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UP] 15초 영상으로 매출 377억… 숏폼 기획사 ‘윗유’

장우정 기자 2023. 8. 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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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재승 대표·차민승 COO 인터뷰
틱톡·유튜브·인스타 ‘숏폼 열풍’
평균 25세, 최고 수입 연 2.5억원

2018년 당시 25세였던 차재승(30)씨는 부산에서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다짜고짜 서울로 올라왔다. ‘길거리 인터뷰’ 콘텐츠로 유튜버에 도전했지만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우연히 올린 ‘틱톡’ 영상이 대박이 났다. 그러다 틱톡 크리에이터를 모아 사업할 수 있는 기회까지 찾아왔다.

“잘 안되면 학교로 돌아가야 한단 게 몰입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어요.”

차씨의 형 차민승(33)씨는 두 번의 창업 실패 후 동생 지원 사격에 나서기로 했다. 그는 세 번째 창업에 뛰어든 이유를 이렇게 회상했다. “가족 중 한 명이라도 잘 돼야 한다는 마음이었어요.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윗유의 팬 커뮤니티 '윗유랜드'에서 차재승(오른쪽) 대표와 차민승 최고운영책임자(COO)가 환하게 웃고 있다. /윗유 제공

2019년 9월 차재승, 차민승 형제는 당시 생소하던 숏폼(짧은 동영상) 전문 기획사 ‘윗유’를 설립했다. 동생이 대표를, 형이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다. 숏폼에서 활용되는 15~30초 정도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광고를 붙여 수익을 내는 모델이다. 틱톡에서 시작된 숏폼 열풍은 현재 메타, 구글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창업 이듬해부터 돈을 벌기 시작한 윗유는 2021년 162억원, 2022년 377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후발주자들이 줄줄이 나왔지만, 매출 기준으론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5명에서 시작한 소속 크리에이터 수도 50명으로 불어났다.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는 일반적인 스타트업과 다른 성적표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논현동 윗유 본사에서 차씨 형제를 만나 비결을 들어봤다.

─취업이 아닌 창업에 뛰어들었다.

차재승 “대학을 안 마치고 일단 상경했다. 2018년 겨울에 ‘거리 인터뷰’ 콘텐츠로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잘 안 됐다. 우연히 틱톡을 알게 돼서 영상을 업로드했는데 유튜브보다 반응이 훨씬 좋았다. 크리에이터로서 숏폼을 접하게 된 거다. 재미도 있었다. 그러다 틱톡 크리에이터 행사를 갔는데 크리에이터 다섯 명만 모으면 MCN(멀티 채널 네트워크, 숏폼 기획사)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휴학생 신분이었던 것도 빠르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뭐라도 안 해 놓으면 돌아가야 한다는 게 너무 싫었다. 그게 원동력이었다. 올해 학교를 자퇴했다.”

─형제간 역할 분담은 어떻게 되나.

그래픽=손민균

차민승 “윗유는 세 번째 창업 도전이었다. 동생이 먼저 사업하고 있었고, 마침 두 번째 회사가 잘 안 되고 있던 시기였다. 장남으로서 ‘가족 중 누구라도 잘 돼야 한다’는 심정으로 거들기 시작했다. 대학 전공이 도자공예학과였다. 공예품을 판매하는 플랫폼 사업이 첫 번째 아이템, 두 번째도 비슷하게 일러스트 등 굿즈(상품)를 파는 일이었다.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부족한 부분은 동생이, 동생의 부족한 부분은 내가 보완한다. 매출을 위한 영업활동은 주로 동생이, 내부 운영·살림은 내가 총괄한다.”

─경기가 어렵고, 트렌드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숏폼 시장은 어떤가.

차민승 “틱톡에 이어 메타(인스타그램 릴스), 구글(유튜브 쇼츠), 네이버(NAVER), 카카오도 숏폼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제 ‘어떻게 하면 서비스를 활성화할 수 있을까’를 찾아가는 단계인 것 같다.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보는 경우가 늘면서 이동 중에 짧게 짧게 소비할 수 있는 숏폼 선호도가 커졌다. 20분짜리 유튜브도 길게 느껴질 만큼 이용자들의 집중력은 짧아지고 있다. 숏폼은 다른 디바이스(기기)가 나오기 전까진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이다.”

─숏폼 기획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차재승 “주 수익모델이 광고인 만큼 크리에이터들이 돈을 벌 수 있도록 영업을 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누적 5000여건의 숏폼 광고 제작 경험이 쌓였다. 크리에이터들이 소속감을 갖고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우리 역할이다. 사업을 시작하고 코로나19가 터졌을 땐 외부에서 촬영이 불가능했다. 밖에서 사람 만나고 영상 찍으면 죄인 취급 당하던 때다. 크리에이터들이 콘텐츠를 촬영할 수 있는 숏폼 전문 스튜디오 ‘윗유하우스’ ‘윗유하우스34′를 만든 건 그 때문이었다. 경영자이면서 크리에이터이기 때문에 가능한 투자였다. 크리에이터들이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인 ‘윗유랜드’도 있다. 이들이 윗유와 함께 할 이유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계속 고민할 것이다.”

윗유 소속 대표 크리에이터들의 숏폼 콘텐츠. 유행을 빠르게 읽고 짧은 영상 속에서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하는 것이 포인트다. /윗유 제공

─유튜버와 비교해 숏폼 크리에이터는 무슨 일을, 어떻게 하나.

차민승 “유튜브 같은 롱폼과 비교한다면 준비 과정이 간소하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촬영부터 편집까지 가능하다. 숏폼은 트렌드에 굉장히 민감하다. 이를 발 빠르게 캐치해 쫓아가지 않으면 도태된다. 업로드 주기도 롱폼의 2배 정도로 빈번하다. 짧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는 점에서 어떻게 어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크리에이터는 전업인가. 어느 정도 버는지 궁금하다.

차재승 “10대부터 30대까지 다양한 크리에이터가 소속돼 있다. 학교나 직장을 다니면서 병행하는 이들도 있지만 상당수가 전업이다. 생계가 된다는 뜻이다. 연평균 5000만원, 최고 연 2억5000만원을 번다. 집 사고 차 사고 한다. 밥 얻어먹던 크리에이터들이 친구들에게 밥을 산다. 최근 2~3년 사이의 일이다. 이제 쇼츠, 릴스까지 나와 크리에이터에게 기회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연 10억원 단위로 버는 사례도 곧 나올 것으로 본다. 수입이 보장되면 콘텐츠 제작에 더 집중할 수 있어 선순환이다.”

─숏폼이 ‘반짝 인기’를 끌다가 말 것이란 시각도 있는데.

차민승 “크리에이터가 팬덤(fandom·충성 고객)이란 핵심 가치를 이해한다면, 팬들과 소통하는 수단이 바뀌는 것에는 얼마든지 적응할 수 있다고 본다. 긴 동영상에서 짧은 동영상으로, 다시 글로, 오프라인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포맷은 바뀔 수 있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도 바쁘지만 팬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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