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안된 새만금 잼버리, 참가국 신뢰 잃었다…英 “4500명 대원, 호텔로 옮길 것”
英, 4500명 행사장 철수… 호텔行
시민단체, 대회축소·중단 촉구
극한 폭염 탓 온열질환 잇따라
부모 달려와 자녀 데려가기도
일부 해외 참가자 퇴소해 귀국
해파리 쏘여 병원 긴급 이송도
주최측 “참가자 설문조사 결과
61%가 만족… 불만족 8% 그쳐”
尹대통령 “모든 부처 총력 해결”
예비비 투입 등 폭염 대책 발표
참가국 우려에 외교부 TF 가동
정치권 “준비 부실” 지적 쏟아져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개영 이후 4일 0시까지 전북 부안군 하서면 새만금 잼버리 야영지를 찾은 프로그램 참가자는 총 155개국 3만9304명으로 집계됐다. 아직 3개국 4000여명이 야영장에 도착하지 않은 것이다. 또 일정대로 야영지에 숙영하며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해외 참가자 2명은 퇴소해 귀국했다. 아직 공식 집계되지 않았으나 공식 퇴영 절차 없이 부모들이 현장을 찾아 자녀를 집으로 데려간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회 참가 신청자는 총 158개국 4만3000여명이며, 이 중 조직위에 당초 불참을 통보한 이는 한 명도 없다고 조직위는 밝혔다.
낮 최고기온이 35도에 육박하는 덥고 습한 야영지 생활이 지속되면서 병원을 찾거나 이송되는 참가자들이 늘고 있다. 온열질환자는 전날 138명이 추가로 발생해 모두 1130명으로 늘었다.
코로나19 확진자도 대회 사흘간 내국인 5명과 외국인 23명 등 28명이 나와 확산 방지에 비상이 걸렸다. 이 중 내국인은 귀가 조처됐다. 영외 해양활동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 부안 고사포 해수욕장에서는 칠레 등 해외 참가자 5명이 독성을 지닌 해파리에 쏘여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대회 조직위는 온열질환자 발생에 대비해 이날 냉방 시설을 갖춘 ‘뮤트댄스’, ‘신생에너지’ 등을 제외하고 햇볕에 직접 노출하거나 활동량이 많은 모든 영내 프로그램 운영을 중단했다.
조직위는 행사 운영에서 미숙을 드러냈다. 온열질환자 속출로 안팎의 우려가 커지자 전북의사회는 전날 전북도 요청으로 의료 자원봉사 인력을 꾸려 현장에 파견하려 했지만, 조직위는 상시 근무 인력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들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언론을 통해 대회 진행 상황을 세계와 소통하기 위해 잼버리 대집회장(델타구역)을 대상으로 한 취재 기회 제공도 허용·불가를 번복하면서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애써 외부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모습이다. 제이컵 머리 세계스카우트연맹 국장(공동 종합상황실장)은 “최근 35도가 넘는 고온다습한 기온이 지속해 참가자와 봉사자 등 모두가 행사 진행에 어려움이 있으나, 대부분 대단히 좋은 시간을 보내고 충분히 즐거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은 근거로 대회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제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61%가 운영에 대해 만족도를 나타냈고 불만족은 8%에 그쳤다. 실제 이날 야영지 내 델타구역에서 만난 야영객들은 각국 청소년들과 새롭게 친구를 맺으며 무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친목을 다지며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는 등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버스를 타고 전주, 익산, 군산, 무주, 순창 등 14개 시군을 찾아 전통문화체험에 나선 대원들은 도예배우기, 순창 고추장 떡볶이 만들기 등을 즐기며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온열 증상자를 위해 냉방 시설과 침상을 갖춘 휴식용 버스 5대를 확보해 2대를 먼저 현장에 배치했다. 에어컨을 가동하는 쿨링 버스 130대를 추가로 배치하고 의사 23명도 추가로 투입한다. 숙영 편의 시설 개선을 위해 샤워장·화장실 청소 인력을 기존 70명에서 542명으로 늘리고 이동식 화장실 50개를 추가로 설치한다.
일부 의료계와 전북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잼버리 대회를 대폭 축소하거나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전날 여성가족부 등 관련 부처와 한국스카우트연맹 등에 공문을 보내 “온열질환은 뜨겁고 습한 환경에 장시간 노출돼 오심, 구토, 어지러움, 의식 변화, 실신, 근육 경련 등의 증상뿐 아니라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의학적 문제”라며 “세계 청소년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즉각 잼버리 대회를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온열 환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정부가 4일 예비비를 투입하는 등 폭염 대책을 쏟아냈다. 영국, 미국, 캐나다 등이 주한대사관을 통해 우리 정부에 안전 조치를 확인하고 있는 데다 외신 또한 피해 상황을 잇달아 보도하자 부랴부랴 조치에 나선 것이다. 대규모 국제 행사 준비가 미비했다는 지적이 쏟아지면서 정부가 ‘뒷북 대책’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부터 6일까지 잼버리 야영장에서 숙영하기로 했다. 이 장관은 “정부가 나서서 스카우트연맹본부와 합심해 잼버리 행사 운영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은 이날 대회 현장에 지원 병력을 투입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군의관을 비롯한 의료 인력 40여명과 안내 및 지원 장병 200여명이 투입된 상태”라고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잼버리 영지에 설치된 잼버리 병원을 직접 찾아 의료 대응 상황을 점검했다
여당도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정부 관계자와 대책을 논의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브리핑에서 “전기 공급 용량을 증설하고 쿨링 텐트·버스를 신규 공급하겠다”며 “온열 환자 발생 시 대응력 제고를 위해 추가 의료 인력과 물자를 즉시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각국 공관과 외신에 정부 조치를 상세히 설명해 외국 정부나 참가자 부모 우려를 해소하도록 조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의 국적국들에서 우려가 쏟아지자 외교부도 비상이 걸렸다. 외교부는 2차관을 반장으로 하는 잼버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24시간 가동키로 했다. 주한 외교단과 잼버리 조직위 사이에 소통을 지원하려는 것이다. 이날 오후 홍석인 공공외교대사가 주한 외교단의 우려를 해소하고 조치 사항을 공유하기 위해 개최한 브리핑에는 23개 국가가 몰렸다.
정치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잼버리 대회 준비 부실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관련 긴급회의에서 “올해 이상기후로 폭염이 예고된 바 있고, 그늘이 없는 간척지에서 이뤄지는 행사인 만큼 더욱 철저히 대비했어야 했는데도 현장 상황이 매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부안=김동욱 기자, 유태영·김승환·이현미·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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