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한다발의 연두빛 희망, 나무수국[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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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의 '수국을 보며'다 . 서울 중구 정동길 성프란치스코수도원 교육회관 앞은 7월이면 묵상에 잠긴 성프란치스코 동상 곁을 연두빛 나무수국이 에워싼다.
외모가 보잘 것 없는 참꽃은 희생시키고 헛꽃만 피도록 개량한 것이, 수국과 나무수국이다.
수국은 전년도 가지에서 새로 돋아난 가지의 두번째 마디 끝에서 꽃이 피지만, 나무수국은 당해년도 봄에 새로 돋아난 가지 끝에 꽃송이가 달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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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가 잘 안되는/ 여름 오후/수국이 가득한 꽃밭에서//꽃잎마다/하늘이 보이고/구름이 보이고/잎새마다/물 흐르는 소리//각박한 세상에도 /서로 가까이 손 내밀며/원을 이루어 하나 되는 꽃//혼자서 여름을 앓던/내 안에도 오늘은/푸르디 푸른/한다발의 희망이 피네>
이해인 수녀의 ‘수국을 보며’다 . 서울 중구 정동길 성프란치스코수도원 교육회관 앞은 7월이면 묵상에 잠긴 성프란치스코 동상 곁을 연두빛 나무수국이 에워싼다. 살인적 폭염과 폭우에 지친 올 여름 나무수국은 한다발의 푸른 희망으로 다가온다.
물폭탄이 쏟아진 장마철에 이어 살인적인 폭염으로 지친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것이 여름꽃, 물의 꽃인 수국이다. 요즘은 도심 정원에 관상용으로 많이 심어 바라만 보아도 청량감을 전해준다. 화장품 모델처럼 ‘화장술’이 뛰어난 산수국, 온갖 색깔로 변주하는 화려한 수국과 달리 나무수국(목수국)은 연두빛·흰색으로 수더분하고 청초한 이미지를 자랑한다.
‘원조 수국’인 산수국을 개량한 것이 수국, 나무수국이다. 외모가 보잘 것 없는 참꽃은 희생시키고 헛꽃만 피도록 개량한 것이, 수국과 나무수국이다.
수국이란 이름은 중국이름인 수구화(繡毬花) 또는 일본명인 수국화(水菊花)에서 유래된 것이라 고 한다.우리나라에는 관상용으로 들어와 사찰 경내에 많이 심어졌다. 중국명인 수구화가 흔히 사용됐으나, 수국화를 선호하는 일본사람들에 의해 수국(水菊)으로 정착된 듯하다. 수국의 학명 Hydrangea는 물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촌간이기는 하지만 수국과 나무수국은 외양부터가 서로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개화습성으로 알려져 있다. 수국은 전년도 가지에서 새로 돋아난 가지의 두번째 마디 끝에서 꽃이 피지만, 나무수국은 당해년도 봄에 새로 돋아난 가지 끝에 꽃송이가 달린다고 한다.
이 때문에 수형을 다듬거나 더 풍성한 개화를 유도하기 위한 가지치기 방법이 달라진다. 수국은 꽃이 지고나서 곧장 해주어야 하지만, 나무수국의 경우는 늦가을이나 이른봄에 해주는 게 좋다고 한다.
형형색색 수국 못지 않게 나무수국도 품종이 다양한 편이다. 주로 미국과 유럽에서 개량되었다. 나무수국 품종을 대별하는 특성으로는 키다리냐 난쟁이냐, 꽃모양이 원추형이냐 공모양이냐, 목질화된 줄기가 빳빳하냐 물렁하냐를 들 수 있다.
<여름날은 혁혁하였다//오래된 마음자리 마르자/꽃이 벙근다/꽃 속의 꽃들/ 꽃들 속의 꽃들이 피어나자/꽃송이가 열린다/나무 전체가 부풀어 오른다/마음 자리에서 마음들이/훌훌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열여섯 달빛으로/저마다 길을 밝히며/마음들이 떠난다/떠난 자리에서/뿌리들이 정돈하고 있다/꽃은 빛의 그늘이다>
이문재 시인의 ‘수국’이다.
수국처럼 나무수국 역시 꽃잎의 색깔이 변한다. 연녹색으로 피어 점차 흰색으로 바뀌다가 꽃이 지는 무렵이면 연핑크색으로 바뀌는데 색상변화가 눈에 확 띄지는 않는다. 수국과는 달리 꽃잎이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마른 채로 매달려 겨울을 나기 때문에 황량한 겨울정원에도 그다지 아름답지는 않지만 그 나름의 존재감을 보여준다.
나무수국은 수국처럼 참꽃과 허꽃이 다 있는 반면, 큰나무수국은 참꽃이 없고 허꽃만 남아 있다. 나무수국 외래종으로 대표적인 것이 꽃송이가 극대화된 미국 나무수국 애나벨을 비롯, 라임라이트, 바닐라프레이즈, 다이아몬드루지 등이 있다.
글·사진=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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