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이 ‘개근거지’라고 부른대요…학교 빠지면 큰일 나는줄 알았는데 [초보엄마 잡학사전]
[초보엄마 잡학사전-189] “방학 때 뭐하고 지냈는지 학교에서 발표 좀 안 하면 좋겠어. 해외여행 다녀온 친구들이 발표를 하면 못 간 애들이 얼마나 속상해하는지 몰라.”
6년 전 동네 놀이터에 앉아있는데 옆에서 초등학생 엄마들이 하는 얘기가 들렸다. 방학 때 해외여행 다녀오는 집이 늘면서 속상한 일도 늘었다는 것이다. 가정형편상 해외여행이 힘든데 아이들이 우리는 왜 안가냐고, 가고 싶다고 조르면 난감하고 속상하다는 것이다.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에는 “요즘엔 다들 개근 안 하는 거 알지?”라는 얘기를 심심찮게 들었다. 학교를 빠지지 않고 개근하는 학생은 교외 체험학습으로 국내외 여행을 가지 못하는, 형편이 어려운 아이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아파도 참고 개근상을 타면 자랑스러워하던 시절에 학교를 다닌 남편과 나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이 사실상 끝나면서 올해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학기 초부터 해외여행을 가느라 학교를 빠지는 아이들이 늘었고, 집집마다 친구들처럼 비행기를 타고 싶다고 조르는 아이들이 많아졌다는 얘기가 들렸다.
우리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누구는 제주도에 갔고 누구는 일본에 갔다면서 큰아이가 일본에 가고 싶다고 했다. 실제 그 무렵 동네 친구들이 제주도로 일본으로 미국으로 떠났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한 것이 아이들의 마음까지 흔든 것이다.
4년 전 ‘개근거지’라는 신조어가 부모와 아이들의 마음을 멍들게 한 적이 있다. 개근하면 평일에 놀러갈 형편이 안 되는 아이라고 놀린다는 것인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난 3년간 해외여행이 제한되면서 이 말도 사라지는가 싶더니 최근 다시 등장했다.
엄마들이 모이는 한 지역 맘카페에는 “내가 학교다닐 때는 6년 개근상이 가장 큰 상이었는데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는 학교에 안 빠지는 아이들을 개근거지라고 한다니 충격”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다른 맘카페에는 “예전에는 아파트로 가정형편을 나누더니 이제는 개근을 두고 그렇게 나누다니, 평일에 휴가내기 어려운 맞벌이 부부 자녀인 내 아이가 졸지에 개근거지가 된다고 생각하니 슬프다”는 글이 올라왔다.
다행히도 초등학교 2학년인 큰아이는 ‘개근거지’라는 단어를 모른다. 그저 어른들이 만들어낸 신조어이기를, 어른들의 가슴이 멍들 지언정 아이들은 영원히 모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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