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 논란에 ‘순살’ 파문까지, LH 아파트 원가 공개될까

송진식 기자 2023. 8. 5.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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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방사 ‘뉴홈’, 고분양가 논란에도 ‘로또 청약’
철근 누락 파문 확산 “대체 얼마에 짓길래?”
구조물에서 철근 누락이 확인된 LH의 한 공공분양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보강공사를 위한 임시 기둥들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주간경향] 지난 7월 5일 당첨자가 발표된 서울 동작구 수방사 부지 공공분양주택 청약(사전청약)은 여러모로 많은 화제를 낳았다. 지하철 1호선과 9호선 중간에 위치한 일명 ‘더블 역세권’에 한강 조망까지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청약 전부터 “당첨만 되면 바로 5억원 차익” 등 ‘로또 청약’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를 입증하듯 전체 79가구 모집인 일반분양 청약에 5만957가구가 몰려 ‘645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높은 경쟁률만큼 화제가 된 건 분양가였다. 공급면적 기준 약 90㎡(전용면적 59㎡·17.88평) 아파트의 분양가가 8억7200만원으로 추산됐다. 3.3㎡(1평)당 분양가는 3196만원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6월 말 기준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인 3.3㎡당 3192만원보다 높다. 수방사 부지는 국방부가 수십 년간 보유해온 공공토지다. 이 점을 들어 시민단체들은 “분양가가 터무니없이 높다”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분양원가를 공개하라고 요구 중이다. 최근에는 철근이 누락된 일명 ‘순살 LH’ 아파트 사건까지 불거지면서 분양원가 공개 요구에 보다 힘이 실리고 있다.

LH의 공공분양주택 고분양가 논란은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화됐다. 핵심은 분양원가 공개이지만, 정부와 LH는 “공공주택 공급에 지장이 있다”며 줄곧 원가공개를 거부해왔다. 이 와중에 최근 대법원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LH를 상대로 제기한 분양원가 공개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려 주목된다. 앞서 1심에서도 경실련이 승소했기 때문에 다시 진행될 2심 결과에 따라 LH가 공급하는 아파트의 분양원가가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

경실련 “수방사 ‘뉴홈’ 분양으로 국방부 돈방석”

HUG의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 통계를 보면 부동산 가격이 급등을 시작한 2019년 1월 3.3㎡당 2508만원이던 서울 지역 분양가는 올 1월 3063만원으로 22.1% 올랐다. 민간 통계에서도 최근 3~4년새 전국 아파트 분양가가 20~30%가량 상승한 것으로 집계된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토지비용이 높아졌고, 원자재와 인건비가 오르면서 건축비도 상승한 결과다.

수방사 부지는 지난 정부에서 본래 신혼부부를 위한 ‘신혼희망타운’으로 분양하려다 청약이 한 차례 연기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새 공공주택 브랜드인 ‘뉴홈’으로 개편되면서 수방사 부지의 신혼희망타운 물량 대부분이 일반분양으로 전환됐다.

분양가 상승 추세를 반영하더라도 수방사 뉴홈의 분양가는 과거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LH가 2019년 수서역 인근에 분양한 ‘수서 신혼희망타운’은 강남 역세권이라는 입지 조건에도 55㎡가 5억4100만~5억7100만원에 분양됐다. 분양 당시 “분양가가 2배 부풀려졌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수방사 뉴홈에 비하면 한참 저렴하다. 2021년 민간 참여 공공분양으로 공급된 ‘위례자이 더 시티’의 경우 일반물량 전용 74~84㎡가 7억~7억9000만원에, 신혼희망타운은 전용 59㎡가 5억1800~5억5600만원에 각각 분양됐다.

서울 동작구 상공에서 바라본 도심. 김창길 기자

신혼희망타운의 분양가는 ‘주변 시세의 60~70%’로 산정한 데 반해 수방사 뉴홈은 ‘주변 시세의 80%’로 책정됐다. 기본적으로 뉴홈의 분양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수방사 부지의 경우 당초 신혼희망타운으로 조성돼 공급될 예정이었음을 감안하면 뉴홈으로 공급되면서 분양가가 오히려 높아졌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현재 공개된 수방사 뉴홈의 분양가는 사전청약에서 추산한 ‘추정 분양가’다. 향후 본청약에서 분양가가 더 오를 수도 있다. 2021년 사전청약을 진행한 성남복정1지구 전용 59㎡(일반)의 추정 분양가격은 6억7600만원이었지만, 2022년 말 진행된 본청약에서는 분양가가 7억3000만원 수준까지 올라 일부 수분양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경실련은 LH와 국방부가 수방사 부지 분양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고 비판한다. 경실련은 “국방부가 1960년대부터 보유한 것으로 보이는 수방사 부지의 3.3㎡당 당시 취득가를 1만원이라고 추정할 경우 뉴홈의 실제 분양가는 2억5000만원”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가구당 6억2000만원가량의 분양수익이 발생해 국방부와 LH가 모두 1660억원 규모의 개발 수익을 수방사 부지에서 올리게 된다는 게 경실련의 주장이다.

LH, 2019~2021년 간 매년 평균 5조원 수익

아파트 분양가는 크게 토지비(택지비)와 건축비로 구성된다. 이중 토지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땅값이 비싼 서울의 경우 분양가에서 토지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0~70%에 달한다. 경실련은 수방사 뉴홈의 토지비를 취득가로 계산했기 때문에 분양가가 매우 낮게 나왔다. 이에 반해 현행법상 공공택지 내 토지비는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산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볼 때 경실련이 추정한 분양가는 수긍하기 어렵다”면서도 “LH가 공공택지를 조성해 판매하거나 개발·분양하는 과정에서 많은 수익을 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공공주택의 공급 목적이 국민의 주거안정임을 감안하면 저렴하게 조성되는 공공택지를 주변 시세와 비슷한 감정평가액으로 판매하는 게 옳은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경기가 2015년 즈음부터 본격적인 활황기를 맞으면서 LH는 매년 수조원의 수익을 냈다.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LH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공공주택 분양과 신도시·택지개발로 99조5000억원의 매출, 21조24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부동산 활황이 절정에 달했던 2019~2021년의 3년 동안은 매년 평균 5조원가량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을 정도다.

LH는 거둬들인 수익을 공공임대 공급과 관리에 사용한다. 같은 기간 공공임대사업으로 발생한 손실은 8조1600억원이다. 공공임대손실을 제외하고도 5년간 약 13조원가량의 순이익을 본 셈이다. 특히 임대손실 대부분은 임대아파트의 건축 연한이 오래된 데 따른 감가상각에 의해 발생했다. 건물은 낡아도 토지 가치는 계속 상승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자산가치를 고려하면 임대손실 문제가 심각하다고 볼 부분도 아니다. 김 의원은 “LH가 이미 회계상으로도 천문학적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난 상황이지만,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는 공공주택 분양원가 등을 감안하면 실제 수익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LH 분양원가 공개여부 법원판단 남아

주택법에서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는 공공주택을 분양할 때 분양가격의 택지비와 공사비 등의 내역을 62개 항목별로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LH도 아파트 입주자 공고를 낼 때 해당 내역을 공개 중이다. 그러나 LH가 공개한 내역들을 보면 분양되는 개별 가구당 분양가격 내역이 아닌 단지 전체 조성 총액 기준으로 금액이 공개되고 있어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렵다. 내역 자체도 실분양가를 기준으로 작성돼 정작 중요한 수익과 원가가 얼마인지는 알 수가 없다. LH는 공사비 내역을 공개하면서 “분양가격의 항목별 공시 내용은 사업의 실제 소요된 비용과 다를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아놓았다.

LH의 분양원가가 일부 공개된 사례도 있다. 2004년에는 LH가 공공택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토지를 수용당한 한 개인이 “개발 후 얻은 이익에 비해 토지보상비가 너무 적다”며 원가공개 및 보상비 추가 지급 소송을 내 승소했다. 2010년에는 LH의 ‘임대 후 분양전환’ 아파트를 분양받은 수분양자들이 최초 고지금액보다 분양가가 너무 높다며 원가공개 소송을 내 승소했다. 통상적인 분양원가 공개 사례는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LH가 개발하는 저층 주거지 사업 후보지인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인근 지역. 연합뉴스

그간 공공주택의 고분양가 논란이 일 때마다 정부와 LH는 “시세보다 저렴하다”고 항변했다. 이는 반대로 해석하면 “시세보다 저렴하니 얼마의 수익을 내도 상관없다”는 말이 된다. 원가공개 요구도 번번이 거절했다. 제주도지사 시절 “공공아파트 원가공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원가공개 질의를 받자 “취지는 공감하지만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위한 재원을 순식간에 없애버릴 수 있다”고 사뭇 다른 입장을 보였다.

결국 LH 공공주택의 원가공개 문제는 법정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대법원은 지난 7월 27일 경실련이 LH를 상대로 제기한 분양원가 공개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심 파기 환송 판결을 내렸다. 경실련 손을 들어준 것이다. 경실련은 2019년에 LH에 분양원가 공개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LH를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1심 재판부가 “분양원가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LH가 항소심에서 “경실련이 소송 청구 기한을 넘겨 소송을 제기했다”고 주장해 승소하자 경실련은 대법원에 상고심을 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에 따라 분양원가 공개문제는 다시 고법으로 넘어왔다. 경실련은 “법원도 인정했듯이 LH 건설원가(분양원가)는 집값 안정과 서민 주거안정, 투명 행정을 위해 중요한 정보”라며 “LH는 더 이상 분양원가 공개를 거부하지 말고 자발적으로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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