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흉기난동'이 '칼찌 챌린지'?…이 시국에 도 넘은 '희화화'

서상혁 기자 한병찬 기자 2023. 8. 5.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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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동시다발 흉기난동·살인예고…온라인선 '칼찌 챌린지' 희화화
"묻지마 범죄가 자칫 '놀이 문화'로 변질…범죄 심각성 희석" 지적
서울시 신림역, 성남시 서현역 등에서 흉기난동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경찰 당국이 특별치안 활동을 선포한 4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지하철 강남역 인근에 경찰특공대와 전술장갑차가 배치돼 있다. . 2023.8.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한병찬 기자 =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지 보름도 지나지 않아 전국에서 유사 강력사건과 살인예고 글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서현동 칼부림(3일)과 대전 교사 피습(4일)이 연이어 발생해 시민들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흉기 난동을 '칼찌 챌린지'로 부르며 희화화하고 있다. 칼찌는 '칼로 찌른다'의 줄임말이고, 챌린지는 '도전' 또는 '과제'라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도 넘은 희화화라며 흉기 범죄가 자칫 놀이 문화로 변질돼 범죄 심각성을 희석하고 모방 테러를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5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지난 3일 서현역 사건 이후 전날까지 전국 곳곳에선 유사 범죄가 속출하고 있다.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20대가 침입해 교사를 흉기로 찌르고 달아나는가 하면,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선 흉기로 자해를 시도하려다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일이 발생했다. 강남역, 오리역 등에서 "흉기 난동을 벌이겠다"는 살인 예고 글도 넘쳐나는 상황이다.

현재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잇단 묻지마 흉기 난동 범죄를 이른바 '칼찌 챌린지'로 부르고 있다.

서현역 사건 이후 대전 고등학교·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유사한 범죄가 발생하자 인터넷 커뮤니티엔 "칼찌챌린지ㅋㅋㅋ" "언제까지 칼찌챌린지하냐?" "지금 칼찌챌린지 중이냐" 등의 글이 올라왔다. 강남역 등 살인 예고 글이 이슈 몰이를 하자 "요즘 칼찌챌린지가 유행이냐" 등의 글이 다수 게시됐다.

칼찌 챌린지는 통상 '도전 과제'라는 뜻으로 해석되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재미있거나, 어려운 것을 하도록 독려하는 밈으로 여겨진다. 대표적인 예가 '아이스 버킷 챌린지'다. 요건대 '칼찌 챌린지'는 누군가를 찌르는 행위를 '밈'으로 만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부 누리꾼들이 묻지마 범죄를 지나치게 희화화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신림동이나 서현역 사건에서 나타난 불특정 다수를 향한 범죄는 '테러'인 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는데 온라인에선 상당히 가볍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흉기 난동은 아주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는데, 온라인상에서의 밈 용어를 붙인다는 건 일종의 놀이 문화로 변질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묻지마 범죄의 희화화 기저에는 '불안 심리'가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 심각한 사건이 발생하면, 희화화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며 "자기방어 차원에서 '별거 아니다'라는 식으로 생각하다 나중에는 희화화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선 유튜버들이 희화화를 부추기고 지적도 나온다. 유튜버들이 범죄를 소재로 한 영상을 제작하면서 누리꾼들이 소비할 콘텐츠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 전날 흉기 난동 범행 장소로 지목된 오리역에는 다수의 유튜버가 들이닥쳐 영상을 찍고 있었다.

곽 교수는 "일부 유튜버들은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이 현장에 내가 왔다' '내가 여기서 이런 행동을 했다'는 식으로 자신을 부각하거나 희화화하기도 한다"며 "이러한 행동 자체가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묻지마 범죄'의 희화화는 범죄 자체가 갖는 심각성을 희석해, 모방 범죄를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때문에 흉기 난동 범죄자는 물론이고, 살인 예고글 게시자도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 교수는 "묻지마 범죄를 인터넷 밈과 연결시키는 행위 자체가 문제의 심각성을 모른다는 방증"이라며 "그간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이유로 온라인 커뮤니티가 방치되어 왔는데, 앞으로도 관리를 하지 않으면 더 큰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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