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승근 삼정KPMG 상무 “컨설팅사, 기업의 ESG 공시 대응 역량 키울 것”
“ESG 플랫폼 링크, 규제 대응·ESG 리스크 분석에 적합”
“ESG 컨설팅은 투자자가 요구하는 ESG 정보를 기업이 바로 제공할 수 있도록 ESG 정보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객관성과 신뢰성을 모두 갖춘 공시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달 20일 서울 강남구 삼정KPMG 본사에서 만난 이승근 매니지먼트 컨설팅 서비스 상무는 지속가능성 공시(ESG 공시) 의무화 시대를 앞두고 기업이 ESG 정보 관리 시스템(거버넌스)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전까지 기업의 ESG 정보가 소수 관련 부서 실무자들에 의해 주먹구구식으로 관리되면서 정보의 정확성과 신뢰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정보 관리의 효율성도 크게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기업이 ‘의도치 않게’ 그린워싱 기업으로 낙인 찍히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제대로 된 ESG 공시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는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ESG 공시 의무화로 기업은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ESG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증빙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자체 역량만으로 이를 준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상무는 “회계법인이 기업에 제공하는 ESG 컨설팅의 범위가 보고서 작성을 돕는 데 그치지 않고 ESG 정보 관리 체계를 구축해 장기적으로 기업의 ESG 대응 역량을 키우는 것으로 확대되고 있다”라고 했다.
지난 6월 말 국제회계기준(IFRS) 산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발표한 ESG 공시기준 최종안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은 2025년부터 이 기준에 맞는 지속가능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기업 부담을 고려해 2025년(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2030년에는 전체 코스피 상장사로 의무가 확대된다.
이 상무는 최근 삼정KPMG가 선보인 ESG 데이터 통합 관리 플랫폼 ‘ESG 링크(LINC)’의 기획과 개발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엑센추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SAP 등 글로벌 컨설팅 회사와 빅 테크 기업을 거쳐 2021년 삼정KPMG에 합류했다. 삼정KPMG에서는 글로벌 대기업에 디지털 혁신 전략에 대한 자문을 제공했다. 지난해부터는 ESG 비즈니스 그룹 솔루션 개발 리더를 맡아 ESG 경영과 디지털 혁신의 결합에 앞장서 왔다.
삼정KPMG의 ESG비즈니스그룹은 2008년 회계업계 최초로 설립된 ESG 전문 컨설팅 부문이다. 각 분야의 컨설턴트들이 모여 ESG 경영전략, M&A(실사), 인증 및 채권 발행 등 기업 고객에 ESG 통합 서비스를 자문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ISSB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발표가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난립하던 ESG 기준을 국제 비교가 가능하도록 표준화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또 ESG 공시에 재무공시에 준하는 강제성을 부여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그간 탄소중립을 슬로건으로만 내걸었던 기업은 당장 2025년까지 기준에 맞춰 실질적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여기엔 공시에 필요한 ESG 정보를 선별·수집하는 방법을 고안하는 것뿐 아니라, 이렇게 만들어진 ESG 정보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까지 포함된다.
ESG 공시 의무화로 기업의 친환경 경영활동의 비중은 늘어날 수밖에 없고, 제품 기획·생산·투자 등 모든 단계에서 친환경 혁신이 반드시 필요해 질 것이다. 과거 기업의 경영 혁신과 대응 전략을 기업의 경영자가 끌어왔듯이, ESG 혁신에도 최고 의사결정자의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국내 기업이 얼마나 준비돼 있다고 보나.
“ESG 공시 의무화가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만큼, 아직 일부 대기업만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하지만 대기업에도 쉬운 일은 아니다. 대기업의 경우 계열사와 연결기준 공시를 해야 하기 때문에 방대하게 산재한 데이터를 통합·표준화하고, 이를 관리하는 거버넌스도 구축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나마 대기업은 나은 상황이다. 중견기업은 준비 여력조차 부족하다. 아직 ‘내 일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만연하고, 전문 인력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물론 업종에 따라 차이가 있다. 수출기업은 고객사의 요구사항에 맞춰 실질적 대응 체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특히 유럽과 미국 고객사의 경우 요구하는 정보량도 늘고 정보 신뢰성을 인증받는 것도 까다로워지고 있어 기업이 자체적으로 대응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기업은 방대한 기준서의 내용을 기업 특성에 맞추어 대응해야 한다. 기업 특성에 따라 가장 중요한 부분을 선별하고, 기준서에 적힌 내용을 어떻게 해석할지 각자 판단해야 한다. 해외 수출을 위해 탄소 배출량 공시가 가장 시급한 기업도 있고, 글로벌 자금의 투자 유치를 위해 제품 생산 과정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얼마나 준수하고 있는지 알리는 게 중요한 기업도 있다.
기준 해석을 기업이 자체적으로 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회계법인 등 전문가 집단의 컨설팅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특히 ESG 정보를 기업이 알아서 꾸준히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 확립 방안에 대한 질문이 많다.”
─ESG 컨설팅을 통해 기업은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나.
“회계법인은 기업이 공시한 ESG 정보의 객관성과 신뢰성이 ‘의도치 않게 훼손되는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둔다. 즉 기업의 ESG 활동이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으로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ESG 데이터 산출·취합 방안을 정의하는 데 컨설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해 어떻게 관리할 지에 대한 거버넌스를 확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제된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쌓을 수 있어야 ESG 공시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최근 업계 최초 ESG 플랫폼 ‘링크(LINC)’를 선보였다. 링크의 역할은.
“’링크’는 기업의 일원화된 ESG 데이터 관리를 돕는 플랫폼이다. 지난 4개월간 실제 기업의 ESG 실무자들을 찾아다니며 ESG 정보 관리의 어려움을 청취한 것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링크를 통해 고객은 ESG 정보를 상시 증빙할 수 있다. 언제 어떤 데이터에 대한 증빙을 요청받아도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링크는 방대한 ESG 데이터를 ‘단기’에 ‘오류 없이’ 취합하고, 이 데이터를 관리하는 내부통제 지침을 지원한다. 그린워싱 우려가 원천적으로 방지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ESG 관련 리스크에 대한 재무적 검토도 지원한다. 기후 변화 등 외부적 요인, 친환경 경영활동과 같은 내부적 요인이 발생하면 기업의 재무적 성과가 어떻게 바뀔지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또 향후 기업의 ESG 목표 달성을 위한 실행 과제를 제시하고, 이에 따른 효과 등을 분석하는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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