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전 못잊어" Since2003,아름다운 수문장 김정미,월드컵 유종의 美[女월드컵 현장인터뷰]
[브리즈번(호주)=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독일과의 무승부, 잊지 못할 것같다."
대한민국 베테랑 골키퍼 '맏언니' 김정미(인천 현대제철)이 세 번째 월드컵에서 유종의 미를 거둔 후 소감을 전했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축구 대표팀은 3일(한국시각) 호주 브리즈번에서 펼쳐진 국제축구연맹(FIFA)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H조 최종전에서 'FIFA 2위' 독일과 1대1로 비겼다. 모두가 독일의 낙승을 예상한 경기였다. 모로코, 콜롬비아에 2연패 한 후 '콜롬비아가 모로코를 이기고, 독일을 5골 차 이상으로 이겨야 가능한' 비현실적 16강 경우의 수 앞에서, 대한민국 여자축구 전사들을 이를 악물었다. 지난 4년간 '고강도' 훈련을 몸이 부서져라 했건만, 세계 무대에서 속수무책, 골도 승점도 없이 빈손으로 돌아갈 순 없었다. 2연패 후 비록 기적을 쓰지는 못하더라도 100%의 대한민국 여자축구를 제대로 보여주자고 결의했다. 전반 6분 만에 조소현의 선제골이 터졌고, 전반 42분 알렉산드라 포프에게 동점골을 내줬지만 거기까지였다. 이겨야 16강에 오르는 독일이 파상공세를 퍼부었지만 투혼의 한국 여자축구는 모든 공격을 다 막아내며 결국 승점 1점을 가져왔다. 월드컵 2회 우승, 여자유로 준우승,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독일이 월드컵 9회 출전 사상 최초로 16강에서 탈락했다. 세계 여자축구계의 역사상 최고의 이변이었다.
한국 여자축구는 절망의 끝에서 희망의 끈을 기어이 잡아냈다. 김정미, 조소현, 심서연, 김혜리, 지소연, 이영주 등 30대 베테랑들과 장슬기, 최유리 등 94년생 에이스들, 천가람, 케이시 페어, 추효주 등 2000년대생 어린 선수들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마지막 경기는 한국 여자축구의 미래가 분명히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한 경기였다.
김정미는 지난 20년간 대한민국 여자축구를 든든히 지켜온 간판 수문장이다. 2003년 6월 10일 AFC 여자축구선수권 태국전에서 데뷔전을 치른 후 A매치 138경기에서 199실점을 기록했다. 20년 전인 2003년 미국월드컵 이후 2015년 캐나다 대회 첫 16강 역사를 썼고, 2019년 프랑스 대회는 부상으로 참가하지 못했다. 여자축구의 열악한 저변 속에 골키퍼 저변은 더욱 그렇다. 전국 연령별 골키퍼가 5~6명 남짓한 상황, 20년 외롭고 높은 한길을 꼿꼿하게 달려온 김정미의 여정은 그저 경이롭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수문장이 2022년 카타르월드컵을 뛰는 상황을 그려보면 이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알 수 있다.
김정미는 독일전 후 인터뷰에서 "2015년 캐나다월드컵 16강에 진출한 스페인전(2대1 승)을 잊지 못하고 있는데,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선수들이 똘똘 뭉쳐 이룬 독일전 무승부도 못 잊을 것같다"며 미소 지었다. 독일전 무승부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그녀는 "2연패 후 16강은 희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콜린 벨 감독님도 선수들도 포기하지 않고 집중해서 '해보자, 해보자' 했던 게 경기력으로 나타났다. 끝까지 버텨주고 하니까 되더라"고 했다. "바보같은 생각이지만 긴장하지 않고 처음부터 더 강하게 맞섰더라면 하는 후회가 남는다. 모로코가 올라가고 독일이 떨어진다는 상황을 들으니 더 아쉽더라"고 16강 탈락의 아쉬움을 전했다. 대표팀에서 인천 현대제철에서 오랜 기간 함께한 김정미와 조소현은 절친이다.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철저한 자기 관리가 똑 닮았다. 김정미는 " (조)소현이가 이번 월드컵에서 첫 번째 득점을 해줘서 너무 기쁘고 고마웠다"고 마음을 전했다. "무엇보다 우리 수비수들이 특히 고맙더라. 골키퍼인 나에게까지 공이 오지 않게, 박스에 공이 못 들어오게 엄청나게 몸을 던졌다. 온몸으로 막아주고 끝까지 슈팅을 안 주려는 게 느껴졌다. 정말 눈빛이 달랐던 것 같다"며 치열했던 시간들을 돌아봤다.
독일전 그라운드에서 '최연소', '최고령'이 공존하는 한국 여자축구의 역사도 있었다. 모로코전에서 '16세 26일' 월드컵 최연소 출전을 기록한 '혼혈 에이스' 케이시 페어는 16세 35일, 대한민국 남녀축구 사상 최연소 선발 출전 기록을 세웠다. 모로코전에서 '38세 287일'로 아시아 최고령 출전을 기록한 맏언니 김정미와 최전방, 최후방에서 행복하게 공존했다. "케이시가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긴장도 됐을 텐데 멋지게 뛰어줬다"는 칭찬과 함께 "케이시랑 함께 경기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는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제가 한참 언니지만, 경기장에선 언니 동생 없이 같은 열정으로 똘똘 뭉쳤다. 독일과의 경기 말고 그 이전 경기들을 되돌아보면서 세계의 벽이 높다는 걸 느끼고 배웠으면 좋겠다"는 조언도 함께였다.
서른여덟 살, 세 번째 월드컵에서 그녀는 무엇을 보았을까. "벽도 보았고, 희망도 보았다"고 답했다. "벽은 더 높아진 세계 여자축구의 벽이다. 좋은 선수들도 정말 많아졌고, 랭킹을 보면 모로코, 콜롬비아가 훨씬 낮고 왜 못 이기느냐 생각하시지만 막상 뛰어보면 스피드, 파워 같은 부분에서 우리가 부족했다"고 돌아봤다. "희망은 독일전이다. 독일이라는 강팀을 만나서 선제 득점을 하고 비록 실점은 했지만 끝까지 승점 1점을 따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4년 후면 그녀는 40대가 된다. 네 번째 월드컵, 가능할까. "나이가 있어서 어려울 것같다"며 미소 지었다. 그러나 쉽게 '마지막'을 말하진 않았다. "멀리 보지 않고 늘 한해 한해 관리하면서 하고 있다. 아직 항저우아시안게임도 있고, 다음 월드컵 예선도 있다.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했다.
조별예선 1무2패로 호주-뉴질랜드월드컵을 마감한 여자축구 대표팀은 5일 오전 11시10분 C1160편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브리즈번(호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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