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영의 케해석] 5년만에 돌아온 인피니트, 독립 후 첫 앨범서 '잘하는 것' 내려 놓은 이유
가요계에서 주목할 만한 아이돌과 아티스트, 허지영 기자가 케-해석 해봤습니다!
지난해 소녀시대와 카라 등 2세대 걸그룹이 활약한데 이어 올해는 2세대 보이 그룹의 활약이 눈부시다. 그 중에서도 뚜렷한 정체성과 더불어 특별한 사연으로 눈길을 끄는 그룹이 있다. 바로 인피니트다. 이들은 소속사를 나와 리더 김성규를 대표로 한 새 기획사 ‘인피니트 컴퍼니’를 세우고 이번 앨범의 A부터 Z까지 책임졌다. 이 과정에서 전 소속사인 울림엔터테인먼트가 인피니트 상표권을 무상으로 양도해 훈훈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멤버들이 소속사를 떠나거나 심지어 해체를 해도 소속사가 그룹 이름 상표권을 쥐고 있어 분쟁으로 까지 이어지는 가요계의 현실에서 일어난 기적이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5년 만에 돌아온 인피니트. 모든 것을 자신들의 손으로 결정할 수 있는 지금, 그들은 팬들에게 무엇을 가장 보여주고 싶었을까. 지난달 31일 발매된 인피니트의 신보 ‘비긴(13egin)’의 곳곳에 스며든 멤버들의 메시지를 읽어내 봤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각 잡힌 퍼포먼스 대신 = 인피니트의 정체성은 강렬하다. 데뷔 때부터 프로듀싱팀 스윗튠(한재호·김승수)과 짝꿍처럼 작업하며 3세대 아이돌 중에서도 '명곡 맛집'으로 불린다. 'BTD', '내꺼하자', '추격자', '파라다이스', '라스트 로미오' 등 인피니트가 추구하는 음악은 중독성 있는 멜로디, 빠른 비트, 성규의 찌르는 듯한 보컬, 각 잡힌 퍼포먼스와 가사말 등이 특징이다. 히트곡 '내꺼하자'는 인피니트의 칼군무를 살려주는 파워풀한 신스팝 멜로디가 돋보였으며, '파라다이스'는 드라마틱한 곡 전개와 풍부한 현악기 음이 인상적인 곡이다. '라스트 로미오'는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고전 작품과 드럼·베이스·기타 등 리얼 사운드의 결합으로 인피니트만의 '비장미'가 돋보이는 수작으로 꼽힌다.
그에 반해 이번 곡은 제법 여백이 느껴진다. 공식적인 곡 설명은 이렇다. '인트로부터 흥미롭고 중독되는 인스트로 귀를 사로잡음과 동시에 독특한 진행과 프로덕션이 눈에 띄는 곡'. 인피니트는 '섹시한 향수' 같다고 곡을 표현했다. 그들의 설명대로다. 이전의 인피니트의 노래에 '비해' 여백이 느껴질 뿐이지, 곡은 세련된 전개와 중독성 있는 멜로디를 가지고 있다. 후렴구의 묵직한 비트와 멤버들의 부담스럽지 않은 보컬이 귀에 자연스럽게 감긴다. 곡 분위기를 고려해 랩은 과감하게 배제했다.
5년 만의 중요한 컴백이다. 정체성을 한껏 살려 그리운 인피니트의 맛을 대중에게 각인시킬 수도 있었지만, 멤버들은 심사숙고 끝에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다만 인피니트를 오랫동안 그리워한 팬들을 위해, 정체성을 유지하며 새로움을 보여주기 위해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건재함 지키려다 진부해진다" 13년차 아이돌의 고민 = 리더 성규는 앨범 발매일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어떻게 우리의 색을 잘 간직하면서 트렌디를 보여줘야 할 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새로운 인피니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뉴 이모션즈'는 100여 곡의 샘플링 중 유일하게 '이튿날에도 귀에 맴도는 멜로디'를 가진 곡이다. 늘 하던 웅장하고 꽉 찬 음악성을 내려놓은 이유는 곡이 가진 강한 중독성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멤버들의 의견이 합치된 결과였다. 동우는 "건재함을 지키려다 진부함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인피니트스러운' 분위기를 그리워하는 팬들은 어떻게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까. 수록곡 중 눈여겨볼 곡은 '시차'다. 인피니트 멤버들이 꼽은 '가장 인피니트스러운 곡'이다. 가사 전체가 한국어인 점, 명확히 나눠진 브릿지와 사비 등이 그렇다. 성규는 기자간담회에서 "인피니트의 정체성 중 '록 발라드'를 빼놓을 수 없는데, '시차'라는 곡이 딱 '마주 보며 서 있어' 같은 인피니트표 서정적 록 발라드 장르다"라고 추천했다.
5년 만의 컴백, 13년 만의 도전, 회사 설립 후 첫 음반, 이번 신보는 인피니트 그들에게도 중요한 작품이다. 멤버들은 데뷔 후 처음으로 그들의 앨범을 '빚었다'. 다소 수동적으로 곡을 받고, 스케줄을 수행하던 10년 전의 마음은 어느새 100곡의 데모곡을 직접 들어보는 정성으로 발전했다. 멤버들의 마음가짐에 따라 팬들의 사랑도 더욱 깊어졌다. 5년이라는 긴 여백기가 있었지만, 컴백을 맞아 여는 공연 '컴백 어게인(COMEBACK AGAIN)'은 초고속으로 전석 매진을 기록해 시야제한석까지 동원된 상태다.
멤버들은 인피니트 컴퍼니를 주축으로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우현은 "이름을 걸고 만든 회사다. 괜히 회사를 차린 게 아니다. 제대로 해 보이겠다"고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20대에도, 30대에도 인피니트"를 외치는 이들이 보여줄 성숙한 인피니트의 2막이 기대된다.
허지영 기자 heo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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