기관을 찾아갔고 그때 했던 상담이 큰 도움이 됐다.
박 소장은 5일 "사람은 누구나 힘든 일을 겪을 수 있는데 당시 받았던 상담을 통해 나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며 "이후 상담이 한 사람의 가치관과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일이란 걸 알게 됐고 이 일에 빠져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2년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실습을 나왔다가 후원자가 됐고, 아예 직원으로 일하다가 5년 전부터 소장을 맡게 됐다"며 "비영리 민간단체라 늘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여러 후원자와 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 전화하는 이들은 주로 힘든 상황에서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려 하는 이들이다. 장모와 갈등을 겪는 사례부터 취업이 안 돼 힘들다는 사람까지 다양한 이들의 고민이 이곳으로 모인다.
이야기를 듣기만 하는 데서 그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할 경우 전공 상담자를 통한 대면 상담을 하거나 힘든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도움도 준다.
박 소장은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내담자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치아가 2개밖에 안 남았었다"면서 "몸의 건강이 회복돼야 마음의 회복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사정을 후원자들에게 알리고 모금을 해 틀니를 맞춰 준 사례도 있다"고 했다.
생명의전화 상담원은 대부분 본인의 시간과 돈을 들여 상담을 통해 봉사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다. 이곳에서 상담원으로 봉사하기 위해선 60시간의 상담 교육을 이수하고 100시간 이상 봉사활동을 한 뒤 최종적으로 시험까지 마쳐야 한다.
이 과정을 거쳐 수료증이 나와야만 상담원 자격이 주어진다. 힘든 이들의 상황을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하고 남을 알기 위해 나를 올바로 알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 같은 기준을 세웠다.
전국에 있는 17개 생명의전화 지부 중에선 인천생명의전화 상담실이 8개로 가장 많다. 지금까지 3천명 넘는 상담원을 배출했고, 100명의 상담원이 돌아가면서 상담 업무를 한다.
월평균 800∼900여건의 전화를 받는데 개소 이후 지난달까지 진행한 상담 건수가 2만108건으로 최근 2만건을 돌파했다.
이처럼 활발한 상담 체계를 갖추게 된 데는 박 소장의 공이 컸다. 3년 전부터 상담업무가 노인 일자리 사업 사회공헌활동으로 인정받아 지원이 가능해졌는데, 박 소장의 고군분투 덕에 30명의 인력이 추가됐다.
박 소장은 "여전히 빠듯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백방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을 알아봐 이제 강사료와 사업비 등은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고 웃어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점이 많다. 거의 모든 운영 예산이 후원금으로 충당되는데 사회복지법인으로 인정받지 못한 탓에 제한적으로 후원을 받을 수 있어서다.
박 소장은 "사회복지법인의 지위를 가지면 기업 등의 후원을 받기가 훨씬 용이해진다"며 "국가 역시 30년 이상 뜻을 이어오며 운영한 단체에 대해선 최소한 직원 1명 인건비 정도라도 지원해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털어놨다.
박 소장은 끝으로 "힘든 시기는 누구나 올 수 있으니 힘든 일을 겪을 때 최소한 누군가의 도움을 거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우리는 늘 열려 있으니 혼자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어떻게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달라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1985년 설립된 인천생명의전화는 40년 가까이 미추홀구 주안동 현재 자리에서 시민의 심적 안식처 역할을 하고 있다.
인천에서 한국생명의전화 대표번호인 '1588-9191'에 전화를 걸면 인천생명의전화로 자동 연결된다.
kaav@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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