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폭염 이어 태풍까지… 기후 변화 대응하는 보험 상품은
매년 커지는 폭우 피해… 풍수해보험 수요 증가
영국·인도, 폭염 피해 맞춘 특화 상품 등장
올 들어 장마 기간 중 폭우로 많은 지역이 침수 피해를 입은 데 이어, 지난달부터 폭염이 지속되면서 전국적으로 가축이 폐사하고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무더위가 지난 후에는 8~9월 중 찾아올 태풍과 겨울 한파로 또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기상 이변으로 매년 폭우와 폭염, 한파 등 자연 재난에 따른 피해 규모가 커지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보험 가입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보험 시장 전문가들은 기존 상품에 특약만 추가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자연 재난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특화 상품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 무더위 직격탄 맞은 축산 농가… 재해보험 특약으로 대비
최근 계속되는 폭염으로 직접적인 재산 피해를 입는 곳은 축산 농가다. 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무더위가 시작된 지난 6월 19일부터 이달 1일까지 폭염으로 전국에서 닭을 포함한 가금류 15만6297마리, 돼지 9688마리 등 총 16만5985마리의 가축이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직 정확한 수치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폭염이 장기화 될 경우 농산물과 어업 등에서도 많은 피해가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농·어민, 축산업 종사자 등이 폭염에 따른 재산 피해를 대비하려면 손해보험사에서 판매하는 농작물재해보험과 가축재해보험, 양식수산물 재해보험 등에 폭염 재해보장 특약을 추가해야 한다.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대형 손보사와 함께 NH농협손해보험 등에서도 가입할 수 있다.
폭염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열사병과 일사병 등 온열 질환에 대한 진단비 등을 받을 수 있는 시민 안전 보험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이 보험은 개인이 아닌 지자체가 가입하는 상품으로, 해당 지자체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온열 질환을 앓거나 사망에 이를 경우 별도의 절차 없이 진단비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개인 소비자가 가입할 수 있는 미니보험 상품도 있다. 삼성화재가 지난달 24일 출시한 ‘계절맞춤 미니보험’은 병원에서 열사병이나 일사병, 기타 열에 따른 경련과 탈진 등의 진단을 받을 경우 하루만 가입해도 약 10원의 보험료로 30만원을 지급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 시설물 피해는 풍수해보험으로… 장마·태풍에 폭설 피해까지 보상
자연 재난으로 인한 시설물 피해를 대비할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상품으로 꼽히는 것은 풍수해보험이다. 특히 한국은 매년 장마와 태풍 등으로 인해 극심한 비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은데, 이 보험을 통해 주택이나 기타 시설물, 농업 관련 시설 등의 피해를 보상 받을 수 있다.
풍수해보험은 행정안전부가 관장하고 민간보험사가 운영하는 정책보험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보험료의 70% 이상을 지원한다. 태풍, 홍수, 호우, 해일, 강풍, 풍랑, 대설, 지진 등의 자연 재난에 대한 재산 피해 손해를 보상한다. 주택과 비닐하우스 등 농·임업용 온실,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상가와 공장 건물 등이 가입 대상 시설물에 속하며, 세입자도 가입할 수 있다.
다만, 풍수해보험은 1년 단위로 갱신을 하는 소멸성 상품에 속하기 때문에 매년 재가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최근 폭우 등에 따른 자연 재해로 피해가 늘면서 풍수해보험 가입 건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이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풍수해보험 가입 건수는 38만6418건으로 집계됐다. 풍수해보험 가입 건수는 지난 2018년 28만6403건, 2019년 23만3749건, 2020년 23만9802건, 2021년 28만3497건이었지만, 지난해에는 37만2596건을 기록하며 큰 폭으로 증가했다.
◇ 기상 이변에 폭염 피해도 심각… “특화 상품 늘려야”
보험 시장 전문가들은 매년 자연 재해로 인한 피해 액수가 커지고 있는 만큼 보험 상품의 종류와 보장 범위를 다변화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최근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관련 보험은 아직까지 기존 상품에 특약을 추가하거나, 단체 가입 상품 등에 국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일본 스미토모생명은 지난해 4월 보험업계 최초로 열사병 특화 보험을 출시했다. 하루 100엔으로 보험 계약자가 보험 기간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여름 기온이 급격히 오르자, 6월 29일부터 사흘간 하루 6000건 이상의 열사병 특화 보험 계약이 체결되기도 했다.
인도에서는 올해 폭염으로 일용직 근로를 할 수 없는 저소득층 여성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파라메트릭 보험 상품이 등장했다. 영국 보험사인 NFU 뮤추얼은 지난 5월 영국 최초로 낙농업자 대상의 폭염 피해 보상 보험을 출시했다. 여름철 온도와 습도가 폭염 기준에 도달할 경우 각 농장의 위험도와 예산에 맞게 보험금이 지급된다.
강윤지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기후 변화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지난 2020년 기준 세계 총생산(GDP)의 약 2% 수준이었는데, 2050년에는 4%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폭염 피해에 대응할 수 있는 보험 상품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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