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살인 예고’ 부산 서면·서울 대치동 재수 종합학원...소총 무장한 특공대원 배치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살인 예고’가 말 그대로 예고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주말을 겨냥한 살인 예고도 있었던 탓에 시민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까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살인 예고 글은 28건이다. 경찰은 이중 5명을 검거하는데 성공했다. 나머지 글 작성자 대부분이 위치 추적이 어려운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검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4일 뉴스1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 기준 서울 강남역·신논현역·잠실역·한티역·신림역, 경기 오리역·의정부역, 부산 서면역에는 흉기 난동과 같은 강력 범죄는 발생하지 않았다.
전날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흉기 난동을 암시하는 예고 글이 꾸준히 올라왔다. 이들이 지목한 범행 장소는 △강남역 △잠실역 △한티역 △오리역 △부산역 △왕십리역 △부산 서면역 등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흉기 난동 글에 언급된 지명을 ‘위험 지역’으로 정리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기도 했다.
이날 저녁 7시. 범행 예고 지역이었던 서울 강남역 일대는 ‘불금’임에도 삼엄한 분위기였다. 10번 출구를 비롯해 각 출구 앞에는 경찰 기동대가 2인 1조를 이뤄 상황 근무를 서고 있었고, 지하상가 내부에도 진압봉을 든 경찰들이 순찰하고 있었다.
20대 직장인 A씨는 뉴스1에“원래 오늘 저녁 약속이 있었는데, 흉흉한 이야기가 많이 돌아 그냥 취소했다”며 “그동안 ‘내 일은 아니겠지’라고 여겼는데, 어제 사건을 보면서 불안해졌다”고 말했다.
범행 지역으로 지목된 분당구 오리역도 긴장감이 감돌긴 마찬가지였다. 예고 시간인 오후 6시가 되자 테이저건과 권총으로 무장한 경찰 특공대, 기동대원이 순찰을 시작했다.
경찰의 불심검문이 이어지기도 했다. 방패와 진압봉으로 무장한 경찰 2명이 빨간 옷을 입은 남성에게 다가가더니 옷 안의 주머니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남성은 천천히 윗도리의 지퍼를 열었다. 다행히 흉기는 나오지 않았다. 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비타500 유리병과 에어팟이었다.
오후 6시30분이 되자 퇴근하려는 직장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어수선하고 삼엄한 분위기 탓인지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걸어가며 여러 차례 뒤를 돌아보거나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이들도 많았다.
경찰청은 이날 살인 예고 지역, 다중이용 시설 등에 소총과 권총으로 이중 무장한 경찰 특공대원 127명을 전진 배치하는 등 특별치안활동을 펼쳤다.
지역별로는 △서울 25명 △부산 4명 △대구 6명 △인천 4명 △광주 5명 △대전 8명 △세종 5명 △경기남부 16명 △경기북부 6명 △충남 7명 △전북 12명 △전남 7명 △경북 10명 △경남 4명 △제주 8명이 배치됐다. 이외에 다중밀집 지역에 36개 중대가 급파됐다.
하지만 아직 긴장을 놓긴 이르다. 부산 서면역을 비롯해 강남 대치동 재수 종합학원 등은 이번 주말에도 범죄 예고가 돼 있어서다.
이날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20대가 침입해 교사를 흉기로 찌르고 달아나는가 하면,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선 흉기로 자해를 시도하려다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일이 발생했다. 혼란한 틈을 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에 경찰은 5일부터 전술 장갑차 10대를 살인 예고 지역과 다중이용시설에 배치하기로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5일부터 전술 장갑차 10대를 추가 배치해 초기에 범죄 분위기를 완전히 제압하겠다"며 "국민들이 평온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살인 예고 글 작성자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살인 예고 글은 모두 28건이다. 경찰은 현재까지 서울 왕십리역·성남시 모란역·경기 의정부역 살인 예고글 작성자를 포함해 총 5명을 검거했다. 이중 1명은 구속됐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를 비롯해 각 지방 경찰청은 현재 글 작성자를 추적 중이다. 다만 유동 IP나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한 이들이 많아 추적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검거된 이들에 대해서는 협박 또는 특수협박죄를 적용할 방침이다. 경우에 따라선 더 무거운 '살인예비죄' 적용도 검토할 예정이다.
경찰은 불안을 조장하는 가짜뉴스에 대해서도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오전 경기도 포천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흉기 난동이 벌어졌다는 지라시가 돌았으나, 허위 정보로 판명됐다.
이날 윤희근 경찰청장은 담화문을 통해 "사이버상의 흉악범죄 예고와 근거 없는 가짜뉴스에 대해선 예외없이 강력히 대처할 것"이라며 "모든 수사역량을 집중해 게시자를 신속히 검거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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