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빅픽처' 퍼즐조각 맞춰간다

정재웅 2023. 8. 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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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인더스토리]
에코프로HN, 양극재 소재 신사업 진출
수직계열화 강화·사업확장…'1석 2조' 효과
/그래픽=비즈워치
워치인더스토리는 매주 토요일, 한 주간 있었던 기업들의 주요 이슈를 깊고, 쉽고, 재미있게 파헤쳐 보는 코너입니다. 인더스트리(산업)에 스토리(이야기)를 입혀 해당 이슈 뒤에 감춰진 이야기들과 기업들의 속내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꺼지지 않는 기대

최근 에코프로가 2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요즘 주목받는 기업인 만큼 시선이 쏠렸습니다. 이미 에코프로 2분기 실적이 전기 비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었던 만큼 사실확인이 필요했죠.

실제로 그랬습니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에이치엔의 경우 전년 대비 좋았지만, 전기 대비로는 감소했습니다. 에코프로비엠은 전기 대비 매출액이 줄었습니다.

통상 실적이 안좋으면 주가는 떨어집니다. 하지만 에코프로는 달랐습니다. 실적발표일 기준 에코프로그룹 상장사 중 에코프로에이치엔을 제외한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상승 마감했습니다. 8월3일 에코프로 주가는 전일 대비 7.96%, 에코프로비엠은 2.5% 올랐습니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전일 대비 0.47% 하락했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에코프로의 실적이 전기 대비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던 만큼 현재 주가에 선반영 됐다고 분석입니다. 오히려 투자자들은 전년 대비 실적이 좋아진 점과 상반기 실적이 호조를 보인 것에 주목했습니다. 에코프로가 작년 4분기부터 연속 '매출 2조원'을 지켜냈다는 점도 긍정 이유로 꼽힙니다. 투자자들은 에코프로의 현재보다 미래에 더 주목하는 모양새 입니다.

양극재 사업전망이 좋으니 양극재 글로벌 1위인 에코프로에 대한 기대도 큽니다. 실제로 지난 2분기 에코프로그룹의 실적은 전기차용 양극재 판매 호조에 힘입은 에코프로비엠이 지탱했습니다. 에코프로비엠은 에코프로그룹 전체 매출의 94%를 차지합니다. 

새로운 움직임

이번 에코프로 실적발표에선 눈길 가는 부분이 또 있었습니다. 신사업 진출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에코프로는 지난 3일 배포한 실적자료에서 에코프로에이치엔의 전지 재료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습니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리튬염 등을 활용한 전해액 첨가제 △양극재가 담기는 용기인 ‘도가니(Sagger)’ △양극재 에너지 밀도 향상을 위한 첨가물 ‘도펀트(Dopant)’ 등을 생산할 예정입니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이 본격적으로 그룹의 핵심 사업인 양극재 사업에 뛰어드는 겁니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의 신사업 내용 / 사진=에코프로

에코프로에이치엔의 전해액 첨가제 시장 진출 이야기는 사실 구문(舊聞)입니다. 업계에선 에코프로가 양극재 수직계열화에 드라이브를 건 만큼 양극재 관련 미진출 사업분야에 관심 가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전해질 첨가제였고, 에코프로 내부에서도 상당 기간 준비해왔습니다. 그것을 이번에 공식화한 것이죠.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5월 공시를 통해 신규 시설투자 결정을 밝히면서, 투자 항목에 '단결정 양극활물질 양산라인 확대'를 명시했습니다. '단결정 양극재'의 성능 확보를 위해선 도펀트 도포가 필요합니다. 도펀트 도포는 양극재의 수명을 연장시킵니다. 에코프로의 양극재 품질 향상을 위해 필요한 아이템인 셈입니다.

왜 에코프로에이치엔인가

그렇다면 왜 에코프로에이치엔일까요. 에코프로에이치엔은 에코프로의 양극재 사업과는 거리가 있는 곳입니다. 에코프로는 크게 두 개의 사업 축을 갖고 있습니다. 양극재 사업과 친환경 사업입니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친환경 사업을 담당했습니다. 에코프로의 모태이기도 합니다. 그런 에코프로에이치엔이 양극재 사업에 발을 담근다고 하니 좀 의아했습니다.

그동안 에코프로는 50여 가지 양극재 관련 아이템의 사업화를 고민해왔습니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이 진출을 공식화한 전해질 촉매제, 도가니, 도펀트 등도 그중 하나입니다. 이 중 전해질 촉매제와 도펀트의 경우 그다지 높은 기술력이 필요없는 분야입니다. 그만큼 시장 진입이 쉽습니다. 특히 전해질 촉매제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만큼 에코프로에이치엔이 이를 담당하면 국산화가 가능해집니다.

에코프로에이치엔 전경 / 사진=에코프로

도가니는 양극재를 담는 그릇입니다. 고열을 견뎌야 합니다. 장기간 고열을 쐬는 탓에 균열이 잦습니다. 이에 따라 자주 교체를 해줘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에코프로 입장에서는 에코프로에이치엔이 직접 생산하면 비용 절감이 가능해집니다. 결국 에코프로는 에코프로에이치엔을 활용해 양극재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시장 진입이 쉽고 자신들에게 필요한 부문에 진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계산입니다. 

김종섭 에코프로에이치엔 대표는 제일모직 반도체소재연구소장, 중앙연구소장, 삼성SDI 전자재료사업부 팀장으로 일한 전지 재료 전문가입니다. 시장을 잘 아는 만큼 에코프로에이치엔의 전지 재료 시장 안착을 이끌 적임자로 꼽힙니다. 따라서 에코프로에이치엔의 이번 신사업 진출로 에코프로는 가격 경쟁력을, 에코프로에이치엔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에코프로의 큰 그림

에코프로에이치엔의 신사업 진출은 올해 초 IR 자료에도 언급돼있습니다. 당시 자료에 따르면 에코프로에이치엔은 연구개발 분야에서 환경사업 고도화와 함께 소재사업 진출을 위한 준비에 돌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 친환경 부문에 배터리 소재와 전자소재 분야의 연구개발을 추가했습니다.

이번 신사업 진출 선언은 그 계획을 구체화한 겁니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이 현재 충청북도 진천 초평산업단지에 1만5000평 규모의 시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것도 그 일환입니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이 이처럼 발 빠르게 움직알 수 있는 것은 에코프로의 큰 그림 덕분입니다. 에코프로는 양극재 수직계열화에 전력투구 중입니다. 이를 통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이 시스템을 더 고도화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에코프로 포항 캠퍼스 / 사진=에코프로

현재 에코프로 전체 매출의 대부분은 양극재 사업에서 나옵니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나머지 한 축인 친환경 사업을 담당하고 있지만 매출 비중은 크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에코프로는 그동안 양극재 사업과는 분리돼있던 에코프로에이치엔에게도 양극재 사업의 일부를 맡겨 수직계열화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입니다. 지난 4일 에코프로에이치엔 주가는 신사업 기대감에 상한가를 기록하며 전일 대비 29.89% 오른 11만800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에코프로 고위 관계자는 "사업 내재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에코프로에이치엔에게 신사업을 맡긴 것"이며 "에코프로에이치엔의 경쟁력 강화에도 긍정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에코프로에이치엔까지 결합한 에코프로의 큰 그림. 그다음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정재웅 (polipsycho@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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