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한說]"40도 넘는 찜통더위가 왜 우리 탓?"…뿔난 중국 기업들
[편집자주] 세계 반도체 수요의 60%, 150조원 규모의 가전시장을 가진 중국은 글로벌 IT시장의 수요 공룡으로 꼽힙니다. 중국 267분의 1 크기인 대만은 세계 파운드리 시장을 호령하는 TSMC의 본거지입니다. 미국·유럽 등 쟁쟁한 반도체 기업과 어깨를 견주는 것은 물론 워런 버핏, 팀 쿡 등 굵직한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았죠. 전 세계의 반도체와 가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화권을 이끄는 중국·대만의 양안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중국과 대만 현지의 생생한 전자·재계 이야기, 오진영 기자가 여러분의 손 안으로 전해 드립니다.
장시성의 한 제조기업 관계자는 탄소 감축 노력을 묻는 질문에 위와 같이 말했다. 이 기업은 최근 '탄소 배출량을 감축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달성하라'는 해외 고객사의 요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체 기준에 부합하고, 탄소배출권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답변했지만 갈등은 봉합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 관계자는 "생태환경국과 긴밀히 협조해 탄소 감축 투자를 확대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으나 해외 고객사는 막무가내"라고 한숨을 쉬었다.
미국·유럽이 중국에 지구 열대화의 책임소재를 물으려는 시도는 수차례 반복돼 왔다. 지난달에도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특사가 베이징을 찾아 리창 총리, 왕이 외교부장을 만났다. 케리 특사는 이 자리에서 "중국이 석탄 등 화석 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온실 가스의 배출을 감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해 중국의 탄소 배출량 비중은 31%로 미국(14%)은 물론 G7 전체의 배출량보다 많다.
중국 기업들은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변한다. 이미 강도 높은 환경보호 노력을 하고 있는데다,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갖춰 단기에 감축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다. 다른 국가가 많은 탄소를 배출하던 과거에는 침묵해 오다 중국의 성장기에 엄격해진 것이 불공평하다는 불만도 작용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은 자체 기준에 따라 탄소배출을 감축할 것이며, 다른 국가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주장에는 일견 일리가 있다. 중국은 베이징과 톈진, 허베이 등 주요 도시의 기온이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환경 보호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상태다. 지난해 중남부 지역의 가뭄으로 3785만명이 6조원이 넘는 피해를 보면서 당국의 규제가 더 엄격해졌다. 중국과학원에 따르면 중국은 에너지 절약과 숲 조성 계획 등으로 10년 연속 탄소배출량을 감축했으며, 매년 4억톤의 탄소를 줄이고 있다.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기업들도 탄소 감축에 적극 나선다. 중국상장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회원사의 34%인 1700개 기업이 ESG 보고서를 발표했으며, 전년(1112개) 대비 약 600개 기업이 늘었다. 중국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인 OPPO도 지난달 31일 심천에서 녹색기술 달성을 그룹 차원의 달성과제로 꼽았다. 관영 인민일보는 이를 두고 "중국 기업은 인류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중국과 세계 표준의 격차다. 중국의 자체 목표치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 정점을 달성한 뒤, 서서히 감축을 시작해 206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것이다. 선진국과 주요 기업의 목표 시기인 2050년보다 10년이나 늦다. 또 중국은 2025년까지는 석탄 생산을 늘리겠다며 주요국과의 협의도 거부하고 있다. 지난해 가뭄 때에도 대량의 석탄이 소비되는 화력발전소 가동을 확대했다.
기후 변화가 심각해지면서 서구권의 요구가 거세지는 만큼 중국과의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올해 미국의 일부 지역은 40도를 넘나드는 더위를 기록했으며, 남유럽은 45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유럽에서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6만명이 넘는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중은 (기후변화에) 공동 책임을 진다"며 중국의 녹색기후기금(GCF) 동참을 요구했다.
다만 중국 기업의 탄소배출 감축량은 여전히 서구권의 기대치에 못 미친다. 지난해 중국 국영 에너지기업 화능국제전력의 탄소배출량은 영국 전체와 맞먹는다. 대외적으로 거창한 목표를 발표했지만, 내부적으로는 감축 노력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중국 기업은 공급망 전반의 탄소배출량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기업들의 반감도 덩달아 늘고 있다. 현지 재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에게만 기후변화의 책임을 묻는 것은 잘못됐다는 인식이 있다"라며 "해외 고객사들의 무리한 요구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이 늘고 있는 만큼 단기간에 타협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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