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증시 영향은 제한적?
피치, 미국 등급 'AA+' 하향…'통치침식' 지목
세계 시총 1위 애플·아마존 실적 '기대 이상'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전격 강등되면서 뉴욕 증시에도 충격파가 전해지고 있다. 재정악화, 국가채무 부담 증가와 더불어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증액을 둘러싸고 반복되는 정치권의 갈등이 12년 만의 신용등급 하향을 불러온 요인으로 지목된다.
증권가에선 이번 신용등급 강등이 뉴욕 증시의 변동성 확대와 더불어 미국 국채의 안정성에 위협을 줄 수 있다면서도 그 여파는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편 2분기 어닝시즌이 무르익어가는 가운데 '세계 시가총액 1위' 애플은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공개하며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 역시 클라우드 부문의 매출 증가에 힘입어 '어닝서프라이즈'급 실적을 내놨다.
피치, 미국 신용등급 'AAA'→'AA+' 강등
지난 1일(현지시간)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로 꼽히는 피치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3대 신평사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2011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피치는 "향후 3년간 예상되는 미국의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 확대, 거버넌스 악화 등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치가 신용등급 강등 배경으로 특히 강조한 것은 '통치 침식(erosion of governance)'이다. 미국 정치권에서 연방정부 부채한도 증액 문제를 놓고 주기적으로 갈등을 벌이면서 일상적인 정부 지출 또한 제약을 받았다는 것.
미국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은 최근 가파르게 상승한 뉴욕 증시의 차익실현을 압박하는 변수로 작용함과 동시에 미국 국채의 안정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금융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미국 국채금리 하락 또는 위험프리미엄 증가에 따른 미국 국채금리 상승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1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사태 당시에는 남유럽 재정위기 등과 맞물려 안전자산 선호가 크게 작용했다"면서 "이번에는 '안전자산 선호'와 '위험 프리미엄 증가'가 서로 상쇄되면서 금융시장의 반응이 2011년 당시처럼 격렬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도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대해 "사람들이 걱정하지 말아야 할 몇 가지 중 하나"라면서 이번 등급 조정이 미국 국채와 달러화에 대한 본인의 견해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 아이폰 덜 팔았지만…서비스부문이 '상쇄'
한편 세계 최대 시총을 자랑하는 애플은 아이폰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 줄었음에도 금융 등 서비스 부문의 호조로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다.
애플은 지난 3일(현지시간) 실적 발표를 통해 2분기 매출액이 818억달러(약 106조6500억원), 주당순이익은 1.26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월가 예상치 816억9000만달러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고 순이익은 예상치 1.19달러보다 5% 많은 것이다.
매출의 절반가량을 담당하는 아이폰 판매가 396억70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2% 줄었지만 서비스 부문 매출이 같은 기간 8% 늘어난 212억10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매출 감소분을 상쇄했다.
주요 빅테크 기업 중 하나인 아마존도 같은 날 깜짝 실적을 내놨다. 아마존의 2분기 매출과 주당순이익은 각각 1344억달러(약 175조2000억원), 0.65달러를 기록하면서 추정치인 1313억달러, 0.35달러를 크게 뛰어넘었다.
아마존 클라우드(AWS) 부문의 매출·영업이익 증가가 효자 노릇을 했다. AWS 부문의 2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증가한 221억달러로 집계됐다. 이 부문의 영업이익은 2분기 전체 영업이익 77억달러 중 70%에 달했다.
김기훈 (core81@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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