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가지 달랐다"…성인남성까지 공포감에 '덜덜', 이유는

심재현 기자, 성남(경기)=양윤우 기자, 조준영 기자, 이강준 기자 2023. 8. 5.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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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묻지마'의 습격, 공포에 질린 거리](중)
"韓서 드문 일" 외신도 깜짝…잇단 흉기난동 참사, 더 소름 끼치는 이유
서현역(AK플라자 분당) 묻지마 흉기 사건 현장. /사진=머니S /사진=임한별(머니S)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친 서울 신림역 칼부림 사건 발생 13일만에 경기도 성남시 서현역에서 3일 14명의 부상자가 나온 '흉기 테러'가 또 터졌다. 모두 일면식이 없는 불특정 대상을 상대로 한 '묻지마 범죄'다.

두 사건이 충격을 더하는 것은 그동안 여성이나 노약자를 대상으로 삼았던 기존 '묻지마 범죄'와 달리 다수의 건장한 성인 남성이 범행 대상 피해자가 됐다는 점이다. 사건 관련 보도에 달리는 댓글과 온라인 여론에서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 '안전이 살해당했다'는 류의 불안이 여과없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올해 5월 전국을 뒤흔들었던 또 하나의 '묻지마 범죄', 과외앱 또래살인 정유정 사건만 해도 피해자는 피의자 정유정(23)과 비슷한 나이의 20대 여성이었다. 20명의 사상자가 나온 2019년 진주 안익득 방화 사건에서도 사망자 5명을 포함해 대부분의 피해자가 안익득보다 힘이 약한 노인과 여성, 어린아이였다.

지난달 발생한 신림역 사건의 피해자는 20대 남성 1명(사망)과 30대 남성 3명으로 모두 신체적으로 왕성한 나이대의 성인 남성이다. 서현역 사건에서는 20대 5명, 40대 1명, 50대 1명, 60대 1명, 70대 1명이 피해자가 됐다. 성별로 남성이 4명, 여성이 5명이다.

서울 중구의 회사원 김모씨(여·34)는 "건장한 성인 남성이 손 쓸 틈 없이 범행 피해자가 되는 장면을 보고 공포감이 들었다"며 "남자들도 당하는데 저런 상황이 닥쳤을 때 도망치지 못하면 방법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일상의 공간이 순식간에 참혹한 범행의 현장이 된 것도 불안을 키우는 요소다. 백주 대낮 또는 사람들이 많은 퇴근시간대에 번화가에서 무차별 흉기난동 사건이 벌어지면서 불과 10여분만에 많은 이들이 숨지거나 다쳤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서현역 사건 발생 직후 소집한 전국 시·도경찰청장 화상회의에서 "사실상 테러 행위"라고 규정한 게 이 때문이다.

신림역 사건 당시 경찰은 "누군가 사람을 찌르고 도망간다"는 신고를 접수한 뒤 사고 발생 13분만에 피의자 조선을 현장에서 체포했다. 서현역 사건에서도 피의자 최모씨가 차량을 인도 위로 몰아 사람들을 고의로 들이받은 뒤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 흉기난동을 벌이다 출동한 경찰에 체포되기까지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외신은 "잇단 칼부림과 차량 난동이 한국에선 드문 일"(뉴욕타임스), "이 사건이 전국적인 우려와 공포를 불러일으켰다"(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고 타전했다.

두 사건 이후 전국적으로 모방범죄 예고가 잇따르면서 출·퇴근길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다. 범죄심리학 전문가들은 신림역 테러가 서현역 테러를 낳은 것으로 본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서현역 칼부림 사건과 관련해 "모방범죄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제2, 제3의 유사범죄가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경찰청에 따르면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범죄예고 게시글'은 20여건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현재까지 예고글 게시자 2명을 체포했다.

"두려움 상상하며 쾌감"…이 와중에 '살인 예고글' 올리는 심리
(성남=뉴스1) =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한 백화점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 구급대원들과 시민들이 피해자들에게 응급조치를 하고 있다. 이날 오후 6시쯤 연령미상의 남성 A씨가 자신의 승용차를 이용해 인도로 돌진 후 차량에서 내려 흉기를 휘둘렀다. 이로 인해 14명의 시민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A씨는 긴급체포됐다.(독자 제공) 2023.8.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연달아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과 관련, 유사한 범죄를 저지르겠다는 이른바 '살인 예고글'이 온라인상에 지속적으로 게시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타인의 두려움을 보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4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치는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후 신림동에서 살인을 하겠다는 예고 글이 10건 게시됐다. 글 작성자 1명은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고 나머지 9건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 3일 경기 성남시 서현역 인근 백화점 'AK플라자 분당'에서 총 14명의 중경상 피해자가 발생한 차량 돌진, 흉기 난동 사건 이후에도 최소 5건의 살인 예고글이 올라왔다. 경기 오리역, 서울 잠실역 및 한티역, 부산 서면역, 경기 의정부역 등 장소도 다양하다.

경찰은 이 같은 글을 게시한 사람들을 추적하는 한편 해당 장소에 경력을 배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범죄 심리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살인 예고글이 계속해서 등장하는 배경에는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만큼 실제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살인 예고글에 달린 무섭다는 댓글들을 보고 사람들이 느낄 두려움을 상상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심리"라며 "실제로 일을 저지르지는 않아도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그런 글을 올리는 사람들은 대체로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심리가 강하다"며 "이렇게 계속해서 이슈화가 될수록 살인 예고글은 엄청나게 더 불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배 교수는 이 같은 글이 정신질환자들을 자극할 수 있어 우려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서현역 사건 피의자처럼 자극을 잘 받는 정신질환자들이 있다"며 "사회 분위기가 이런 식으로 흘러가면 실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자극을 받아 또 다른 범죄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전담대응팀을 구성해 살인 예고글을 적극 수사할 계획이다. 강력형사까지 투입해 범죄사실이 포착될 경우 가능한 처벌규정을 최대한 적용할 방침이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범행 대상과 장소를 특정해 살인 예고글을 공개적으로 게시할 경우 살인예비음모죄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살인은 생명을 빼앗는 범죄이기 때문에 다른 범죄와 달리 준비 단계에서도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협박 혐의로는 처벌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상대방의 반항심을 억압할 정도의 공포심을 일으켜야 협박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판례"라며 "협박의 주체가 협박 내용을 실현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된다면 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불안한데…"OO서도 흉기난동" 가짜뉴스까지 기승
(성남=뉴스1) 장수영 기자 = 서현역 일대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 서현역 AK백화점에서 경찰이 사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이날 오후 6시쯤 연령미상의 남성 A씨가 자신의 승용차를 이용해 인도로 돌진 후 차량에서 내려 흉기를 휘둘렀다. 이로 인해 14명의 시민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A씨는 긴급체포됐다. 2023.8.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 신림역 흉기난동에 이어 경기 분당 서현역 등 전국 곳곳에서 흉기범죄가 일어나는 가운데 사람들의 공포심을 이용한 가짜뉴스가 확산되고 있다. 경찰은 근거 없는 가짜뉴스에 대해 예외 없이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이튿날인 4일 경기 포천시 버스터미널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해 30여명이 다치고 버스 12개가 전소됐다는 가짜뉴스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졌다. 게시글엔 만취한 40대 성인 남성 1명이 흉기난동을 부려 13명이 중상, 7명이 의식불명이 되는 등 36명이 다쳤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다. 이 같은 내용은 가짜뉴스로 판명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해당 내용과 관련한 신고가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며 근거없는 허위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서현역 사건 직후에도 '대구의 한 PC방에서 칼을 휘둘러 종업원에게 상해를 입히고 도주한 용의자를 수색하고 있다'는 게시글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지만 대구경찰청이 사실이 아니라고 진화했다. 대구경찰청은 "부정확한 사실을 유포해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법률상 처벌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흉악범죄와 함께 범죄 예고, 가짜뉴스에도 강력하게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오후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사이버상의 흉악범죄 예고와 근거 없는 가짜뉴스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강력히 대처하겠다"며 "전 수사역량을 집중해 게시자를 신속히 확인·검거하고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최대한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 상에는잠실역, 한티역 등 서울 일대에서 살인을 예고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면서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게시글은 대부분 몇 시간만에 삭제되지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타고 복사본이 유포되는 상황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범죄예고 글'은 20여 건으로 집계됐다. 현재까지 검거된 게시자는 2명으로 경찰은 이들에 대해 협박죄를 적용할 예정이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성남(경기)=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조준영 기자 cho@mt.co.kr 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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