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크고 편안한데 효율도 좋아… 도요타 SUV 하이랜더
도요타의 전동화(전기로 움직이는 것) 전략은 순수 전기차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도요타는 ‘전기동력을 활용하는 모든 차’로 전동화의 범위를 확장해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혼합한 ‘하이브리드’도 전동화의 범주에 넣고 있다. 순수 전기차 전환에 늦은 만큼 가장 자신있는 하이브리드를 전동화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다.
도요타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하이랜더도 이런 전동화 전략에 따라 하이브리드 동력계를 채택하고 있다. 경쟁하는 국산 대형 SUV 중에는 하이브리드 동력계가 없다. 국내 인증기준 연료효율은 13.8㎞/L로, 체급이 몇 단계 낮은 차보다 높다. 경기 파주와 인천 영종도 일대 약 200㎞를 시승해 봤다.
하이랜더의 크기는 길이 4965㎜, 너비 1930㎜, 높이 1755㎜, 휠베이스(앞·뒷바퀴 중앙부 사이의 거리) 2850㎜다. 경쟁차로 꼽히는 현대차 팰리세이드보다 30㎜ 짧고, 45㎜ 좁다. 휠베이스 역시 50㎜ 짧다.
디자인은 팰리세이드와 상당히 다르다. 팰리세이드가 각진 형태를 하고 있다면 하이랜더는 유선형이다. SUV 성격을 드러내는 C필러(마지막 기둥) 디자인이 유려해 날렵한 인상을 준다. 반면에 시각적으로 작아 보이는 느낌도 있다. 최근 일본차 디자인은 ‘멋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데, 하이랜더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디자인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실내는 널찍해 개방감이 좋고, 외관에 비해 고루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12.3인치 디스플레이가 중심을 잡고 그 주변으로 여러 기능을 조작할 수 있는 버튼을 배치했다. 수납 공간은 여러 곳에 마련돼 있고 계기판은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하도록 디자인됐다.
하이랜더는 7인승 구조로 시트 구성은 2+2+3의 형태다. 보통 자동차는 2열을 3시트 구성으로 하는데, 하이랜더는 독립된 두 개의 시트를 넣어 거주성을 높였다. 도요타의 자동차 플랫폼 TGNA-K를 적용해 유연한 공간 활용이 가능했다. 3열은 3시트 구성이다. 성인 3명이 타기에는 좁을 수 있다.
하이랜더 최대 장점은 동력계다. 2.5L 자연흡기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에 전기모터가 조합된 형태다. 시스템 총 출력은 246마력으로, 엔진 단독으로 188마력을 낸다. 전기모터는 58마력의 성능을 갖고 있다.
엔진과 전기모터가 네 바퀴를 굴리는 E-포(Four) 시스템을 채용했다. 하이랜드는 일반적인 네 바퀴 굴림차처럼 앞·뒤 차축을 연결하는 드라이브 샤프트가 없다. 앞쪽에 장착된 엔진에서 만들어진 동력은 앞바퀴만 굴리고, 뒷바퀴는 전기모터가 만든 동력만 활용한다. 실내 공간을 침범하는 드라이브 샤프트가 없어 공간을 조금 더 넓게 활용할 수 있다.
동력계 연료효율은 13.8㎞/L로 팰리세이드 2.2L 디젤(복합 11.4㎞/L)보다 높다. 약 200㎞를 주행하는 동안 확인한 연료효율은 L당 16~17㎞ 수준으로 인증 효율을 넘었다. 엔진 힘을 더 쓰는 스포츠 모드를 가동해도 인증 효율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하이랜더는 공영주차장 할인 등 친환경 자동차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승차감은 우수하다. 도로의 굴곡에서 생기는 충격을 차체가 잘 흡수한다. 도로 환경이 좋지 않은 북미 등에서 주로 판매되는 차라는 특성이 반영된 덕분이다. 과속방지턱을 넘어가는 느낌도 좋다.
다만 차의 방향을 갑자기 틀 때 생기는 롤(좌우 흔들림)은 다소 있는 편이다. 그래도 주행안정장치의 개입 정도가 빨라 불안이 크지 않다.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이나 차선이탈방지시스템 등 여러 주행보조장치를 잘 활용하면 운전의 피로를 줄일 수 있다. LG유플러스와 함께 개발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음성 명령 등의 기능이 있다.
하이랜더는 국내에 두 가지 트림으로 판매된다. 기본형인 리미티드 트림은 6660만원, 고급형인 플래티넘 트림은 747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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