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사이언스] 상온 초전도체 둘러싼 논란들 살펴보니

조승한 2023. 8. 5. 08: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국내 기업인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지난달 22일 상온·상압 초전도체라고 주장하는 'LK-99'를 만들었다는 주장을 실은 논문을 논문 사전공개사이트 '아카이브'에 공개했다.

김 교수가 결정성장학회지 논문을 보고 초전도체가 맞는다고 봤다고 밝힌 만큼 김 교수가 합류하면서 권 교수 측과 이견이 발생했고,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에서 김 교수 쪽으로 기운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 연구진, 상온 초전도체 개발 주장 (서울=연합뉴스) 한국 연구진이 상온 상압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논문이 알려지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검증위원회를 발족하고 대응에 나섰다. 2023.8.2 [김현탁 박사 제공 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국내 기업인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지난달 22일 상온·상압 초전도체라고 주장하는 'LK-99'를 만들었다는 주장을 실은 논문을 논문 사전공개사이트 '아카이브'에 공개했다.

이에 전 세계 과학계가 검증에 나서는 등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초전도체를 둘러싼 각종 밈과 함께 투자시장에서도 묻지마 투자가 발생하는 등 파급 효과가 커지고 있다.

초전도체 논란과 관련한 사항들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어떤 곳인가

▲ 퀀텀에너지연구소는 2008년 고(故) 최동식 고려대 명예교수의 제자들이 설립한 벤처다. 이들이 발견했다 주장하는 상온 초전도체 'LK-99'의 이름은 이 회사 이석배 대표와 김지훈 연구소장의 성을 각각 땄다. 99는 이 물질을 처음 발견한 1999년을 뜻한다고 한다. 연구진들은 논문에서 최 교수가 2017년 별세하면서 연구를 이어가달라는 유훈을 남겼고 이후 LK-99 개발에 매진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 LK-99는 어떤 물질인가

▲ 논문에 따르면 LK-99는 납과 인, 황산 등 상대적으로 흔한 분자들로 구성됐다. 우선 산화납과 황산납을 섞은 뒤 725도에서 24시간 가열해 황산화납을 만든다. 이어 구리와 인을 혼합해 550도로 48시간 가열해 인화구리를 제조한다. 이후 황산화납과 인화구리를 1대1로 섞은 뒤 고진공 상태의 체임버에서 925도로 5~20간 구워 LK-99를 만든다. 이러면 제작에는 총 53~68시간이 걸리게 된다.

LK-99 관련 아카이브에 처음 올라온 논문(위)와 두 번째 논문(아래) [아카이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하나의 상온 초전도체 물질을 발견한 연구결과인데 왜 두 편의 논문이 발표됐나

▲ LK-99와 관련해 논문 사전공개사이트 아카이브에 올라온 첫 논문은 이 대표와 김 소장, 권영완 고려대 연구교수 등 3명이 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협정세계시(UTC) 기준 22일 오전 7시 51분에 올라왔다. 이어 2시간 20분 후 이 대표와 김 소장을 비롯해 김현탁 미국 윌리엄앤 드메리대 연구교수, 오근호 한양대 명예교수 등 6명이 참여한 논문이 뒤이어 올라왔다. 첫 논문은 권 교수가, 두 번째 논문은 김 교수가 올렸다. 이 중 두 번째 논문엔 권 교수의 이름이 들어있지 않다.

두 번째 논문의 저자들은 첫 논문이 권 교수가 저자들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임의로 올린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저자들 간 이견이 발생한 상황에서 한쪽에서 논문을 올리자 다른 한쪽에서도 뒤늦게나마 논문을 올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4월 결정성장학회지에 올라온 LK-99 논문은 두 번째 논문 저자들 6명 중 김 교수 대신 권 교수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 교수가 결정성장학회지 논문을 보고 초전도체가 맞는다고 봤다고 밝힌 만큼 김 교수가 합류하면서 권 교수 측과 이견이 발생했고,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에서 김 교수 쪽으로 기운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다만 이런 상황이 발생한 이유에 대해서 저자들은 하나같이 함구하고 있다.

-- 두 편 논문의 차이는 무엇인가

▲ LK-99라는 물질이 상온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원리에 대한 설명이 전혀 다르다. 권 교수가 올린 논문은 초전도성 양자 우물(SQW)이 원인이라고 설명하고, 김 교수가 올린 논문은 김 교수가 2021년 발표한 상온 초전도체를 설명하는 이론을 쓰고 있다. 김 교수는 2021년 초전도체를 설명하는 기본 이론인 BCS 이론을 확장한 EBR-BCS 이론을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소개한 바 있다.

두 논문은 서로의 이론을 전혀 활용하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물질의 초전도 현상을 설명하는 방법을 택하는 데서 이견이 있었을 가능성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 학술대회에서도 발표했던데, 학계에서도 어느 정도 인정받은 것 아닌가

▲ 학회에서 발표됐지만 정식 발표는 아니었다. 지난달 24~28일 사이 고려대에서 열린 국제 학술대회 'MML 심포지엄' 마지막 날, 폐막 이후 특별 세션으로 권 교수가 LK-99에 대해 발표했다. 공식 세션은 아니다. 학회 측에 따르면 해외 연구자들이 LK-99 참여 연구자가 고려대에 있다는 것을 알고 강연을 요청해 급하게 발표를 부탁했다고 한다.

'물리학의 성배' 해외서도 뜨거운 초전도체 (서울=연합뉴스) 꿈의 물질'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한국 연구진이 개발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둘러싸고 해외 과학계에도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2023.8.3 [미 에너지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 학계의 반응은 어떤가

▲ 특이한 특성이 나타나는 신물질을 개발한 것은 맞다는 의견이 많다. 다만 상온 초전도체일 가능성은 작게 보는 분위기다. 반자성 특성이 나타난다고 하면 물질이 상대적으로 값싼 원소로 구성된 만큼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전기저항과 반자성 등에 대한 추가 검증실험이 필요하다고 보고 아직은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많다.

-- 국내에서는 한국초전도저온학회가 검증에 나선다고 하는데, 왜 '저온' 학회가 상온 초전도체 검증에 나서나

▲ 초전도저온학회는 한국초전도학회와 한국초전도저온공학회가 2019년 통합한 단체다. 초전도와 함께 지금까지 실생활에 활용되는 초전도 물질들에 필요한 저온기술도 함께 연구하고 있어 초전도와 저온이라는 단어를 함께 쓰고 있을 뿐 상당수가 초전도체 이론과 응용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이다.

초전도학회의 전신은 1986년 고온초전도체 발견을 기점으로 국내 초전도 연구자 수가 늘며 만들어진 '고온초전도연구협의회'다. 여기서 말하는 고온도 영하 240도 이상의 낮은 온도를 뜻한다.

-- 퀀텀에너지연구소의 향후 계획은

▲ 회사는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활용해 특허와 원료, 소재를 가지고 수익을 내겠다는 목표를 제시해 왔다. 회사는 한국에너지공과대학과 지난 5월 맺은 업무협약(MOU)과 관련해서도 "상온 상압 초전도체를 적용한 박막 증착 기반 애플리케이션 분야에 대한 실험 및 분석을 실시하고, 그에 따른 상용화와 정부 부처 및 한국전력공사 과제 수주를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회사는 현재 LK-99 샘플을 만드는 데 매진하고 있는 상황이며, 이 대표가 한 달 후쯤 여러 내용을 종합해 발표할 예정이라는 계획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shjo@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