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제르 쿠데타 계기로 反佛 정서↑…마크롱 아프리카 정책에 먹구름[딥포커스]
무장세력·쿠데타 제압 실패, 러 바그너에 의존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서아프리카 니제르에서 발생한 쿠데타를 계기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추진해 온 아프리카 대외 정책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말리와 부르키나파소에 이어 니제르까지 군부가 권력을 잡으면서 프랑스군 철수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이 '쿠데타 벨트'로 불리는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서 마지막 남은 보루로 분류된 니제르에 최근 '다걸기'를 했던 터라 이번 쿠데타는 프랑스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AFP 통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니제르 쿠데타 발생 나흘만인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프랑스의 국가 이익에 대한 어떠한 공격도 용납하지 않겠다"며 자국군과 기업에 대한 공격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일 니제르 내 민간인 탈출 작전을 수행한 프랑스 국방부는 군 병력 철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니제르 군부도 아직까지는 양국간 방위협정에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은 상태다. 그러나 니제르 군부가 국가 권력을 서서히 장악해 가면서 프랑스군 철군은 시간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프랑수아 골메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 연구원은 AFP에 "마크롱 대통령이 말리와 부르키나파소의 쿠데타 이후 니제르에 프랑스군을 재배치한 것은 오판이었다"며 과도위원장에 임명된 "압두라흐마네 치아니 장군이 계속 자리를 지킨다면 니제르에서의 프랑스군 철수는 불가피하다"고 짚었다.
프랑스는 지난 2013년 말리 정부의 요청에 따라 2500명의 군대를 수도 바마코에 파견한 것을 계기로 과거 식민국이었던 말리,부르키나파소, 차드, 모리나티, 니제르와 방위협정을 체결했다. 이를 토대로 각국에 주둔하며 사헬 지역의 이슬람 무장세력을 소탕하는 '바르칸 작전'을 벌여왔다.
바르칸 작전은 말리 수도 바마코에 진격한 이슬람 무장세력을 성공적으로 격퇴하는 등 나름의 성과도 거뒀다. 덕분에 이 지역에 주둔한 프랑스군은 한때 5100명까지 늘어날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2020년 말리를 시작으로 지난 3년간 차드와 부르키나파소에서 연이어 쿠데타가 벌어지면서 현재는 2500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말리와 부르키나파소 군부가 2022년 8월과 2023년 2월 프랑스와 방위협정을 파기함에 따라 프랑스는 쫓겨나듯 주둔 병력을 철수시켰다. 그러나 마크롱 정부는 이들을 모두 귀환시키는 대신 일부는 니제르에 재배치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 결과 니제르에는 1500명의 병력이 상시 주둔하며 서아프리카 거점 기지로 부상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프랑스 정부는 (니제르 수도) 니아메를 거점으로 삼아 서아프리카 지역 이슬람 무장세력과 싸웠다"며 "니제르 쿠데타로 아프리카 군사전략 전체가 큰 타격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니제르에서도 철수하면 프랑스군은 차드 병력 1000명 정도만 남게 된다.
사실 큰 틀에서 봤을 때 프랑스의 아프리카 정책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프랑스 식민지 독립 후 태어난 최초의 국가원수인 마크롱 대통령이 '평등 외교'를 표방해 왔기 때문이다. 취임 첫해인 2017년 그는 부르키나파소 수도 와가두구에서 "아프리카에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겠다"고 연설하며 프랑스-아프리카의 새로운 국면을 열겠다고 다짐했다.
다짐은 실천으로 이어졌다. 2019년 식민지 잔재란 비판을 받던 서아프리카 8개국 지역 공용화폐 '세파프랑'을 폐지했다. 같은 해 르완다 대학살 책임을 인정하고 과거사 재조사를 지시했다. 지난해 파리 박물관에 보관된 약탈 문화재를 베냉과 세네갈 정부에 반환했다. 올해에는 3월 그는 아프리카의 프랑스 개입을 의미하는 '프랑카프리크'가 끝났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친러 성향의 군부가 잇달아 쿠데타에 성공하면서 프랑스의 입지는 점차 약화됐다. 지난 2022년을 끝으로 바르칸 작전을 공식 종료한 프랑스가 이슬람 무장세력 소탕에 손을 뗀 사이 쿠데타 군부는 러시아 민간용병기업(PMC) 바그너그룹을 끌어들였다.
말리와 부르키니파소 등지에서 바그너가 치안을 담당하자 주민들의 대외 인식도 바뀌었다. 독일 싱크탱크인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이 올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9%는 러시아가 안전보장을 제공해야 한다고 답했다. 더 이상 프랑스에 기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진심이 주민들에게 진정성이 없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골메 연구원은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후 5년간의 첫 임기 동안 아프리카 정상들과 만날 때마다 오만하다는 비판을 계속 받아왔다"며 "여전히 군사기지와 개발 원조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주민들은 (마크롱의) 말과 행동에 괴리가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니제르 쿠데타를 지지하는 수백명의 시민들은 3일 독립 기념일을 맞아 니아메 광장에 모여 일제히 프랑스군 철수를 외쳤고 일부는 러시아 국기를 휘둘렀다. 지난주에도 시위대는 니아메 주재 프랑스 대사관 인근에서 가두행진을 벌였다. 이코노미스트는 "니제르 쿠데타로 프랑스의 아프리카 접근 방식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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