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작전’ 하정우 “40대 된 주지훈에, ‘구력 쌓였구나’ 느껴”[M+인터뷰②]
40대 된 주지훈에게 구력을 느낀 사연
오랜만에 팬들과 만난 하정우의 소감은
※ 본 인터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비공식작전’ 하정우가 오랜만에 팬들과 만난 소감을 유쾌하게 전했다.
최근 하정우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과 관련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비공식작전’은 실종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레바논으로 떠난 외교관 ‘민준(하정우 분)’과 현지 택시기사 ‘판수(주지훈 분)’의 버디 액션 영화이다.
앞서 ‘비공식작전’은 시사회를 일찍이 시작했다. 이에 하정우와 주지훈은 팬들과 각종 쇼케이스와 무대인사를 통해 만나 소통을 나눴다. 유쾌한 인증샷들이 등장하면서, ‘비공식작전’에 대한 관심도 생긴 것은 물론, 각종 게릴라 이벤트로 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하정우는 이에 팬들을 오랜만에 만난 소감과 함께 올여름 대작들과 함께 극장 개봉을 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된 것에 대한 심경과 ‘비공식작전’을 봐야하는 이유도 어필했다.
▶ 이하 하정우와의 일문일답.
A. 어떻게든 살려고 발버둥치는 게 인간의 심리라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납득이 되고 그 인물에 동요가 됐던 것 같다. 하나하나 꼼꼼하게 감독님한테 이 인물이 총을 쏘는데 있어서 ‘쏠 줄 아냐. 자세가 이래도 되나’를 수없이 질문했다. 그 상황에 총을 쏘고 뛸 수밖에 없다고 납득을 한 거다. ‘수리남’의 강인구라는 인물도 그렇다. 홍어 파는 사람이 어떻게 거기 가서 그렇게 변해서 미션들을 할 수 있을까. 그것은 어떤 캐릭터를 만드는데 있어서 ‘영화적인 재미로 생각해야 하나?’ 해도 되겠지. 어떻게 극 전체가 주는 느낌이 우선시 되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들은 만들면서 허용을 했던 것 같다.
Q. 출연 결정을 내렸을 때, 대본에서 어떤 매력을 느꼈나.
A. 5년 전 일이다. 2018년 추석 때 ‘클로젯’ 크랭크인을 앞두고 전화가 왔다. 외교관이 레바논에 가서 동료를 구출하는 이야기라고 했다. 솔직히 그때 시나리오를 못봤다. 감독님과 힘을 합쳐서 작업을 해나가면 뭔가 해나갈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작품을 선택하는 이유와 비중은 김성훈 감독의 신뢰가 크지 않았나 싶다. ‘터널’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원작 소설이 비극적이고, 영화적 소재로 쓰기에 스토리 라인이 너무 비극적으로 끝나서 상업 영화 소재로는 약점이 있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각색을 통해서 그 이야기를 이렇게 바꾸시고 작업을 한 걸 보고서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공식작전’은 심플한 라인이 흥미로운 게 아니라 심플한 라인이라서 많은 영화적인 요소를 넣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공간도 많고 잠재력 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했고, 김성훈 감독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Q. 하정우가 맡은 민준이라는 캐릭터는 전형적인 캐릭터인데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떤 지점에서 그런 변화를 맞이한 것 같나.
A. 어떻게 보면 위험하다. 민준을 봤을 때 자기 동료가 납치돼서 거기 협상하러 가는 마당에 아무리 그래도 ‘나 이거 가면은 뉴욕이나 LA 주재원으로 보내달라’는 것 자체가 비인간적일 수도 있다. 좋게 보면 그걸 협상가로 보고 욕망있다고 볼 수 있지만. 나도 그렇게 시작했다. 가는 거에 별 관심이 없고, 좋은 도시, 좋은 나라 주재원이 되는 것을 생각하고서 넘어가게 된 것 같다. 그게 동기가 된 거다. 막상 넘어가서 쉽게 될 줄 알았는데 여러 허들을 만나면서 그걸 헤쳐나가면서, 오재석(임형국 분) 서기관님을 트렁크에서 발견했는데 그때 크게 깨달았던 것 같다. ‘내가 쉽게 생각한 부분이 이 사람은 19개월 동안 엄청난 시간을 보내고 있었구나’라고. ‘이게 내가 생각한 그게 아니구나’ 하고 내적 성장을 이뤄낸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고 그 뒤는 다른 톤으로 후반까지 쌓아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Q. 그렇다면 민준의 톤앤매너와 무게 등을 어떻게 잡으려고 했나.
A. 오랜 기간 이 캐릭터를 톤앤매너를 잡을지가 어려웠다. 그 한 문장의 힘이 세기 때문에 그거에 갇혀버리면, 눌려버리면 안될 것 같았다. 우리의 이 영화에 만든 기획의 목적, 목표점은 상업영화로서 재미와 감동을 주는건데 부담스러운데 어떻게 이겨내고 우회할 수 있을까 했다. 이걸 무시하기도 뭐한 거고 오서기관이 납치된 상황에서 이 인물이 납치되고 그런 것에 웃고 떠들 수 있을까. 김성훈 감독님과 이야기한 게 ‘터널’을 소환했다. ‘터널’에서 그 갇힌 사람이 정말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눈물만 흘리다가 끝낼 거냐고. 고통만 받고 끝낼 거냐고. 물론 그런 상황이긴 하지만, 김성훈 감독은 그 상황에서도 낭만을 찾으려고 한 것 같다. 그 터널 안에서 인물이 낭만을 찾으려고 한 건, 단순한 이유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 숨을 쉬는 거다. 그런 것처럼 민준도 이런 상황에서 무거운 상황도 있지만, 이 미션을 잘 달성하기 위해서 숨은 쉬어야 한다. 그걸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달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톤앤매너를 잡아갔다. 그런 신에서 풀린 신이 판수와 민준이 처음으로 길게 이야기하는 신이었는데 처음에는 시나리오가 단면적이었다. 사무적이고 공무원이고 영화에서 관객이 봤을 때 이 두 주연배우가 만나서 신에 대한 기대감이 있을 것 같다. 그랬을 때 무엇을 보고 싶어하는지, 그러면서 내가 너무 그거에 위축해하고 부담스러워 하니까, 감독님은 ‘지금 상황에만 집중을 해서 양아치 같고 사기꾼 같은 택시 기사를 만날 때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를 생각해봅시다’ 하고 이야기하고 리허설을 하면서 그 부담감에서 벗어났다. 제일 먼저 대입할 수 있던 건 나 자신이었다. ‘하정우라는 배우가 그런 미션을 받았다?’ ‘그렇다면 나라면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나를 대입하며 조금씩 풀려나갔다. 그런 무게감에서 조금은 자유롭고 영화가 가져가야할 톤앤매너를 정하지 않았나 싶다.
Q. 그렇다면 ‘비공식작전’이 주는 메시지는 무엇이라고 보나.
A. 같은 해가 배경인 작품을 두 번이나 해서, 연기를 하는데 있어서 그것이 나에게 영향을 주는 건 아닌 것 같다. ‘이 시대가 이랬구나’ 체험을 하게 해준다. 그것도 2차적, 3차적으로 영향을 주겠지만. 그러한 시간들을, 사건들을 통과하면서 지금까지 버텨온 선배들과 어른들의 씁쓸하고 존경스러운 마음이 느껴진다. 이 영화에서 오서기관님이 19개월 동안 방치가 됐는데 ‘올림픽 유치 때문에 이런다고? 몸값 때문에 이런다고? 안기부가 아니라 외교부가 먼저라, 알력다툼?’ 같은 부분. 감독님의 시선인 것 같다. 감독님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었으면 하는 이 세상에 대한 요구사항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A. ‘신과 함께’ 이후 시간이 흘렀다. 작업은 2016년, 2017년도에 했고, 5년 만에 연기를 하게 됐다. 그 사이에 지훈이가 작품을 많이 했다. ‘어, 좀 늘었나. 깊이가 생겼나’ 하는 기대감과 궁금함이 있었다. 그리고서는 첫 촬영이 어떤 장면이었냐면, ‘한국사람? 한국사람!’하는 장면. 모로코 탕헤르 공항에서가 첫 촬영이었다. 그 의상을 입고 오는 모습을 보면서 ‘구력이 쌓였구나’ 했다.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제 지훈이가 40대가 돼서 만났으니까. 우리가 30대 때 만났다가 40대 때 다시 만나니까 새로웠다. 초반에 말한 것처럼 둘이 연기한 게 기억이 났다. ‘신과 함께’ 때 1년 가까이 호흡을 맞춘 것이 생각나고 세포가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이상하게 지훈이랑은 리허설 전에 대사를 맞춰보는 것 없이 그냥 와서 바로 리허설을 했다. 어떤 날은 리허설 없이 바로 첫 테이크를 갔다. 보통 리허설을 많이 하는데 지훈이랑 둘이 하는 대화신에서는 첫 테이크를 슛으로 가보자고 하면, 마스터샷을 찍는데도 처음부터 끝까지 약속을 안했는데도 괜찮았다. 처음 눈을 보면서 맞춰나가는 라틴 댄스를 춘다는 표현이 거기서 나온 것 같다. 이렇게 호흡이 잘 맞았구나가 떠오르더라.
Q. 김응수, 김종수 등 배우들과도 호흡을 맞췄다. 각 배우들도 강렬한 연기들을 펼쳤다.
A. 김응수 선배님, 김종수 형님, 박혁권 형, 유승목 형 등은 같이 작품을 이전에도 해서 팬이고 좋아한다. 같이 연기하면 재밌다. 감독님이 그런 거를 아시는지, 그런 연기톤들을 좋아해서 외교부 초반을 세팅한 것 같다. 호흡이 잘 맞았다. 유승목형은 ‘1987’, 혁권이형은 ‘의뢰인’부터 봤고, 김응수 선배님은 ‘범죄와의 전쟁’. 그런 시너지가 그대로 외교부에 사용하신 것 같다. 마음 편한 장면이었다.
A. 오랜만에 무대인사를 하는데, 예전과 달리 그 친구들도 나이를 먹었더라. 어떤 친구는 애도 데리고 왔고, 어떤 나이 많은 팬분은 ‘우리 딸이 이렇게 컸어요’라고 하더라. ‘이렇게 시간이 흘렀구나. 3년 반 밖에 안 지났는데 3년 반이라는 게 생각보다 긴 시간이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무척 반가웠다. 무대인사를 다니면 따라다니고 응원하는 팬분들이 있는데, 그 친구들과 재회를 한 거다. 어떤 친구는 살이 빠지기도, 어떤 친구는 살이 빠지기도 했더라. 변화된 시간, 변화된 모습을 보며 반갑기도 했다.
Q. 올 여름 ‘밀수’부터 ‘더 문’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 기대작들이 대거 개봉한다. 그 중에서도 ‘비공식작전’을 보러 극장에 와야한다고 어필해본다면?
A. 옛날과 똑같다. 경쟁하고, 여름방학이든, 겨울방학이든 대형영화가 나와서 한 주차로 개봉을 하기도 하고. 작년에도 그렇지만, 내가 오랜만에 그런 날들을 맞이 했다. 예전보다는 상황이 좋지 않다. 한국영화 시장이. 다 하던 대로 경쟁하고, 하던 대로 우당탕탕해서 잘됐으면 좋겠다. 어떻게든 극장에 찾아오셔서 심야영화도 부활되고, 늦은 시간에 영화가 배치도 돼서 활력을 찾는데 일조가 됐으면 좋겠다.
[이남경 MBN스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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