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받아도 출마·당선 가능, 셀프 사면까지 [세계엔]
임세흠 2023. 8. 5. 08:05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세 번 째로 기소됐습니다. 이번에는 ①2021년 1.6 의회 난입 선동 등 대선 패배를 뒤집으려 한 혐의입니다. 이미 ②국가 기밀문건을 불법반출해 플로리다 사저에 보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③성인영화 배우의 폭로를 막기 위해 회삿돈을 지불하고,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도 기소된 상태입니다.
여기에 더해 ④ 2021년 1월 초 조지아주의 선거관리 책임자에게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한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건도 기소가 예상됩니다.
미국 대선은 내년 11월 5일입니다. 내년 초부터는 대통령 후보를 뽑기 위한 공화당, 민주당의 당내 경선이 시작됩니다. 비슷한 시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 재판은 차례차례 진행될 겁니다. 공화당의 선두주자인 그가 유죄를 받으면 상황은 복잡해집니다. 당선까지 되면 경우의 수가 더 많아집니다. 미국 언론을 이를 '미지의 영역'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Q. 유죄를 받아도 대통령 출마가 가능한가?
가능합니다. 미국 헌법에 따르면 다음 조건만 갖추면 누구나 대선 출마가 가능합니다.
"35세 이상, 미국에서 태어난 시민권자, 미국에서 14년 거주" (미국 헌법 2조 1항 5호)
해석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고, 감옥에 갇혀 있더라도 출마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전례도 있습니다. 19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 사회당의 유진 데브스 후보가 수감 상태에서 출마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참모들이 선거운동을 대신할테니, 옥중 당선이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한국에선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형을 선고받거나, 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공직에 출마할 수 없습니다.
Q. 유죄가 확정되면, 트럼프는 투표할 수 있나요?
한 표가 아쉽겠지만, 투표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에 투표권이 등록돼 있는데, 플로리다에선 유죄 판결을 받으면 투표권이 박탈됩니다. 다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욕에도 거주지가 있는데요.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투표 등록지를 뉴욕으로 바꾸고, 투표일에 그가 '가석방 상태'라는 조건이 충족될 경우에는 투표가 가능합니다.
어느 곳에 투표를 등록했든 그가 감옥에 갇혀 있다면,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리되 정작 자신은 투표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Q. 유죄를 받고도 대통령에 당선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요?
경우의 수가 몇 갈래로 나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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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밀문서 유출이나 1.6 사태 선동 혐의로 <연방법원>에서 유죄를 받을 경우,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뒤 '셀프 사면'이 가능합니다.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아직 기소가 이뤄지지 않은 혐의에 대해서도 명령을 통해 스스로를 사면할 수 있습니다.
확정 판결이 나기 전이라면 자신이 임명한 법무장관을 통해 기소를 철회시킬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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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추문 입막음(뉴욕주에서 재판)이나 조지아주 선거결과 뒤집기 압력 혐의처럼 <주(州) 법원>에서 유죄를 받을 경우에는 사면권을 해당 주지사가 갖고 있기 때문에 사면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뉴욕주지사는 민주당 소속이고, 조지아주 주지사는 공화당 소속이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악연이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자신이 감옥에서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것은 헌법상 의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소송을 내서, 연방 대법원의 판단을 받는 방법입니다. 현재 대법원이 보수 성향이기 때문에 트럼프로서는 기댈 수 있는 방안 중 하나입니다.
Q. 그런 부담을 안고도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될까요?
가능성이 큽니다.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그럴 겁니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기소가 정치 탄압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최근 뉴욕타임스 여론조사를 보면 공화당 지지자의 87%는 그가 무죄라고 답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후보가 되면, 차라리 민주당의 바이든 대통령을 뽑겠다는 공화당 지지자도 7%에 불과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후원금도 다른 후보들을 압도합니다.
7월 말 공화당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후보 선호도 조사를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54%로 굳건하게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올해 초 반짝했던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17%로 1/3 수준입니다.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박홍민 교수는 "지금까지 3차례에 걸친 기소와 재판은 경선과 본선에 영향을 거의 못 미칠 거로 보인다"면서, 대년 대선은 바이든 현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로 치러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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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흠 기자 (hm2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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