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인천공항 찾는 노인들…"쉼터 vs 대한민국 얼굴" 엇갈린 시선[르포]

홍찬선 기자 2023. 8. 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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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의 한낮 기온이 36도를 넘나드는 폭염을 피하기 위해 인천공항을 찾는 노인들의 수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주춤했던 이른바 공캉스(공항+바캉스)를 보내려는 65세 이상 노인들이 다시 인천공항을 찾는 것인데 노인 쉼터라는 긍정적인 면과 국가 관문공항에서 너무한 것 아니냐는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이날 공항철도에 따르면 지난달 인천공항 1,2터미널역에 하차하는 65세 이상 노인은 하루 평균 133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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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캉스(공항+바캉스) 보내려는 65세 이상 노인들
서울과 인천 등에서 공항철도 타고 인천공항 도착
지난달 65세 이상 공항철도 승객 일 평균 1330명
한 낮 기온 36도 인데 반해 공항 내 온도 24도 쾌적
"공항서 시간 보내는 것 부정적으로 보지 말았으면"
돗자리 깔거나 벤치에 누워 휴대폰을 보는 노인도
"자리 다툼과 정치적인 대화로 말다툼도 자주 발생"
[인천공항=뉴시스] 홍찬선 기자 = 36도를 웃도는 폭염이 계속된 4일 오전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전망대에서 어르신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3.08.05. mania@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홍찬선 기자 = 수도권의 한낮 기온이 36도를 넘나드는 폭염을 피하기 위해 인천공항을 찾는 노인들의 수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주춤했던 이른바 공캉스(공항+바캉스)를 보내려는 65세 이상 노인들이 다시 인천공항을 찾는 것인데 노인 쉼터라는 긍정적인 면과 국가 관문공항에서 너무한 것 아니냐는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지난 4일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과 입국장에는 하계 성수기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가거나 도착하는 승객들로 연일 북새통을 이뤘다.

이 중에는 여행용 가방 없이 공항 터미널을 걷는 어르신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들은 푹푹찌는 듯한 폭염을 피해 공항을 찾는 65세 이상의 노인들이다.

특히 65세 이상은 무임승차가 가능하기 때문에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 공항철도를 이용하고 있다.

이날 공항철도에 따르면 지난달 인천공항 1,2터미널역에 하차하는 65세 이상 노인은 하루 평균 1330명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일평균 여객 1003명과 비교해 32.6%가 증가한 것이다

최근 한낮 기온이 36도를 넘나드는 반면 인천공항의 평균온도는 24~26도로 유지돼 쾌적하다. 이 때문에 인천공항을 찾는 어르신들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공항을 찾는 어르신들은 주로 공항 승객들이 밀집된 출국장과 입국장이 아닌 전망대와 공항버스와 정부합동청사 연결 지역인 교통센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인천공항=뉴시스] 홍찬선 기자 = 36도를 웃도는 폭염이 계속된 4일 오전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전망대에서 어르신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3.08.05. mania@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오후 2시께 인천공항 2터미널 4층 전망대에도 어르신 20여명이 창밖에 뜨고 내리는 비행기를 보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인천 계양에서 왔다는 70대 김 모 씨는 "출근 시간을 피해 오전 10시께 거의 매일 오고 있다"며 "같이 온 일행들과 얘기도 나누고 비행기도 보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이날 딸과 일본에서 입국했다는 80대 어르신은 "공항에 노인이 이렇게 많은지 미처 몰랐다"며 "연일 폭염에 갈 곳 없는 노인들이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지 말았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밖에서 노인들이 폭염에 시달리는 것보다는 시원한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는 편이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곳 교통센터 지하 공항버스 탑승구와 1층 정부합동청사 연결 통로에서도 수많은 어르신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인천공항=뉴시스] 홍찬선 기자 = 36도를 웃도는 폭염이 계속된 4일 오전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전망대에서 어르신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3.08.05. mania@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아예 돗자리를 깔거나 벤치에 누워 휴대폰을 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일부 어르신들은 집에서 싸 온 음식을 나눠 먹기도 했다.

이런 모습을 본 노인들 사이에서도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다.

80대 최 모 씨는 "인천공항이 대한민국의 얼굴인데 신발까지 벗어가며 음식을 먹거나 영업 중인 카페의 의자까지 차지하고 있는 모습은 보기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공항 내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도 "어르신들이 무더위를 피해 공항을 찾는 것은 이해 할 수 있지만, 어르신 간의 자리다툼과 정치적인 대화로 말다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인천공항=뉴시스] 홍찬선 기자 = 36도를 웃도는 폭염이 계속된 4일 오전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교통센터에서 어르신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3.08.05. mania@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인천공항공사는 인천공항을 방문한 어르신들에 대해서는 일반 여객이나 환송객에 준하는 안전 관리를 실시해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인천공항 제1, 2여객터미널에 구급 대기실을 상시 운영하고 있으며 위급 상황 발생시 5분 내에 현장에 출동할 수 있도록 대응 매뉴얼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ani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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