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수율 고작 7% 그치는데…경남은행 562억 횡령 환수 가능할까
횡령 직원 잠적 상태…신병 확보 전까지 환수 어려워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경남은행에서 562억원에 달하는 대형 횡령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횡력액이 얼마나 환수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직 금융당국 검사와 검찰 수사가 초기 단계여서 횡령액의 구체적인 용처가 다 파악된 것은 아니지만 7년 전부터 횡령이 발생했고 계획적인 범행으로 추정되는 만큼 환수액은 일부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경남은행 투자금융부서 부장급 직원 이모씨의 횡령액 가운데 환수 대상은 최소 375억원 가량이다.
총 562억원의 횡령·유용액 가운데 아직 횡령 사실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PF대출 유용액과 은폐 목적의 일부 상환액을 제외한 것이다.
이씨는 지난 2016년 8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상환된 PF대출원리금 77억9000만원을 자신의 가족 계좌 등으로 이체해 가로챘다. 횡령액 가운데 29억1000만원은 상환처리했는데 이는 횡령 범죄를 은폐할 목적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 지난 2021년 7월과 지난해 7월 두 차례에 걸쳐 PF대출 관련 자금인출 요청서 등을 위조해 가족이 대표로 있는 법인계좌로 326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는 지난해 5월 경남은행이 취급한 PF대출 상환자금 158억원을 자신이 담당하던 다른 PF대출을 돌려막는데 사용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는데 이는 이씨 자신이 직접 돈을 챙긴 것은 아니어서 아직까지 횡령액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금융감독원 검사를 통해 이씨가 158억원으로 돌려막기했던 다른 PF사업장에서 대출자금 횡령 사실이 밝혀질 경우 환수 대상금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형사법적인 횡령 행위는 남의 돈을 자기 주머니에 넣은 것을 말하는데 이씨가 다른 PF대출도 관리했기 때문에 158억원도 횡령액이 될 가능성은 있다"며 "그게 10억원이 될지 전액이 될지는 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횡령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경남은행은 횡령 자금에 대해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최대한 회수해 은행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입장이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우선 법적 절차로 본인과 가족 등의 발견된 재산에 대해서는 7월말까지 가압류 조치가 취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환수 가능한 금액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지난 2016년부터 횡령이 이뤄져 이씨가 가족 계좌 등으로 빼돌린 돈이 어디에 얼마나 남아 있는지 파악이 쉽지 않다.
경남은행은 이씨와 관계인의 부동산·예금 등 현재까지 채권보전조치를 취한 금액이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전체 횡령액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이 대표로 있는 법인 명의 계좌로 빼돌린 326억원의 경우 비교적 최근의 일이지만 해당 법인이 애초부터 횡령한 돈을 세탁할 목적으로 만들어 추적이 쉽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인이란 신고만 하면 만들 수 있고 횡령 목적으로 만든 법인 계좌라면 돈을 거기 그대로 남겨 놓지 않았을 것"이라며 "다른 재산 형태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이씨의 신병이 아직 확보되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이씨는 경남은행이 자체감사를 통해 PF대출 상환자금 횡령 혐의를 확인해 금감원에 보고한 지난달 20일부터 잠적 중이다.
검찰이 이씨를 출국금지하고 행방을 추적 중이지만 신병이 확보되기 전까지는 횡령액을 어디에 어떻게 숨기거나 사용했는지에 대한 진실규명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이씨는 이미 지난 4월부터 직무에서 배제돼 경남은행의 자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횡령·유용과 다른 범죄 혐의로 예금보험공사의 수사 의뢰를 받은 검찰이 경남은행에 금융거래정보조회를 요구하자 은행측이 조사에 나선 것인데 이때 이미 범죄가 드러날 것임을 예감하고 횡령한 돈과 가족 등의 재산을 은닉했을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횡령의 경우 미리 재산을 어떻게 숨겨놓을지 계획하고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숨겨놓은 자산을 해외에 은닉하거나 하면 환수하기 어렵다"며 "가능한 빨리 잡았어야 하는데 못 잡으면서 범죄자한테 충분한 시간을 준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 은행권에서 발생한 횡령 사건에서 회수율은 7%대에 그친다. 금감원이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간 발생한 은행권 횡령사고 금액은 870억8100만원에 달하지만 회수된 돈은 61억3100만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700억원대 횡령사건이 발생했던 우리은행의 경우도 지난해 말 기준 환수액은 4억9790만원에 그쳤다. 범인인 우리은행 전 직원과 그의 동생에 대한 재판이 아직 진행 중으로 가족과 지인 등 제3자들에 대한 추징보전 인용결과에 따라 실제 환수액은 100억원대 이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전체 횡령액에는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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