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와 병인양요 그리고 탈북민

이상현 2023. 8. 5.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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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우리 사회엔 북한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이 존재하는데요.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 또한 견해가 많이 갈리는 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최근 이 북한 인권문제를 다룬 오페라가 무대에 올랐는데요.

시대의 아픔을 표현한 윤동주 시인등이 접목됐다고 합니다.

이상현 기자가 찾아가봤습니다.

◀ 리포트 ▶

서울 홍대 거리에 있는 아트홀의 로비 벽면이 크레용으로 그려진 여러 그림들로 빼곡하게 채워졌습니다.

추위에 떨던 군인들이 기차의 우편물을 태워 몸을 녹이고, 먹을 게 없어 아무거나 먹던 주민들은 농작물을 훔치다 처형 당하거나, 목숨을 걸고 두만강을 건넙니다.

20여년 전 탈북해 남한 땅을 밟으며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15명의 일가족이 직접 보고 겪었던 것을 그린 것들로, 이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던 북한의 실상은 경제상황이 다시 힘들어진 오늘날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데요.

[문국한/북한인권국제연대 대표] "북한이 과거에 어땠고 또 현재도 역시 이런 고통 속에 살고 있구나. 특히 먹을 것조차 해결이 안되고 그런 것에 대해서 우리가 한번 심각하게 돌아봐야 되지 않겠는가"

이 전시회와 함께 시작을 알린 오페라 무대.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이런 북한 인권문제를 다룬 오페라 한편도 잠시후 이곳에서 무대에 올려진다고 합니다. 저항시인 윤동주와 조선시대말 병인양요를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데요, 어떤 이야기가 탄생했을까요?"

186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로 가게 됐던 한 조선여인의 비극을 다룬 오페라 시간거미줄.

또 일제강점기 윤동주의 생과 사, 그리고 시와 정신을 담아낸 오페라 윤동주.

[임창호/북한인권과민주화실천운동연합 이사장] "윤동주하고 시간거미줄이 우리 창작오페라인데, 이게 굉장히 인권문제와 관련돼 있고 또 민족정신이 함유돼 있는 내용이니까 이걸 합해서 북한 인권과 관련된 오페라를 만들면 되겠다."

시대에 걸쳐 이어지고 있는 민족의 아픔을 한데 담아냈다는 작품을 보려는 시민들로 400여 객석은 금세 꽉 채워졌는데요.

[김재희/오페라 '윤동주와 시간거미줄' 연출] "지나온 역사 속에서 살아온 우리 선조들과 같이 지금도 북한에서 억압받고 고통받고 억눌리고 있는 자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그 분들을 대변하고 또 그 시대엔 어려웠지만 지금 지나고 나니 하늘에서 이 땅의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는 위로자가 되었거든요. 그래서 그 관점으로 해서.."

병인양요때 프랑스에서 비극을 겪은 조선여인의 피 맺힌 절규로 무대는 시작됩니다.

[절규(오페라 시간거미줄)] "두려움은 눈동자에 새겨져 잔인한 피 복수의 피"

그 조선여인은 현대의 탈북 여성으로 오버랩되는데요.

그때, 하늘에서 내려온 윤동주와 그 친구들.

[윤동주 역] "저는 중국 명동촌에서 태어났지만 제 고향, 저의 조부나 저의 아버지의 고향인 함경북도 종성을 늘 생각하며 살았죠. 하늘에서도 늘 북한 땅을 바라보았습니다."

중국에서 인신매매를 당해 원하지 않는 임신을 했고 공안에 붙잡혀 북송돼 감옥에 갇힌 탈북 여성을 바라보며, 일제 감옥에서 고초를 겪으며 자유를 갈망했던 윤동주는 찟어지듯 가슴이 아팠고요.

[비애(오페라 윤동주)] "아닌 밤중에 튀기듯이 잠자리를 뛰쳐 끝없는 광야를 홀로 거니는 사람의 심사는 외로우려니"

그 마음을 담아 위로의 시를 써 내려갑니다.

[서시(오페라 윤동주)] "오늘 밤에도 (오늘 밤에도) 별이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바람에 스치운다 바람에~"

감옥에서 출산한 아이를 강압으로 숨지게 해야 했던 북송녀는 비슷한 아픔을 간직한 병인양요때 조선여성과 다시 오버랩되며 오열을 쏟아냅니다.

[견디고 견뎌(오페라 시간거미줄)] "내 앞에서 모두 사라진 사랑을 위해 나는 견디고 견뎌 왔어"

[이석란/북송녀 역(소프라노)] "자유를 위해서 탈출을 했는데 다시 끌려갈 수 밖에 없는 그 여자, 그리고 아이도 자기가 낳아서 죽일 수 밖에 없었던 그 아주 쓰라리고 고통적인 그녀의 그 절규를 듣고 북한 사람들의 절규가 어떤 것인지 더 좀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윤동주의 시와 함께 이 북송녀의 아픔을 위로해주던 춤사위.

남한에선 처음으로 무대에 올랐다는 북한 무용수 출신의 탈북민이 맡았고요.

[함승만/탈북 무용수] "북한 주민들이 굶주리고 헐벗고 그런 것도 있고 중국에도 많은 탈북민들이 쫓기고 있는데..제가 겪은 거니까 다시 또 생각나게 하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북송녀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두 탈북 여성도 무대에 올라 공감과 위로의 노래를 함께 부르며 의미를 한층 더했습니다.

[별 헤는 밤(오페라 윤동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윤동주와 조선여성, 그리고 북송녀.

[장은숙/관람객(탈북민)] "나라를 잃었을 때 그런 슬픔과 지금 탈북민들이 북한이라는 나라에서 받고 있는 그런 슬픔이 정말 다른 사황이지만 비슷한 맥락에서 고통을 받는 게 비슷하다는 공통점을 발견하면서 굉장히 새로웠던 것 같습니다."

시대의 아픔들을 연결하며 위로해본 신선한 시도는 남북의 하나됨을 염원하며 그렇게 자유와 희망을 노래했습니다.

[윤동주의 시를 읽고(최순희 시)] "우리의 자유의 희망은 이루어져 빛나리라~"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이상현 기자(sho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511180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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