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혁신위, 잇단 설화리스크…당 혁신 완수 가능할까

이종희 기자 2023. 8. 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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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비하 발언 사과에도 사퇴·혁신위 해체 목소리
김은경 설화에 쇄신 동력 잃었다는 회의론 확산
민주 혁신위 조기 해체 가닥…오는 20일 활동 종료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노인 비하 발언 논란에 휩싸인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3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에 사과 방문해 김호일 대한노인회장과 면담을 마친 뒤 중앙회 건물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8.0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김은경 위원장의 발언이 연일 구설수에 오르면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의 사퇴와 혁신위 해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거액의 가상자산 투자·보유 논란 등으로 떨어진 당의 도덕성을 회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혁신위가 각종 설화에 휩싸이며 쇄신 동력을 잃었다는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최근 논란이 된 노인 비하 발언에 대해 "어르신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점에 대해선 더욱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후 김 위원장은 대한노인회를 직접 찾아 노인 비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어설프게 말씀드린 것, 마음 상하게 해드린 것 죄송스럽고 마음 푸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호일 노인회장은 "우리나라 1000만 노인을 대표해 볼때기라도 때려야 노인들의 분이 풀릴 것 같다"며 "손찌검을 하면 안 되니 사진이라도 뺨을 한 대 때리겠다"고 했다. 김 회장은 준비한 사진을 꺼내 들어 "정신 차려"라고 외치며 사진 속 김 위원장의 얼굴을 5대 때렸다.

김 회장은 '끝없이 이어지는 더불어망언당 어르신 폄훼사'(史)라는 문구와 관련 내용이 들어간 종이를 다른 손에 들고 "역대 이런 망언을 해서 이렇게 됐다"며 "노인을 대우하고 대접하는 발언을 잘 해주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노인회측 행언이 '모욕적'이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이 3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에서 노인 비하 발언 논란으로 사과 방문한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에게 사과를 받고 면담을 하는 중 더불어민주당 노인 폄하 발언사가 담긴 문서와 김 위원장의 사진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2023.08.03. mangusta@newsis.com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청년 좌담회에서 "자기(아들)가 생각할 때는 자기 나이로부터 여명까지, 엄마 나이로부터 여명까지로 해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일대일로 표결해야 하냐는 것"이냐는 아들의 말을 두고 "되게 합리적이고 맞는 말"이라고 소개해 논란을 빚었다.

김 위원장의 설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초선 의원들을 코로나 사태 학력저하 학생들에 빗대거나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자기 계파를 살리려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해 논란을 만든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사과가 늦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김 위원장은 "마음 상한 분이 있다면 유감"이라며 "정치언어를 잘 몰라 깊이 숙고하지 못한 어리석음이 있었다"고 했지만 직접 사과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논란 발생 4일 만이었다. 앞서 혁신위는 노인 비하 발언에 대한 비판 여론에 "사과할 일은 아니다"라고 하기도 했다.

뒤늦은 사과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커졌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마지못해 사과하는 시늉을 한들 단지 말뿐인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할리우드 액션'으로 국민을 눈속임할 수 있다는 오만"이라고 비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노인폄하 발언은 둘째 치더라도, 당 혁신의 컨트롤타워가 오히려 한국 정치가 타파해야 할 정쟁의 중심에 섰다"며 "잘못된 발언에 대해 즉각적 사과도 거부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들보를 덜어내자는 혁신위 취지도 무색하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당 내부에서도 김 위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아가 혁신위 해체론까지 제기됐다.

안민석 의원은 지난 3일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이제는 더 이상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며 "앞으로 실수하면 사퇴하라고 제가 나서서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같은 날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설화가 생겼으니 해체하는 게 (맞다)"며 "그러니 사퇴하고, 또 더 할 일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위원장을 내려놓는 게 민주당을 돕는 길 아니겠나. 이게 얼마나 또 총선에 악재로 작용하겠나"라고 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과감하게 사과시키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그런데 이재명 대표가 흔들흔들하고 있다. 흔들리면 안 된다. 강하게 나가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사퇴 요구에 대해 "혁신위 의지는 그대로 간다"고 답해 향후 활동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렇지만 일부 의원들은 여전히 '해체론'까지 제기된 혁신위가 한 번 무너진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위원장의 설화로 위상이 떨어졌기 때문에 제대로 된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결국 혁신위는 조기 해체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당초 9월 초까지 활동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이달 중순 활동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김 위원장의 노인 비하 발언이 구설수에 오르면서 혁신위 활동 조기 종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혁신위는 오는 20일 사실상 대외 활동을 종료할 계획이다. 종료 후에는 약 2주 동안 혁신안 문서화 등 실무 작업을 벌인다. 이후 혁신위는 최종안을 당 실행위원회(가칭)에 넘기고, 실행위가 혁신안 채택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오는 8일부터는 사나흘 간격으로 혁신안을 단계별로 공개한다. 김남희 혁신위 대변인은 전날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김 위원장은) 전혀 흔들림이 없다.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혁신을 마무리하고 떠날 생각"이라며 "지난 한 달 반 정도 연구와 검토를 해서 혁신안이 지금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2paper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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