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전담반 SIU]⑦ 암 대신 주름 치료하고 챙긴 보험금 8억원… SNS에서 덜미
직원들, 환자 데려오면 수당 받아
보험금 타낸 환자들 “절대 안 들킨다고 했다”
올 2월, 최대 1년 6개월 실형 등 무더기 처벌
이 병원 수상한데? 피부과 전문도 아닌 양·한방 협진 병원인데, 소셜미디어(SNS)에 피부 관련 치료를 한다고 홍보하는 글 밖에 없잖아. 게다가 공짜로 시술을 해준다니. 뭔가 냄새가 난다.
A 손해보험사 보험사기 특별조사팀(SIU·Special Investigation Unit)은 광주광역시의 한 병원에서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는 고객이 급증하자, 청구 내역을 살펴보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지난 2019년 문을 연 이 병원은 양방과 한방을 협진하는 평범한 병원으로 등록돼 있었지만, SNS 홍보를 통해 지역에서는 피부과 진료로 입소문을 타고 있었다. SNS에는 ‘슈링크(얼굴 주름제거․탄력 개선)’, ‘레이저 토닝(피부 색소 침착 제거)’ 등 미용 목적의 시술을 한다는 홍보 글이 올라와 있었다. 심지어 이 시술을 공짜로 할 수 있다고 버젓이 홍보하기도 했다.
결정적인 단서는 고객의 SNS에서 발견됐다. 발목의 인대가 손상돼 흔히 ‘삐었다’고 표현되는 염좌 등으로 보험금을 청구한 고객들이 입원 기간에 자신의 SNS에 이같은 미용시술을 받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이다. 이를 본 A 손보사 SIU는 결국 보험금을 받은 고객으로부터 허위 청구를 했다는 자백까지 받아냈다.
50대 고객 B씨는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항암 치료 후유증을 줄이겠다며, 이 병원에 2주간 입원해 각종 치료를 받았다. 이 명목으로 그는 치료비와 입원 일당 등으로 실손보험금 약 400만원을 수령했다. 그러나 알고 보니 B씨는 입원을 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그는 이 때 암 치료와 무관한 슈링크 시술을 받았다.
A 손보사 SIU는 이런 조사를 바탕으로 2020년 10월 광주 북부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2021년 8월까지 의사와 브로커, 환자 등 219명을 소환 조사한 끝에 1년 만에 보험사기 전말을 밝혀냈다.
우선 환자 모집은 병원에 상담실장으로 근무했던 브로커가 맡았다. 이미 가지고 있던 고객 리스트를 중심으로 SNS를 이용했다. 환자들에게는 실손보험금을 이용해 미용 시술을 공짜로 받을 수 있고, 추가로 입원 일당도 챙길 수 있다고 꼬드겼다.
환자가 병원에 오면, 100만원대 피부 미용 패키지를 시술했다. B씨가 받았던 슈링크 시술이나, 레이저 토닝 시술 등을 주로 했다고 한다. 이들 환자가 보험금을 청구할 때는 염좌나 디스크를 치료한 것처럼 서류를 꾸몄고, 치료 항목에는 주로 도수치료나 체외충격파 치료를 넣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라 병원이 임의로 치료비를 책정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병원은 심지어 보험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상품 설계도 해줬다. 질병보다 상해로 보험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환자에게는 ‘계단에서 넘어져 발목을 다쳤다’는 식으로 상해 원인부터 증상까지 정해 보험금을 청구하도록 했다. 여기에 2주간 입원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입원 일당까지 챙겨줬다.
병원이 이렇게 한 이유는 병원 수익을 늘리기 위해서였다. 간호사 등 일부 직원은 자신이 유치한 환자 진료비의 20%가량을 수당으로 지급받기로 하고 범행에 동참했다. 환자들은 보험사기인지 알고 있었지만, 절대 들키지 않는다는 호언장담에 안심하고 시술을 받았다고 한다.
SIU와 경찰에 따르면 이렇게 이 병원에선 2019년 4월부터 2021년 1월까지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환자 208명이 보험금 8억원을 허위로 타냈다. 이 중 허위 입원 등이 명확히 확인된 민간 보험 청구 건수만 추린 액수가 6여억원에 달한다.
경찰은 2021년 10월 병원장 및 페이닥터(실소유주) 등 의사 2명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브로커와 환자 등 219명을 기소의견 송치했다. 특히 실소유주지만, 다른 의사를 바지 원장으로 내세운 C씨는 구속됐다. 그는 이 병원 개원 전 한방병원에서 양방 협진의로 일하며 보험사기 방조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올해 2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의사와 브로커 등은 1년 6개월의 실형, 징역 10개월·8개월·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등 무더기로 처벌을 받게 됐다. 간호사 등 나머지 병원 관계자들은 각각 징역과 집행유예, 벌금 200만~300만원이 선고됐다. 보험사기에 가담한 환자는 앞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보험사에서 타낸 보험금은 대부분 반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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