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법안 돋보기] 연일 ‘이권 카르텔’ 철폐 외치는 尹… 그러나 뒷전으로 밀린 보조금법
尹정부가 내세운 ‘이권 카르텔’ 혁파 뒷받침
경제 법안 심사하는 기재위
정작 양당 정치 쟁점화된 법안으로 논의 난망
윤석열 대통령이 시민단체와 노동조합, 사교육 시장에 이어 건설 분야 ‘이권 카르텔’ 척결을 지시한 가운데, 윤 대통령이 ‘이권 카르텔’로 규정한 시민단체 보조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보조금법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미 여러 건의 보조금법이 국회에 계류 중인 가운데, 정부의 기조를 뒷받침하기 위한 민간보조금 개혁 법안도 최근 발의됐다. 그러나 보조금법을 심의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이미 재정준칙과 사회경제기본법 등 정치 쟁점화된 법안들이 계류 중인 만큼 보조금법 역시 정쟁의 대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5일 현재 계류 중인 보조금 관리 관련 법안은 21건이다. 이 중 보조금 관리를 강화하는 법안들은 여당 의원들이 주로 발의하는 추세다.
국민의힘에서는 대표적인 친윤(親尹)계로 꼽히는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6일 ‘민간보조금 개혁 3법’을 대표 발의하며 윤 대통령 힘 보태기에 나섰다. 박 의원은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소수의 정치인 중 하나다.
박 의원이 발의한 보조금법 개정안은 보조금을 부정한 방법으로 교부받거나 목적과 다르게 사용한 민간단체에 대한 보조금 교부 제한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또 현행 10억원 이상으로 정해진 보조금 외부 회계감사 기준을 5억원 이상으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박 의원은 제안 이유에서 “보조금을 받는 민간단체 등이 늘어나고 있고 교부되는 보조금의 규모도 매년 증가하고 있으므로 이에 맞추어 보조금에 대한 외부 회계감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했다.
이외에도 지난달 24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겨냥한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관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고, 송언석·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020년 발의한 보조금 관리법 개정안 등이 현재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야당에서 발의한 보조금 관리 법안도 있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21년 부정수급한 보조금 환수를 담보하기 위해 보조금 수령자에 대해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등 채권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기재위 여당 간사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조선비즈에 “우리 당 입장에서는 불법이나 회계상 문제가 있는 건 투명하게 하자는 것”이라며 “국가 예산을 받았으면 당연히 기준에 따라 해야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문제는 경제 법안을 논의·처리해야 할 기재위가 여야 간 정치 쟁점화된 법안으로 다투는 정쟁의 장이 된 상태라는 사실이다. 앞서 여야는 올해 초에는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내용의 반도체특별법(K칩스법)을 가지고 여야가 줄다리기를 한 바 있다.
현재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는 재정준칙을 골자로 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 민주당에서 추진 중인 사회경제기본법이 대표적인 쟁점 법안으로 기재위 경제소위에서 논의 중이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은 사회적기업·협동조합 등에 국가 재정으로 세제 혜택을 주고, 공공기관의 의무 매입 등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보조금법 역시 논의가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정치 쟁점 법안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여기에 기재위에 상정된 법안들이 오는 8월에 바로 논의될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8월에는 통상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고 또 예산결산위원회 결산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야당 기재위 관계자는 “보조금법은 기재위 소위에서 한 번도 논의되지 않은 법안”이라며 “소위는 여야 의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자리인데 아직 민주당에서는 당론으로 정해진 게 없고, 논의 자체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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