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맞은 박광온…"대체로 잘했다" 평가 이유는

오문영 기자 2023. 8. 5.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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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07.26.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비명계(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그가 원내 지휘봉을 잡았던 당시에는 계파 갈등이 격렬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왔으나, 현재는 특유의 온건한 성격으로 당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의원들 간의 토론을 정례화해 당의 정책 역량을 강화한 점도 성과로 거론된다. 내년 4월 총선이 가까워지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사법리스크가 다시 본격화되면서 박 원내대표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설문부터 돌린 박광온…"안정적으로 당 운영"
박 원내대표는 지난 4월28일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과반의 압도적 지지를 얻어 결선 없이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다수 후보 구도에서 과반이 나온 것은 근래에 드문 결과다. 당시는 이재명 대표 방탄 논란에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이 불거지면서 당이 계파 갈등으로 몸살을 앓던 때다. 박 원내대표가 유일한 비명계 후보였던 데다 '확장적 통합'을 내세워 의원들의 지지를 받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내에서는 박 원내대표가 의원들이 기대했던 바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머니투데이 the300(더300)과의 통화에서 "누가 원내대표로 왔어도 박 원내대표만큼 당을 안정화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걱정했던 것에 비하면 당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당선 직후 당 지도부의 반대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쇄신 의원총회(의총)'를 강행한 것이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박 원내대표는 의원 전원에게 설문을 돌려 민주당 내부에 팽배한 불만을 표면 밖으로 드러냈다. 의총에서는 30명 넘는 의원이 단상에 올랐고, 회의는 오후 10시를 넘긴 시간까지 진행됐다.

민주당의 다른 한 의원도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의원들의 신뢰감이 높고, 의원들 의견을 듣는다는 믿음이 있다"며 "내부 갈등을 완전히 봉합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강도나 외부로 표출되는 횟수는 확실히 줄어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위기 극복이란 숙제는 현재진행형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이르면 8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해 영장이 청구되면 계파 갈등이 다시 거세질 수 있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2023.6.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책 역량 강화에도 앞장…"여야 협치는 숙제"
박 원내대표는 대안 야당으로 인정받기 위한 정책 발굴에도 앞장섰다. 특히 정책 의총을 제안해 의원들 간의 정책 토론을 정례화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단순 정책 제안이 아니라 민주당 정책이나 비전이 도출해내는 시스템을 고민하고 실현해냈다는 평가다. 민주당 한 인사는 "매번 의총에서 '의원님 여러분의 토론을 듣는 시간으로 하겠습니다'라는 말은 이제 어색하지 않은 표현이 됐다"고 했다.

외부 의견 수렴도 열심이다. 박 원내대표는 최근 본인을 단장으로 하는 민생채움단을 구성하고 민생 현장들을 거의 매일 찾고 있다. 또 대기업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경제 도약을 강조한다거나, 스타트업 규제 혁신을 강조하며 신구산업상생혁신 TF(태스크포스)를 설립하는 등 당 정책의 확장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강화하고 있다.

여야 대치 정국 속에서 협치도 꾸준히 꾀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의 첫 회동에서 공통 대선 공약을 정리해 제안했고, 최근에는 집중호우 피해가 발생하자 수해복구 여·야·정 TF를 구성할 것을 제안해 관철했다. 수도권의 한 민주당 초선의원은 "결국에는 여야 협치 정국으로 어떻게 가느냐가 원내대표의 과제"라며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필요할 땐 과감히 결단해야" 아쉬움도
단 한 가지 아쉬움을 꼽으라면 원내 수장으로서의 결단력이다. 본인이 구상한 방향과 반대되는 의견이 표출되면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논란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 등에서는 재빠르게 결정을 내리고 의원들을 설득하는 모습도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 민주당 전직 원내대표는 "같은 당이라고 해도 의원들의 생각은 제각각이라 모두의 요구를 충족하기는 어렵다"며 "여론의 관심이 크거나 원내지도부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했다면 과감하게 추진하면서 의원들 동의를 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상임위원장 인선을 논의했던 지난 6월30일 의총과 박 원내대표가 김은경 혁신위원회에서 요구한 '불체포특권 포기'를 수용하자고 제안했던 지난달 13일 의총을 예로 들었다. 그는 "원내대표 본인이 구상한 방안이 있었음에도 일부 의원의 반대에 물러난 것"이라며 "결정 시기가 늦어지면서 외부 비판만 키운 셈"이라고 했다.

이어 "의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결정하려는 자세는 좋지만,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이러한 자세는)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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